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한번 다녀와도 수백만원"..코로나·고물가에 또 집콕족

김남영 2022. 7. 1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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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걸린 적 없는 ‘네버 코비드족’인 4년차 회사원 강모(27)씨는 이달 초부터 다시 ‘집콕’을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자 지난 3월부터 사적 모임 등을 재개했지만, 다시 자발적 단절로 돌아온 것이다. 가능한 날에는 재택근무를 신청하고, 팀 회식에도 빠지고 있다. 친구들과의 모임도 대부분 미루거나 취소했다. 강씨는 “‘벌써 예민하게 군다’는 말도 듣지만, 가족 중에 기저 질환자도 있어 미리 조심하고 있다”며 “여름휴가도 미룰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사적 모임을 자제하고 여름휴가도 미루는 ‘집콕족’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 4만명대에 진입하면서 ‘자발적 거리두기’를 하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4만342명을 기록한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시 돌아온 코로나에 모임 취소

초3‧초6 자녀를 둔 학부모 이모(42)씨는 “작은 아이 학원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고 해서 불안하다”며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잡아둔 부부동반 모임이 있었으나 아이들 감염 우려도 있어 모임에 나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17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6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4만342명이다. 일주일 전인 10일(2만410명)보다 2배 많은 수치로 ‘더블링’ 현상이 계속됐다. 오미크론 하위 변이 중 하나인 BA.2.75(일명 켄타우로스)의 확진자가 지난 14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최근 감염자의 상당수가 지난 2년 코로나19 확진 이력이 없다는 점, 기존 백신으로 원하는 만큼의 예방 효과를 얻기 어렵다는 점 등도 집콕족이 느는 이유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새 변이 BA.2.75가 나타나면서 환자 발생 규모가 30만명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며 “방역 대책이 느슨해지고 생활지원금 등 제도도 축소되면서 ‘숨은 감염자’로 인해 집계보다 실제 감염자 수가 더 많을 수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1주일간 서울 유·초·중·고 학생 확진자 수는 모두 2587명이었다. 직전 주 988명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코로나19뿐만 아니라 고물가 걱정도 ‘집콕’이 이어지는 이유다. 항공료, 유류비, 식비 등 휴가비 지출이 커짐에 따라 해외는 물론 국내 여름휴가 자체도 포기하는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전년 동월 대비 국내단체여행비는 31.4%, 국내항공료는 19.5%, 국제항공료는 21.4% 올랐다.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백모(45)씨는 “4인 가족이 바다만 다녀오려고 해도 수백만 원은 쓰게 된다”며 “생활비도 아쉬운데 휴가 가는 것도 사치라 올해도 집에 있기로 했다”고 말했다.


소비심리 얼어붙어…“구매력 떨어졌다”


1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상추를 비롯한 채소들이 진열되어 있다. 올해 봄 가뭄이 길게 이어진 데다 때 이른 무더위와 장마 등 기상이변의 영향으로 작황이 좋지 않은 채소·양념류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뉴스1

‘집콕족’이 늘면서 대중 소비심리 둔화에 따른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 6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4로 5월(102.6)보다 6.2포인트 떨어져 2021년 2월(97.2) 이후 1년 4개월 만에 처음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다. 소비자심리지수는 기준값을 100으로 두고 이보다 높으면 소비심리가 낙관적, 낮으면 비관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달 들어 경제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국내 소비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389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3분기 경기전망지수’에 따르면 기업의 절반 이상인 52.3%가 소비 위축을 불안 요인으로 지목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산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왔기에 소비자들 입장에서 구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서민경제 타격이 큰 상황에서 서민들은 일상소비 외의 소비를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 위축에 이은 경기 둔화라는 악순환이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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