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담뱃불, 이상하네.. 울진산불 방화범 색출 제자리

김재산 2022. 7. 17.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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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군, 발화 1시간 전까지 현장 지난 차량 14대 조사했지만 연관성 못 밝혀
경북 울진군은 지난 3월 16일 발화 현장인 북면 두천리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북경찰청, 울진경찰서, 산림과학원, 산림청,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와 합동 감식을 벌였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지난 3월 4일 발생해 열흘 동안 서울시 면적의 35%에 이르는 2만여 ㏊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든 경북 울진 산불의 발화 원인 규명이 전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산불이 발생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산림 당국은 화재 원인을 밝히고 실화자(방화자)를 추적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산림 당국은 이번 산불이 차량에서 던진 담뱃불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발화 원인을 조사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아무 것도 밝혀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울진군 산림힐링과 관계자는 “발화 시각 1시간 전까지 현장을 통과한 차량 14대의 운전자와 동승자들을 전원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를 했지만, 이들에게서 실화나 방화로 연결할만한 혐의나 가능성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고 17일 밝혔다.

울진군은 지난 3월 16일 오전 11시부터 발화 현장인 북면 두천리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북경찰청, 울진경찰서, 산림과학원, 산림청,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와 합동 감식을 벌였다.

산림 당국 등은 산불이 발생한 4일 오후 해당 지점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한 결과, 도로변에서 불이 맨 처음 발생했기 때문에 담뱃불 등 불씨에 의한 실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 3월 4일 경북 울진에서 시작돼 강원 삼척까지 번진 초대형 산불은 213시간 43분 동안 산림 2만여 ㏊를 태우고 13일 꺼졌다. 야간산불진화 모습. 경북도소방본부 제공

이에 따라 당초 울진군은 경찰의 도움을 받아 발화 시점 전후로 발화 지점 인근을 지나간 차량 4대의 번호와 차종을 파악한 데 이어 차주 주소지를 확보해 경찰과 함께 조사에 나섰다.

군은 해당 차량 블랙박스 등도 확보한 가운데 운전자와 동승자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를 벌였지만, 4대의 차량 운전자와 동승자들 가운데 흡연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에 진척이 없자 울진군은 발화시각 기준으로 1시간 전까지 수사 범위를 넓혀 당시 현장을 통과한 차량 10여대를 추가로 확보하고 이들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를 벌였다.

울진군 관계자는 “추가로 조사한 차량 10대 가운데 1대의 탑승자가 흡연자로 확인돼 참고인 조사를 연이어 실시했지만 본인이 혐의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는 데다 실화(방화)를 입증하거나 범죄 사실과 연관시킬 만한 아무런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산불감식 전문가의 자문까지 받았지만, ‘문제의 흡연자가 설령 담배꽁초를 버렸다고 해도 이 행위가 산불 발생과 직접적인 연관 있는 것으로 연결하기엔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군은 “지속적으로 탐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수사를 계속하고 있지만 화재 원인을 밝혀내거나 실화자(방화자)를 색출해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며 “수사가 장기화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내다봤다.

경북도 산림관계자는 “수사에 진척이 없어 답답하기 그지없다. 안타까운 것은 산불 실화자(방화자)에 대한 현행 처벌 법규가 솜방망이라는 것이다. 사법기관에서 이들에 대한 징계수위를 대폭 올려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이들을 일벌백계함으로써 대국민 경각심을 높이지 않고서는 절대 산불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산불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울진 4개 읍·면, 삼척 2개 읍·면 주민들이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었다. 사진은 산불 당시 피해를 입은 북면 나곡3리 해변 모습. 경북도 제공

지난 3월 4일 경북 울진에서 시작돼 강원 삼척까지 번진 초대형 산불은 213시간 43분 동안 산림 2만여 ㏊를 태우고 13일 꺼졌다. 산림청이 집계한 1986년 이후 ‘가장 오래 지속된 산불’이란 기록을 남겼다. 이번 울진·삼척 산불은 4일 오전 11시 17분 울진군 북면 두천리의 한 야산에서 발화해 13일 오전 9시쯤 주불 진화가 완료됐다.

산불 피해 추정 면적은 2만923㏊(울진 1만8463㏊, 삼척 2460㏊)로 서울 면적의 약 35%에 이른다. 2000년 동해안 산불(2만3794㏊)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기간이 겹치는 강릉·동해 산불 피해 면적(4000㏊)을 포함할 경우 피해 면적은 2만4923㏊로 역대 최대가 된다. 다만 산림청은 두 산불 피해를 별개로 집계하고 있다.

진화에 투입된 자원도 기록적이었다. 산림청은 10일 동안 누적으로 1212대의 헬기를 투입했다. 화재 발생 9일째인 12일에는 울진에 헬기 87대가 동시에 투입돼 검붉은 화염에 휩싸인 응봉산에 물을 뿌렸다. 산불로 단일 지역에 헬기가 이렇게 많이 투입된 것은 처음이다.

산불진화 차량과 소방차 등 누적 6180대의 장비와 산불진화대와 공무원, 군인, 소방관, 경찰 등 6만9698명(연인원 기준)도 진화에 투입됐다.

인명피해는 다행히 없었지만 울진 4개 읍·면, 삼척 2개 읍·면 주민들이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었다. 이번 산불로 주택 319채와 공장 및 창고 154곳, 농·축산시설 139곳, 종교시설 31곳 등 모두 643개 시설이 잿더미가 됐다. 이재민 337명도 발생했다.

울진=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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