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난민' 수만명..佛·스페인·포르투갈 폭염에 사망자 속출
스페인·포르투갈 등 남부 유럽을 중심으로 섭씨 40도가 넘는 이상 폭염이 며칠째 이어지며 관련 사망자가 속출하고, 산불까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각국 정부는 수만 명에 긴급 대피령을 내리는 등 비상 대응에 나서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시작된 폭염으로 프랑스·스페인·포르투갈·그리스 등에 몇주째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산불이 발생한 프랑스 남서부 지롱드 지역에 이날까지 주민 1만4000여 명이 긴급 대피했고, 소방대원 1200명이 산불 진화에 나섰지만, 산림 피해 규모는 지난 15일 7300헥타르(73㎢)에서 이날 오전 1만 헥타르(100㎢) 이상으로 확대됐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전국 96개 지역 가운데 38개 지역에 황색(Orange) 폭염 경보가 내려졌다. 지롱드 지역의 한 주민은 AFP통신에 "지구 종말 이후 세상 같다"며 "생전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광경"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서부 폭염은 오는 18일 40도에 육박하며 절정에 이를 전망이다.
스페인은 한낮 최고 기온이 섭씨 45.7까지 치솟았다. 스페인 국립보건연구기관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지속된 폭염으로 360명이 온열 질환 등으로 사망했다. 극심한 산불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현지 비상대책본부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 말라가와 그 근교 도시 미하스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주민 3000명 이상이 대피했다고 전했다. 이 화재로 산림 7400헥타르(74㎢)가 불에 탔다. 18대의 소방 헬기와 200명의 소방관이 투입돼 화재를 진압 중이다. 스페인 서부와 중부 지역 곳곳도 화염에 휩싸였다.
포르투갈 역시 한낮 최고 기온이 섭씨 4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보건당국은 지난 7~13일 폭염으로 238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이들 대부분은 기저 질환이 있는 노인이라고 밝혔다.
폭염으로 인한 산불 피해도 크게 늘었다. 현지 국영방송 RTP는 올 초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3만9550헥타르(약 395㎢)에서 산불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으로, 이 중 3분의 2는 최근 일주일새 일어난 화재에 의한 것이다.
포르투갈 북동부 지역에서는 산불 진화 작업에 동원된 소방 항공기가 추락하며 조종사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크로아티아·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에서도 산불 피해가 속출했다.
폭염의 기세는 영국으로 번지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 15일 수도 런던을 포함한 전역에 폭염 최고 단계인 '적색경보'를 발동하고,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영국이 적색 폭염 경보를 발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 기상청은 오는 18~19일 영국 기온이 사상 처음으로 40도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19년 케임브리지에서 측정된 영국 역대 최고 기온인 38.7도를 넘어서는 수치라고 AP가 전했다.
이에 대해 기후 전문가들은 "올해 이례적으로 토양이 건조해지면서, 유럽의 여름철 대형 화재가 예년보다 일찍 찾아왔다"고 분석했다. 가디언은 "대형 산불은 기후 이변에 따른 극단적인 폭염이 주요인"이라고 전했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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