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후 "안면마비 탓" 허위진단서 낸 경찰..감형된 까닭

김수민 2022. 7. 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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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인천의 한 경찰관인 A(51‧가명)씨. 그는 지난 2013년 7월 25일 밤 11시 20분 쯤 인천 미추홀구에서 승합차량을 몰다가 도로를 건너던 피해자(여‧17)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들이받고 달아났다.

그는 뺑소니 사건으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되자 자신은 당시 몸이 아파서 자리를 뜬 것으로 고의로 사고 현장을 달아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로 마음먹고 평소 알고 있던 한의사를 통해 가짜 진료기록부를 떼서 제출하기로 했다.

A씨는 불과 사고 시간으로부터 20분 지난 시간부터 다음날 새벽 12시 40분까지 이 한의원에서 ‘우측 신경마비’ 증상으로 진료를 받아 사고 현장을 뜰 수 밖에 없었던 것처럼 꾸민 허위 진단서를 떼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한의사는 “우측안면 신경마비로 한의원에 급하게 왔으며 환자의 증상으로는 우측 눈의 눈꺼풀이 마비됐고 올라가지 않아 우측 눈은 앞을 볼 수 없었으며 우측 볼살은 우측 귀가로 떙겨져 있어, 침이 계속 흐르고 있었다”는 내용의 진단서를 발급해줬다.

그리고 A씨는 이를 경찰에 제출하고 “사고 이후 심한 안면마비로 인해 지인에게 사고처리를 맡기고 병원으로 간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또 징계 심사가 진행 중이던 행정안전부 소청심사위에도 진단서를 제출했다.

이에 A씨는 뺑소니 사건을 일으킨 것은 물론 형사사건 관련 증거를 위조하라고 시키고, 뺑소니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 등의 업무를 위계로 방해한 혐의(특가법상 도주차량, 위계공무집행방해, 증거위조교사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법원은 A씨의 혐의 모두를 “유죄”라고 봤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년을, A씨를 도와 허위진단서를 발급한 한의사에겐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했다. 2심에서는 형이 다소 깎여 A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A씨가 이 뺑소니 사건 이외에도 받았던 별도 혐의 중 일부가 무죄로 뒤집혔기 때문이다.

A씨는 경찰직원용 휴대폰으로 한 지명 수배자의 수배 내용을 조회하고 주민등록번호와 죄명, 공소시효, 수배하는 경찰서 등의 정보를 확인하고 사진을 찍어 지인에게 수배내역 등을 알려준 혐의를 받는다. 해당 행위에는 공무상비밀누설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항소심 재판에서는 이같은 별건 혐의는 A씨 지인의 휴대전화 탐색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한 정보여서 따로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면 영장주의에 위배되는 건 아닌지가 쟁점이 됐다.

이에 대해 2심 재판부는 “영장주의에 위배되어 수집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할 것”이라고 봤다.

별도의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라면, 수사기관은 더 이상의 추가 탐색을 중단하고 법원에서 별도의 혐의사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경우에 한하여 그러한 정보에 대하여도 적법하게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는 지난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에 따라서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 역시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과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이같은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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