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프로파일러가 성폭력" 폭로한 여성들..당사자는 부인 [이슈추적]

김준희 2022. 7. 1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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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이미지. 중앙포토


전북경찰청 "감찰 착수…일부는 수사 전환"


TV 프로그램에 수차례 출연한 유명 프로파일러가 무허가 민간 학술단체에서 간부로 활동하면서 공인되지 않은 자격증을 발급하고 여성 회원들에게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전북경찰청은 17일 "과학수사계 소속 A경위(50)에 대해 감찰에 착수했고, 조만간 대기발령 조처를 내릴 방침"이라며 "자격증 발급 관련해선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서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A경위가 '공무원 신분으로 허가받지 않은 영리 업무를 해선 안 된다'는 국가공무원법상 '겸직 금지 의무'를 어긴 것으로 보고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경찰에 따르면 A경위는 2007년 프로파일러 특채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최면수사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얼굴과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최근 "A경위가 2020~2021년 본인이 활동하는 학회 회원들을 사무실과 차량·모텔 등에서 억지로 껴안거나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전북경찰청이 발칵 뒤집혔다.

전북 전주시 효자동 전북경찰청 전경. 사진 전북경찰청


"'오빠라고 불러' '대시해' 강요" 주장


경찰 조사 결과 A경위는 2013년부터 최근까지 약 10년간 최면심리 등을 공부하는 학회에서 이사 신분으로 활동하면서 임상최면사 자격증 교육 프로그램을 맡았다. A경위는 학회 회원들에게 교육비를 받고 공인되지 않은 자격증을 발급해 왔다. 해당 학회는 소속 기관의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들은 "유부남인 A경위가 미혼인 여성 회원 일부에게 안마를 강요하거나 손을 잡는 등 성추행하고 자신의 논문 대필이나 사적 심부름을 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A경위가 자신의 권위와 유명인과의 친분 등을 앞세워 회원들의 심리를 통제하는 이른바 '가스라이팅'을 했다"는 취지다. 가스라이팅은 타인의 심리와 상황을 조작해 자신을 의심하게 해 무력화시킨 후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사이비 종교 교주 같다" 가스라이팅 의혹


경찰 안팎에서는 "A경위가 심리상담사가 되기 위해선 성격을 바꿔야 한다며 '오빠'라고 부르라거나 '애교를 부리고 나에게 대시하라'고 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A경위가 본인 신체 중요부위 사진을 휴대전화로 보낸 뒤 일부 여성 회원에게 가슴 등 신체 일부를 찍어 보내라고 강요했다는 의혹도 있다. 불안장애를 앓던 한 여성 회원에게는 '성욕을 풀지 못해 아픈 것'이라며 치료 방법이라면서 음란물을 보게 하거나 최면 공부를 이유로 모텔로 불러내 수차례 성폭행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성폭력 그래픽. 김경진 기자


피해자 측 "불이익받을라…부당한 요청 거절 못 해"


피해자들은 A경위 행위가 부당한 줄 알면서도 이를 문제 삼으면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의혹이 불거지자 전북경찰청 감찰계는 A경위를 불러 조사했다. A경위는 내부 조사에서 "편집증과 피해망상증이 있는 일부 회원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안마 등을 해줬을 뿐 성추행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노동 착취와 논문 대필 의혹 등도 부인했다. 신체 사진 등을 요구한 의혹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A경위 "거짓 주장…가슴 사진 요구는 기억 안 나"


성폭행 주장에 대해선 "해당 회원이 먼저 나를 좋아했다"며 "성관계를 한 건 맞지만, 합의 하에 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A경위의 동료 경찰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A경위가 해당 학회에서 활동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고, 알아보니 거기서 상담도 하고 개인적인 일도 본 것 같다"며 "회원 중에 현직 경찰관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학회 회원은 대부분 심리학을 전공한 석·박사"라며 "외부 광고를 통해 순경 공채를 준비하는 일반인을 모은 게 아니다"고 했다.

경찰 로고. 연합뉴스


경찰 "고소해 달라 설득 중…피해자 '경찰 못 믿어'"


이 때문에 경찰 내부에서는 A경위가 청문감사실이나 피해자 보호 관련 임기제 공무원 특채를 준비하는 회원을 노린 것으로 보고 있다.

A경위는 아직 직위해제 전이다. 경찰은 현재 피해자들과 접촉을 시도하며 하루속히 고소해 줄 것을 설득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직위해제는 혐의가 나와야만 할 수 있는 징계 종류"라며 "문제가 된 행위를 했다는 것을 A경위만 조사한다고 해서 알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성범죄 관련 의혹은 피해자가 수사를 원치 않으면 나중에 2차 피해 등의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어서 경찰이 먼저 수사에 착수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정작 피해자들은 경찰을 믿지 못하고 검찰에 고소하겠다고 해서 답답하다"고 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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