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美 중동 기반 강화..中·러가 채우도록 두지 않을 것"(종합)

이현우 2022. 7. 17.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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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美 국익과 긴밀한 관계"..적극적 리더십 강조
석유증산·지역안보 문제 구체적 성과없어..'빈손' 순방 논란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중동 아랍국가들을 향해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의지를 약속하며 중국과 러시아의 세력이 침투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이어져온 중동지역에 대한 출구전략을 중단하고,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다시 강화할 방침임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순방 최대 이슈였던 석유 증산 문제나 아랍국가와 이스라엘간 관계 개선 등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지 못하면서 임기 첫 중동 순방은 '빈손'으로 끝났다는 논란이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 핵심 지지층의 이탈 요인으로 지적된 인권문제를 감수하면서까지 이번 중동순방을 강행한만큼, 정치적 후폭풍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16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 제다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3 정상회의'에서 "세계가 더 경쟁적이 되고 우리가 직면한 도전이 더 복잡해지면서 중동이 미국의 국익과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는 것이 더 분명해졌다. 미국은 중동 지역을 떠나 그 공간을 중국, 러시아, 이란이 채우도록 두지 않을 것"이면서 "중동 지역에서 미국은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파트너로 남을 것이다. 미국은 적극적이고 원칙 있는 리더십을 바탕으로 지역 내 기반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를 준수하는 국가들과 협력 강화 ▲ 호르무즈 해협 등 중동 지역에서 항해의 자유 보호 ▲ 중동 지역에서의 긴장 완화 추구 ▲ 중동 지역 국가와 정치, 경제, 사회적 협력 추구 ▲ 인권 보호 추구 등 중동 정책의 5대 원칙을 직접 소개했다. 중동국가들에게 미국이 중동에서의 출구전략을 멈추고 다시 적극적인 군사개입에 나서겠다고 재차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GCC + 3 정상회의에는 GCC 회원국(사우디,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바레인, 오만, 쿠웨이트)에 더해 이집트, 이라크, 요르단 등 3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특히 이번 회의를 주도하는 사우디에서는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 대신 실권자로 알려진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참석했다.

다만 이번 정상회의에서 석유 증산이나 이스라엘을 포함한 지역 안보 협력 강화 문제 등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지 못하면서 빈손 순방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제적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충분한 공급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데 우리는 동의했다"면서 "에너지 생산업체들은 이미 증산했으며 향후 수개월간 벌어질 일에 대해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사우디와 중동국가들로부터 얼마나 증산을 약조받았는지 구체적 수치는 제시되지 않았다.

사우디 역시 추가 증산은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날 회의에서 "사우디는 이미 최대 생산 능력치인 하루 1300만 배럴까지 증산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를 넘어서는 추가 생산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무장관도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원유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순방의 핵심사안 중 하나로 거론했던 이란 핵문제에 대한 대응 협력도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특히 미국정부는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의 관계 정상화를 토대로 이란의 위협에 공동 대응하는 연합 방공망 구축을 추진해왔으나 정상회담에서 이런 논의는 없었다고 사우디 정부가 밝혔다.

인권문제에 대한 강한 반발에도 이번 순방을 강행한 바이든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인 후폭풍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회의에서 인권문제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나 역시 수년간 수많은 비판을 받고 있고 그것이 즐겁지는 않다"면서 "그러나 자유롭게 발언하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능력이 혁신을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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