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강제진압 움직임에 하청노조 "불상사 뻔해"
[윤성효 기자]
▲ 하청 노동자들이 대우조선해양 거제옥포조선소 1도크 VLCC 5495호선 탱크탑 스트링거 고공 끝장농성 |
ⓒ 금속노조 |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농성하고 있는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 1도크 선박에 공권력이 투입될까. 사측에 이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공권력 집행'을 주장하고, 법원이 '배타적 점거 금지'를 결정해 경찰에 의한 강제 진압 여부에 관심이 높다.
하청노동자들이 가입해 있는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아래 거통고조선하청지회)는 6월 2일부터 파업에 들어갔고, 조합원 7명이 1도크 선박 안에서 같은 달 22일부터 농성하고 있다.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은 이들의 농성으로 인해 선박 진수를 하지 못해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공권력 투입 요청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정규직인 직장·반장들로 구성된 '현장책임자협의회'는 경찰에 공권력 투입을 요청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고, 대우조선해양 서울사무소 사무직들은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같은 요구를 했다.
경총도 17일 입장문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은 매일 약 316억 원의 매출 및 고정비 손실이 발생해 현재까지 약 6000억 원의 누적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총은 "조선소의 핵심시설인 도크와 건조 중인 선박을 불법 점거하고 있다"며 "조선업과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는 불법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하고, 정부도 현존하는 불법 앞에서 노사의 자율적 해결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불법행위에 따른 피해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공권력 집행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대우조선해양이 낸 '집회 및 시위 금지 등 가처분 신청'에 대해,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제2민사부(재판장 한경근 판사)는 지난 15일 일부 인용하면서 '1도크를 폐쇄하거나 배타적으로 점거하는 행위'와 '채권자(원청)의 출입을 막거나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라고 결정했다.
법원은 거통고조선하청지회가 이를 어길 경우 하루 300만 원을 대우조선해양에 지급(이행강제금)하라고 했다. 당초 원청은 하루 5000만 원을 요구했다.
강제진압 여부에 대해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독단적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닌 것으로 안다. 공간도 협소해서 안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구조가 쉽지 않다는 말도 있다"고 했다.
▲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14일 오후 대우조선해양 서문 앞에서 교섭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 금속노조 |
그러면 1도크 농성장에 경찰력을 동원한 강제 진압은 가능할까. 유최안 부지회장은 1도크 선박 바닥에 가로·세로 1미터 철판을 붙여 스스로 몸을 가둔 '감옥 투쟁'을 하고 있으며, 다른 조합원 6명은 20미터 높이에서 고공농성하고 있다.
20미터 높이까지 오르는 계단은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을 정도로 협소하다.
거통고조선하청지회 관계자는 "강제 진압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할 경우 불상사가 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공권력이 투입되면 밖에서 지키고 있는 조합원들도 결사 항전을 결의했다. 불상사가 날 게 뻔한데 정부가 부담을 안고 할 수 없다고 본다"고 했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강제진압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에 대해, 금속노조법률원 김두현 변호사는 "법원 결정을 이행하지 않으면 강제집행의 빌미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강제이행금을 부과하도록 한 것"이라며 "집행관이 직접 현장에 가서 점거 금지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과거 다른 사업장 고공농성장에서 실패한 사례가 있다"고 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와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공권력 투입에 반대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대우조선해양 농성 현장에 공권력 투입시 즉각 총파업을 결정해 놓고 있다.
금속노조는 "산업은행(대주주)과 대우조선해양은 교섭 주체로서 책임 있게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며 "윤석열정권은 공권력 투입 시도를 멈추고,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민주노총이 옥포조선소 서문 주변에 설치해 놓았던 펼침막을 칼로 훼손하는 '반복적 테러 행위'가 있었다며 이는 "거통고조선하청지회를 향한 교섭 진척 방해"라고 했다.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에서 옥포조선소 서문 다리에 설치해 놓았던 펼침막 10여 개가 지난 15일 야간에 칼로 훼손되어 주변 하천가에 버려졌다.
▲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문 쪽 다리에 설치해 놓았던 펼침막(위)이 칼로 훼손되어 하천으로 버려졌다(아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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