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당 엑스맨의 법안 몽니에 서학개미도 귀 쫑긋, 이유는?

전수진 2022. 7. 1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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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맨친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 지난 4월의 모습. 그의 표심에 민주당의 법안들의 운명이 달려있는 것을 염두에 두고, 미국 기자들이 녹색불과 적색불을 함께 사진 프레임에 담았다. EPA=연합뉴스


미국 웨스트 버지니아 탄광촌의 한 가구점에서 1947년 한 남자아이가 태어난다. 2022년 현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속을 가장 썩이고 있는 인물 중 한 명인 조 맨친 상원의원. 프로 풋볼 선수를 꿈꾸고 대학에 체육 특기생으로 입학했으나 부상으로 중도 포기했고, 경영학 전공으로 웨스트 버지니아 대학을 졸업하고 가업을 이었다. 그의 조부는 식료품점, 부친은 가구점을 하다가 웨스트 버지니아 소재 파밍턴 시의 시장을 지냈다. 조 맨친 역시 부친의 권유로 시장 선거에 출마했는데, 가업보다 정치가 맞았는지 아예 정계로 인생 항로를 틀었다.

그는 여당인 미국 민주당 안에서 가장 야당 같은 존재다. 현재 미국 상원은 민주당이 50석, 공화당이 50석으로 팽팽하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연직 상원의장이기에 가까스로 민주당이 우세이지만, 이는 민주당 50명의 의원들이 이의 없이 똘똘 뭉칠 경우의 이야기. 이 와중에 항상 이견을 제시하는 이가 있으니, 조 맨친 의원이다. 소속 당의 발목을 잡으면서 당내 지도부와 동료 의원들은 물론 백악관에까지 미운 털이 잔뜩 박혔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사사건건 반대하는 맨친을 두고 민주당 내부에서 ‘참을만큼 참았다’는 의견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과 원수지간에 가까운 폭스뉴스에 출연해 인터뷰하는 일은 이제 미국에선 뉴스 거리도 못 된다. 그의 캐스팅 보트의 중요성을 두고 민주당 내 브라이언 샤츠 의원은 “전하, 납시었습니까”라고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비꼬는 뉘앙스가 녹아있다.

맨친은 아랑곳 않는다. 외려 당론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키우며 본인의 정치적 존재감을 더하는 모양새다. 전략은 통하고 있다. 미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지난 2월 “중요한 표결을 앞둔 민주당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조 맨친 의원은?’이다”라며 “맨친은 마치 민주당의 존 매케인 같은 존재가 됐다”고 전했다. 2018년 작고한 매케인은 합리적 보수로 공화당 내부의 강경파에 반기를 들곤 했다. 대통령 후보에 올랐던 명망있는 정치인인 매케인과 맨친이 같은 언급된다는 것 자체가 맨친에겐 득이다.

맨친 의원(뒷줄 가운데)와 함께 자리한 조 바이든(앞줄 가운데) 대통령. 지난달 백악관. AFP=연합뉴스


최근엔 바이든 대통령의 역점 프로젝트인 ‘더 나은 재건(BBB)’ 법안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 법안의 골자는 건강보험 복지 확대 및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3조5000억 달러(약 4600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것으로, 그 재원은 부자 증세로 삼겠다는 것. 바이든 대통령과 현재 여당 지도부의 핵심 간판 프로젝트다. 그러나 맨친은 올해 초, 예산 규모가 지나치다고 문제를 삼았고 법안 통과가 무산될 것을 우려한 백악관은 맨친의 요구에 응해 예산을 절반 수준으로 대폭 삭감했다. 백악관으로서는 할만큼 했다는 분위기였고, 맨친도 협조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지난 14일 맨친은 돌연 입장을 바꿨다. ”부유층 증세와 기후변화 예산이 포함되면 BBB 법안 통과에 협조할 수 없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히면서다. 그는 하루 뒤인 15일 인터뷰에선 “7월 물가와 (미국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결정 추이를 지켜본뒤 판단하겠다는 뜻이었다”고 한걸음 물러섰지만, 여전히 법안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친 바이든 성향이 강한 CNN은 “맨친은 민주당의 희망을 망쳤다”고 전했다.

맨친 의원과 의견 조율 중인 공화당의 척 슈머 의원. 맨친 의원은 민주당 소속이지만 공화당에 가까운 인물로 분류된다. EPA=연합뉴스


맨친의 반대는 그러나 근거 없는 몽니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그의 고향이자 지역구 웨스트 버지니아의 표심을 보면 BBB 법안에 쉬이 찬성할 수 없기 때문. 재생에너지 등 기후변화 대책에 초점을 맞춘 BBB 법안과, 탄광 관련 종사자들이 다수인 그의 지역구 표심은 처음부터 어긋나있다. 맨친 본인 역시 탄광 관련 에너지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맨친의 공식 사이트를 들어가보면 “광부들이 마땅히 누려야할 권리를 위해 싸우겠다”는 표어가 제일 먼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BBB 법안이 통과된다면 그는 다음 선거에서 의석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인 셈.

이는 미국 및 글로벌 기업 주식투자를 하는 일명 ‘서학개미’들에게도 관심사다. 미국 정부가 BBB 법안을 통과시켜 재생에너지 및 전기차 등 관련 산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맨친의 판단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는 치솟고 지지율은 추락한 바이든 대통령에겐 맨친이 이래저래 눈엣가시인 상황이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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