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세로 1m 감옥에 갇힌 남자 "윤 정부에 화난다, 생지옥인데.."
[김성욱 기자]
▲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 유최안(41)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가로·세로·높이 1미터 크기의 철제 '감옥'에 스스로를 가둔 지 25일째 되는 16일, 정부에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유 부지회장이 영상을 통해 언론사 인터뷰에 응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 촬영 금속노조, 영상편집·취재 김성욱 |
"정말 화가 난다. 윤석열 대통령 말대로 법과 원칙이 엄중하다면 지금 조선소는 왜 불법 천지인가. 올바른 정부라면 하청노동자들이 원청에 '합법적으로' 피를 빨리는 생지옥에 대해 문제제기 해야 하는 것 아닌가."
25일째 '감옥' 농성중인 유최안(41)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은 16일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한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며 사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유 부지회장은 "원청인 대우조선은 아무런 결정도 할 수 없는 하청업체를 세워놓고 노동자들 피를 빨아먹어 왔다"라며 "정부가 하청업체 노사끼리 알아서 문제를 해결하라는 건 말장난일 뿐"이라고 했다.
유 부지회장은 이날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지난 14일 이번 파업이 시작된 지 40일이 넘어서야 첫 입장을 내고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노조의 점거행위는 일부 조합원들의 불법 행동"이라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같은 날 "위법한 행위가 계속된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인 15일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통해 "노사 현안은 대화와 타협을 통한 자율적 해결을 지향하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노사를 불문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유 부지회장은 6월 22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내 선박에 설치된 가로·세로·높이 1미터 철제 구조물에 들어간 뒤 스스로 용접을 하고 자신의 몸을 가둔 채 25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키 180cm인 그가 앉은 자세에서도 고개를 완전히 들 수 없는 좁은 공간이다. 그는 주변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식사와 대소변을 해결하고 있다.
유 부지회장은 "회사의 폭력적인 파업 진압을 막고, 노노 갈등을 피하기 위해 '감옥' 농성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싸움을 위해 건강을 포기하긴 했지만, 목을 펴지 못해 계속 아프고 잠을 한 시간 이상 못 자고 있다"고 전했다. 유 부지회장을 비롯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은 지난달 2일부터 ▲5년간 삭감된 임금 30% 회복 ▲노동조합 인정 등을 요구하며 45일째 파업을 하고 있다.
노조 측은 사측이 침입할 것을 우려해 유 부지회장이 있는 선박의 언론 출입도 제한하고 있다고 했다. 인터뷰는 <오마이뉴스>가 보낸 서면 질문에 유 부지회장이 직접 답하는 모습을 노조가 영상으로 찍어 회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유 부지회장이 영상을 통해 언론사 인터뷰에 직접 응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은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 6월 24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이 가로·세로· 높이 1m의 철 구조물을 안에서 용접해 자신을 스스로 가둔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
ⓒ 금속노조 선전홍보실 |
- 지난 6월 22일 철제 '감옥'에 들어가 농성을 시작한 지 25일이 지났다. 현재 몸 상태는.
"관절이 아프다. 잠을 이어서 잘 수 없는 게 가장 힘들다. 좁아서 몸을 못 누우니까. 한 시간 이상 못 잔다. 목을 다 펼 수 없어 목이 계속 아프다."
- 농성에 들어간 이유는.
"노노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지난달 2일 파업을 시작했을 때도 우린 합법적으로 파업하고 싶었다. 그러나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은 폭력으로 파업을 진압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온갖 흑색선전을 동원해 노노 갈등을 유발시켰다. 조합원들이 다치고, 병원에 실려가기 시작했다. 뭘 해서라도 막아야 했다.
회사가 우리에게 일을 시킬 땐 '상생'이니 '가족'이니 했다. 여기 노동자들이 어느 정도로 일하냐면, 여름에 흐르는 땀으로 신발에 물이 가득 찬다. 그렇게 일했는데 파업 딱 시작하자마자 '대우 물건은 만지지도 말고 대우 땅에서 나가라'고 하더라. 우리가 장비를 들고 일했던 그 땅에서."
-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업에 반대하는 원청 노동자 등과 노노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아니다. 노노 갈등이 아니라 노사 갈등이다. 대우조선과 입장을 똑같이 하고 대우조선의 요구대로 움직인다면 그건 사측 아닌가. 회사는 하청노동자들을 인간 이하로 취급한다. 한여름 블록 안에서 일하다 보면 더위를 먹고 픽픽 쓰러지는데, 사람이 3명 쓰러지기 전까진 작업도 안 멈춘다. 엄살 부린다고. 앞도 안 보이고 눈도 아픈 유독 가스 속에서 마스크도 없이 헉헉대면서 일하는 게 우리다. 우리 현실을 모르는 노동자는 없다고 본다."
- 최근 노동부가 이 파업을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인 15일 "노사 현안은 대화와 타협을 통한 자율적 해결을 지향하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노사를 불문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정말 화가 난다. 법과 원칙이 엄중하다면 지금 조선소는 왜 불법 천지인가. 왜 사람들이 죽어나가나. 애초에 정부의 역할이 실종됐기 때문에 생겨난 피해자들에게 탄압을 가한다면 저항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우리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올바른 정부라면 하청노동자들이 '합법적으로' 말도 안 되는 차별을 받으면서 살아가고 있는 이 현실에 대해 먼저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회사가 아무런 결정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을 '하청'이라고 세워놓고 그 사람들을 통해 하청노동자들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이 구조 속에서 '하청업체와 대화해서 해결하라'는 말장난 좀 안 했으면 좋겠다."
- 지난 2일부터 시작된 파업이 45일째를 맞았다. 지난 14일부터는 하청노동자 3명이 단식에 들어갔다.
"정말 안타깝다. 조선소 하청노동자들, 가장 열악한 여건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우리의 요구는 굉장히 소박하다. 우습게도 임금 깎인 것 다시 원상 회복해달라는 것, 그리고 노동조합 인정해달라는 것뿐이다. 거창한 것도 아니지 않나. 이 두 가지도 못 들어주겠다는 이유가 대체 뭔가.
조선소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은 '조선산업이 호황기를 맞이할 테니 조그만 기다렸다가 회사가 잘 되면 그때 요구하라'고 말씀하시더라. 하지만 지금껏 우리에게 호황은 없었다. 조선소가 호황일 땐 하청에 하청에 하청으로 사람들 피를 빨고, 일감이 조금이라도 없어지면 하청업체 폐업시키고 임금 떼먹으면서 수천명씩 잘랐다. 이러니 이젠 호황이어도 조선소에서 일하겠다는 사람들을 못 구하는 거다.
▲ 유최안(41)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가로·세로·높이 1미터 크기의 철제 '감옥'에 스스로를 가둔 지 25일째 되는 16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 응했다. |
ⓒ 김성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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