금리인상 직격탄 맞았던 바이오..요즘 몸값 뛰는 세 가지 이유
상반기 암흑기를 거친 제약·바이오 주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낙폭 과대주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이 투자 심리를 바꾸고 있는 거로 보인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KRX 바이오 K-뉴딜지수(시가총액 기준 바이오 대표기업 10종목으로 만든 지수)는 24.5% 하락했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성장주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탓이다. 신약 개발 성공 같은 마땅한 호재도 없었다. 하지만 7월 들어선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바이오 K-뉴딜지수는 7월 1일 이후 9.9% 상승, 흐름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확실한 반등으로 판단하긴 이르지만, 투자 여건이 좋아지는 분위기다.
일단 기관과 외국인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 흐름이 관측된다. 대표적인 성장주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중 바이오와 게임주의 올해 낙폭은 유난히 컸다. 회복 전망은 엇갈린다. 신작 출시가 지연돼 마땅한 상승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 게임주와 달리 제약·바이오는 하반기로 갈수록 장점이 부각될 수 있다는 평가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2차 전지는 투자 재검토 소식과 고평가 논란이 있고, 게임·인터넷 업종은 지난해 대체불가토큰(NFT) 열풍 이후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그간 소외당한 바이오가 상대적으로 부각될 수 있는데 최근 글로벌 바이오 기업의 주가 강세는 의미 있는 신호”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재확산도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17일(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4만342명, 일요일 확진자 수로는 12주 만에 가장 많았다. 일주일 사이 신규 확진자가 2배로 증가하는 ‘더블링’ 현상이 뚜렷하다. 일본의 신규 확진자는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미국은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 기간을 또 연장하는 등 해외 상황도 심상치 않다. 글로벌 단위의 2차 대유행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그러자 진단키트 제조사의 몸값이 뛰기 시작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와 씨젠의 주가는 7월 들어서만 각각 21%, 28.4% 상승했다. 휴마시스 역시 36%나 뛰었다. 엔데믹 전환 이후 빠졌던 주가를 거의 회복한 모습이다. 감기약을 만드는 제약사도 공장 가동률을 높이는 등 움직임이 분주하다. 시가총액 1~2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도 코스피와 비교하면 최근 주가 흐름이 좋았다.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전한 대형 인수합병(M&A) 소식도 호재로 작용했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손잡고 체외 진단기기 제조업체로 메리디안 바이오사이언스(미국)를 약 2조원에 인수하기로 한 것. 2조원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해외 M&A 중 가장 큰 규모다. 김충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 체외진단 영역에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M&A 전략을 본격적으로 가동한 첫 사례”라고 말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대표적인 코로나 수혜 기업이다. 짧은 기간에 현금성 자산이 급증했다. 씨젠과 휴마시스도 비슷하다. 두둑한 곳간을 활용해 사업을 확장하고, 신사업 진출을 모색하는 건 성장주다운 행보다.
경기 침체 우려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점도 부각되고 있다. 제약·바이오는 미래 가치(신약 개발 등)를 보고 투자하는 대표적인 성장주인 동시에 경기 방어적 성격도 있다. 약이라는 필수소비재를 만들기 때문이다. 경기에 따른 수요 변화가 크지 않은데 그래서 침체 때 이익 방어력이 좋은 편이다.
제품 가격에서 원재료 비중이 낮은 것도 제약·바이오의 특징이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부담이 작다는 뜻이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거시 환경이 나빠지는 가운데 영업 실적 변동성이 크지 않는 건 분명히 매력적”이라며 “실적 전망이 좋은 제약주를 담아보는 것도 괜찮은 전략”이라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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