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이끌던 독일 경제 '경고음'..EU 위기감 고조
성장동력이던 독일 경제 둔화 우려
유럽 경제 하방압력…EU 결속력 약화하나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유럽 경제를 이끌던 독일 경제가 대폭 둔화될 것으로 우려되면서 유로존의 경제 하방압력이 강화되고 있다. 경제 위기가 심화할 경우 유럽연합(EU)의 결속력이 약화하는 등 정치적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 따르면 전 세계 주요국 가운데 올해 독일의 경제 둔화가 두드러진다. OECD는 지난달 독일의 경제 성장률 전망을 기존 4.1%에서 1.9%로 2.2%포인트 하향조정했다. 이는 G7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내려잡은 것이다.
견조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당초의 기대와 달리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독일 경제 회복은 여타 유럽 국가들에 비해서도 뒤쳐지는 모습이다.
특히 독일의 무역수지는 1991년 이후 30여년만에 처음으로 적자전환했다. 5월 수출은 전월대비 0.5% 감소한 반면, 수입은 2.7% 증가하며 무역수지는 10억유로 적자를 나타냈다. 무역수지는 전월(31억 유로), 전년 동월(134억유로) 대비 크게 악화한 것이다.
이에 독일 내부에서도 독일 경제가 통일 이후 가장 어려운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위기가 장기화 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경제 재제 여파로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제대로 공급받기 어려워진 상황이 최대 악재로 꼽힌다. 쵝느에는 노르트스트림1 재가동에도 의문이 제기되며 관련 공급이 증가하지 않을 경우 올해 중 가스 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대된다. 독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에 따른 전쟁 이후 가스 비상계획을 시행하고 있으며, 6월 말에는 경보 단계를 조기경보(1단계)에서 비상경보(2단계)로 상향했다.
가스공급 부족이 현실화 돼 위급경보(3단계)가 발령될 경우, 에너지 백ㅂ제 시행으로 가스를 연료나 생산원료로 사용하는 기업이 상당히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기업은 에너지 부족에 대비해 공장을 다른나라로 이전하는 방안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독일은 수출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해 왔으나, 글로벌
경기둔화·침체, 공급망 차질 해소 난망 등으로 수출 부진이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정책 긴축으로 전세계 경제성장 둔화에 따른 대외수요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간 독일의 대중(對中) 교역 의존도가 높아져 온 만큼, 중국의 봉쇄조치 재돌입, 경기둔화 등은 독일 경제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유로존 경제의 성장동력인 독일의 경제가 둔화될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이며, 이 경우 유럽 전체로 경제 하방압력이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독일 경제가 유로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9% 수준이다. 코로나19 재확산, 전쟁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유럽 여타 지역의 경제 여건 역시 좋지 못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여지가 있다.
이러한 경제 전망 악화는 EU의 결속력을 약화시키는 정치적 리스크로도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내부에서 남유럽 지원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ECB 통화 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절화 위험을 수습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소지가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이미 이탈리아에서 격화하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최대 정당인 오성운동(M5S)이 260억유로의 민생지원 법안과 연계된 상원의 내각 신임 투표를 보이콧 하자 사임 의사를 밝혔다. 주세페 콘테 전 총리가 이끄는 오성운동은 그동안 에너지 위기·물가 상승에 직면한 민생 지원책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등을 놓고 드라기 총리와 각을 세워왔다.
독일은 내년부터 ‘채무 제동(debt brake)’ 규정에 따라 공공 지출을 줄일 예정인 만큼, 남유럽 국가들에 대한 재정지원을 달갑게 여기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유럽 전역에서 EU에 회의적인 정당들이 득세하면서 난민·우크라이나 정책 등 주요 사안에 대한 EU 회원국 간 의견 조율에 난항이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에서의 식량 부족 등으로 난민이 증가하는 가운데, 공조적인 전략의 부재는 회원국 간 분열을 촉발할 소지가 있다. 또한 경제전망 악화 속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전쟁에 접근하는 방식에 대한 회원국 간 갈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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