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꼴" 질색한 이준석·박지현..MBTI로 보니 최악 궁합

윤지원 2022. 7. 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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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하는 이준석 대표와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 연합뉴스

한때 양 당의 간판이었지만, 나란히 정치적 위기에 내몰린 두 청년이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1985년생)와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장(1996년생) 얘기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4일 라디오에서 “선거 때는 젊은이들 잔뜩 갖다 써놓고 지금은 찬밥”이라며 이 둘의 공통된 처지를 지적하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박 전 위원장에게 ‘여자 이준석’이란 수식을 붙일 정도로 서로 닮은 꼴로 여겨진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들은 비교 자체를 꺼린다. 박 전 위원장은 11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자신이 ‘여자 이준석’이라 불리우는 것에 대해 “기분 나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자기의 권력을 위해 투쟁하는 모습을 더 많이 보였다. 저는 서로 배려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그런 사회를 지향한다”며 차이점을 강조했다. 이 대표 역시 지난 3월 방송 인터뷰에서 박 전 위원장을 향해 “안티 이준석을 정체성으로 삼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직격했다.

두 사람의 이런 거리는, 두 사람의 MBTI(Myers-Briggs-Type Indicator) 성격지표를 통해 설명이 가능하다. 이 대표의 MBTI는 ESTP(모험을 즐기는 사업가)인 것으로 공개돼 있다. 박 전 위원장의 MBTI는 공개된 바는 없지만 주변 측근들에 따르면, ENFP(재기발랄 활동가)라고 한다. 이 대표와는 상극에 가까운 성격이다 .

성격 유형 검사인 MBTI는 외향(E)-내향(I), 감각(S)-직관(N), 사고(T)-감정(F), 판단(J)-인식(P)등 큰 틀에서 4개의 대극(對極) 성향을 조합해 총 16가지 유형으로 성격을 나눈다. 개별 성격 유형은 네자리 문자로 구성되는데, 가운데 두자리 문자(ST, SF, NT, NF)가 성격을 결정짓는 ‘핵심 기질’이다. 이 대표와 박 전 위원장은 각각 ST와 NF로 핵심 기질부터가 엇갈리는 셈이다.


이준석, 누구보다 지름길을 빨리 찾는 ESTP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새벽 국회에서 열린 이 대표의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 관련 사안을 심의하는 당 중앙윤리위원회에서 진술을 마치고 회의실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준석 대표가 속한 ESTP유형은 경험을 중시하는 ‘현실주의자’로 요약된다. 최고로 중시하는 가치는 ‘생산성’그 자체다. 김재형 한국 MBTI 연구소 부장은 “16개의 성격유형 가운데 ESTP는 ‘Here and Now’(여기 그리고 지금)에 가장 천착하고 그 상황 속에서 최적의 답을 내리는 유형이라 볼 수 있다. 어떤 다른 성향보다도 지름길을 빨리 깨닫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 대표는 기민하게 흐름을 포착하고 논란을 점화시키는 식으로 정치적 체급을 키워왔다. 그는 2020년 인천국제공항 사태 때 ‘공정’ 어젠다를 내세워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에 세게 맞불을 놓았다. 또 여성·청년·호남 할당제 폐지 등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 대한 냉소를 여과 없이 드러내며, 2030 남성들의 정서에 충실히 호응했다.

그 결과 이 대표는 지난해 6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선 ‘30대·0선 당 대표’로 당선되는 파란을 일으킬 수 있었다. 지난 대선에서도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표 공약으로 ‘여성가족부’ 폐지를 관철시키며 2030 남성 팬덤을 이끌었다.


박지현, 누구도 가지 않는 길을 가는 ENFP


박지현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이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에서 인터뷰했다. 우상조 기자
반면 박 전 위원장의 성격인 ENFP는 가능성을 읽어내는 이상주의자들로, ‘진정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또 자신이 관계하는 타인의 잠재력을 누구보다 잘 알아채고, 누구도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호김심이 굉장한 유형으로 꼽힌다.

박 전 위원장의 이런 성향은 정치 입문 전 그의 ‘추적단 불꽃’ 활동에서도 드러난다. 동료 ‘단’과 함께 예명 ‘불’을 내세워 익명으로 활동하며 디지털 성착취 대화방인 ‘N번방 사건’을 공론화했다. 이런 활약상을 토대로 지난 1월 이재명 대선 캠프로 영입됐고, 대선 패배 직후엔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천됐다. 6·1 지방선거 직전 ‘5대 혁신안’을 끝까지 밀어붙이다, 당내 기성 정치인들과 충돌을 크게 빚기도 했다.

김 부장은 두 사람에 대해 “워낙 다른 유형이다보니 시너지를 창출하는 상보(相補) 관계를 형성할 여지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갈등이 발생할 경우, ESTP(이준석)는 ENFP(박지현)에 대해 ‘허황된 소리를 한다’고 여길 것이고, ENFP(박지현)는 ESTP(이준석)에 대해 ‘상황을 모면할려고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네’라고 생각할 것이다. 어느 쪽도 싸움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결코 잠자코 있지 않는 성격”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페이스북 캡처]
다만 공통점도 있다. ‘태도’를 결정하는 첫자리·끝자리가 ‘EP’유형으로 일치한다. 김 부장은 “EP 유형은 기본적으로 모험과 탐험을 좋아한다. 주변에서 권유하는 대로 잠자코 있을 유형들이 아니다”며 “일관된 행동 패턴을 보이기보다 여기저기서 새로운 활동들을 해나가는 변칙성을 보인다”고 했다

실제 두 사람은 정치적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도 광폭 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에서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가 결정된 이 대표는 징계 결정 닷새 만에 광주 무등산에 오른 근황을 전했다. 무등산 등반 전날엔 광주에서 자신의 주된 지지층인 청년들과 만나기도 했다.

박 전 위원장은 지방선거 패배 책임으로 비대위원장직을 사임한 지 31일만에, 차기 당대표 도전을 선언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지난 6일 박 전 위원장이 출마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렸음에도, 박 전 위원장은 출마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마친 후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상선 기자

윤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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