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이 만든 기관 간판 내리나..서울시 산하 기관 통폐합설에 '술렁'
서울시 산하 투자·출연기관이 통폐합설에 술렁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2일 언론 인터뷰에서 “기능이 비슷하거나 중복된 곳을 중심으로 최소 3~4곳을 통·폐합하겠다”는 구상을 밝히면서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10월부터 경영효율화 용역을 진행 중이다. 성과가 별로 없는 산하기관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이와 별도로 서울시는 지난 3월 서울시 산하 투자·출연기관을 대상으로 조직·인력 운영이나 경영 효율화 방안을 제출하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오는 10월 경영효율화 용역 결과가 나온다”며 “윤석열 정부가 대대적인 조직진단을 통해 공무원 정원 재배치 등 구조조정을 예고한 상황에서 일부 산하기관 통폐합이 경영효율화에 유리하다는 결과가 나오면 용역 결과를 적극적으로 참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경영효율화 용역에서 효율성이 낮은 일부 기관은 간판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무중복·옥상옥 논란 휘말리기도
다만 출범 이후에도 업무 중복 논란을 벗어나지 못했다. 주요 시책과제를 학술적으로 연구하는 서울연구원이 1992년부터 정책 과제를 수행하고 있어서다.
이에 대해 서울기술연구원은 “서울연구원이 인문·사회과학 분야에 특화한 정책 연구를 수행한다면, 서울기술연구원은 과학기술 분야에 특화해 도시 문제 해결 방안을 연구한다”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공공보건의료재단은 ‘옥상옥’ 논란에 휘말려 있다. 공공보건의료재단은 서울시 자치구별 보건소 등 70여개 보건기관과 12개 서울시립병원을 관리하는 서울시 출연기관이다.
이곳은 박원순 전 시장 시절인 2017년 7월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을 재단으로 전환했다. 1급 감염병인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이 국내서 확산하면서 공공의료 정책 비중이 커진 게 계기가 됐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고 보건소·서울의료원 역할이 커지면서 위상이 애매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지남주 공공보건의료재단 도시보건정책본부 정책소통팀장은 “서울 시립병원이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건강 정책 방향을 도출하는 등 30개 세부사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용역 결과 나오면 통폐합 검토”
서울50플러스재단은 허술한 예산 운용 문제로 지적당하기도 했다.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2019년 활동비를 지급하면서 소득세 원천징수를 하지 않거나, 예산 전용 사례 등 23건을 적발했다.
김은정 서울50플러스재단 홍보협력팀장은 “오세훈 시장이 취임 후 중장년층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부서(인생이모작지원과)를 폐지하고 해당 업무를 다른 부서(평생교육국)로 이관한 사실은 알지만, 통폐합은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 26개 투자·출연기관 중 10개는 박원순 전 시장 때 설립했다. 통폐합설이 거론되는 서울기술연구원·공공보건의료재단·서울50플러스재단은 모두 박 시장 시절인 2016년~2018년 만들었다. 서울시의 투자·출연기관 출연금은 2042억여원(2011년)에서 6310억여원(2021년)으로 증가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어떤 기관을 통폐합할지 정해지지 않았고, 오세훈 시장도 특정 기관을 염두에 두고 언급한 건 아닌 것으로 안다”며 “효율성이 낮은 기관의 효율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의 하나로 통폐합이 유리하다는 용역 결과가 나온다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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