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팬데믹 대응 WB금융중개기금 설립 환영, 韓 3000만弗 지원"

발리(인도네시아)=김혜원 2022. 7. 1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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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성명(코뮈니케) 채택 불발..우크라 사태 이견으로 의장 성명 요약문으로 대체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발리(인도네시아)=김혜원 기자] 오는 9월 세계은행(WB) 내 출범 예정인 미래 팬데믹 대응 재원을 위한 금융중개기금(FIF)에 우리 정부가 3000만달러(약 40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추 부총리는 15~16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해 "팬데믹 시대 대비를 위한 첫 걸음으로 WB 이사회의 FIF 설립(안) 통과를 환영한다"면서 "G20의 적극적 지지를 촉구하며 FIF에 대해 우리 측도 3000만달러를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FIF 의사결정 구조가 수혜국의 충분한 참여를 보장하면서도 기여국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점과 논의 과정에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충분한 기술적 조언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나라 외에도 이탈리아(1억달러), 중국(5000만달러), 아랍에미리트(UAE·2000만달러), 일본(1000만달러·초기) 등이 지원 계획을 알렸다. 회원국들은 9월 설립을 위한 조속한 후속 조치를 추진할 것을 WB에 촉구했다.

이번 회의에는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대다수가 대면으로 참석했다. 세계경제, 세계보건 등 총 7개 세션에서 예정된 시간을 초과하면서까지 열띤 토론이 이뤄졌다. 다만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합의문(Communique·코뮈니케)은 세계 경제 불확실성 확대 원인에 대한 회원국 간 이견으로 의장 성명 요약문(Chair’s Summary)으로 대체됐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의견이 엇갈리면서 합의 내용을 담은 공동 성명을 채택하지 못한 것이다. 추 부총리는 폐막 후 취재진과 만나 "공동 성명 합의 도출이 실무 선에서부터 난항을 거듭했고 결국 불발됐다"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부분이 큰 걸림돌이 됐다"고 전했다.

회원국들은 코로나19 여파가 계속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등으로 4월 재무장관 회의 이후 회복세가 크게 약화됐다는 데 공감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공급망 차질, 식량·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으며 저소득국과 취약계층에 상대적으로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와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를 직접 겨냥한 서방 국가의 강도 높은 비판이 나왔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현재 세계가 직면한 경제위기의 책임은 전적으로 러시아의 잔인하고 불공정한 전쟁 때문이라며 강하게 성토했으며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재무장관도 "전쟁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장군들뿐 아니라 전쟁이 일어나고 지속되게 하는 경제 관료들도 마찬가지"라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한 만큼 전쟁 범죄의 책임이 있다고 비난했다. 이번 회의에 초대된 제르히 마르첸코 우크라이나 재무장관은 러시아에 대해 "더 가혹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다른 G20 대표들은 러시아의 비난에 동참하지 않았다. 지난 4월의 재무장관 회의나 지난 8일 외교장관 회의때처럼 보이콧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추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세계 경제가 원자재·곡물 가격 상승, 인플레 위협 확대, 금융시장 불안 고조 등 복합위기 상황에 있다"고 진단한 뒤 자유무역, 다자 경제통상 플랫폼을 통한 세계경제 상호연결성 강화, 선진국·개도국의 균형 발전을 위한 통화정책 정상화의 면밀한 조율, 기후변화, 디지털 전환 등 지속성장을 위한 구조적 노력 병행을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공동의장직을 수행 중인 국제금융 체제 세션에서 회원국들은 저소득국 부채 취약성 악화를 우려하면서 취약국 채무 부담 완화 노력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한 지난 5월 국제통화기금(IMF)에 설립된 회복지속가능기금(Resilience and Sustainability Trust)이 올해 IMF 연차총회까지 정상 가동되길 촉구하고, 다자개발은행의 대출 재원 여력을 확대할 것을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글로벌 자본이동 변동성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 회원국 간 명확한 소통과 정책 공조 필요성을 언급했다. 또한 취약국 채무 구제 절차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 등 가시적 성과 도출 노력을 촉구하고 자본 적정성 검토 등 다자개발은행의 대출 역량 확충을 지지했다.

지속가능금융 세션에서는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축소 등에 대응한다는 G20의 약속을 재확인했으며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국가별 여건을 감안한 가격, 비가격 수단을 망라한 최적 정책 조합의 중요성을 인정했다. 추 부총리는 세계 경제 회복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나 지속가능한 경제를 위한 탄소중립 추진이 계속돼야 한다면서 탄소중립 전환에서의 가격·비가격 정책 간 최적 정책 조합 마련을 촉구했다. 또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G20 전환금융 프레임워크 마련을 환영했다.

마지막 국제조세 세션에서 회원국들은 디지털세 필라1·2의 신속한 이행 약속을 재확인하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필라1 주요 쟁점 논의의 조속한 마무리를 촉구했다. 추 부총리는 이중과세 제거 등 세부 쟁점이 논의 중인 디지털세 필라1과 관련, 단계적 도입을 통해 연착륙을 유도하는 등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행 단계에 접어든 필라2에 대해서도 효과적 이행체계 수립 필요성을 설명하고 우리나라의 입법 진행 상황도 소개했다.

우리 정부는 이번 회의를 통해 세계 경제 동향과 전망에 대해 인식을 공유하고, 팬데믹·기후변화 대응 등 주요 글로벌 현안에 대한 주요 7개국(G7)·중국 등 주요국의 입장을 확인했다. 기재부는 향후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규제 혁파를 통한 경제 활력 제고, 구조 개혁을 통한 경제 체질 개선 등 경제 정책 방향 주요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고 관계부처 논의를 거쳐 G20 주요 쟁점에 대한 우리 입장을 마련해 오는 10월 G20 재무장관회의와 11월 G20 정상회의에서 우리 입장이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발리(인도네시아)=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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