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인 봉지 246개 꿀꺽, 결국 숨졌다..목숨 건 마약 운반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에서 벗어나 '마약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쓴지 오래다. 유엔은 마약류 사범이 10만명당 20명 미만일 때 마약 청정국으로 지정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2016년 25.2명으로 이 기준을 넘어섰다.
대검찰청 반부패ㆍ강력부가 발간한 ‘2021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이 1만6153명에 달한다. 또 지난해 마약류 밀수 단속 건수는 1054건, 정부 당국이 압류한 마약은 1272kg이다. 2020년 대비 건수는 51%, 적발량은 757%나 증가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최근 국제 마약 조직이 우리나라를 마약 경유지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마약 밀반입도 대량화되고 있다. 마약을 봉지에 넣어 삼키거나 헤어롤ㆍ기저귀로 위장해 몸에 지니는 등 기상천외한 마약 밀수 사례들이 더이상 다른 나라의 일만은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대범해지는 ‘보디 패커’들
마약을 체내에 숨겨 운반하는 사람들을 ‘보디 패커(body packer)’라고 한다. 지난달 9일에는 코카인이 든 소형 비닐봉지 115개를 삼켜 배 속에 넣고 태국으로 들어오려던 남아프리카 공화국 국적의 29세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다. 세관 당국이 그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겨 엑스레이 촬영을 했더니 몸 안에 원형 물체가 가득 차 있었다. 병원에서 이 물체들을 꺼내 보니 코카인을 싼 작은 비닐봉지 115개였다. 무게는 1.49㎏, 시가로는 약 1억6000만원 상당이었다.
보디 패커들은 돈을 위해 목숨을 거는 셈이다. 2019년에는 한 일본인 남성이 멕시코시티에서 일본의 나리타 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경련을 일으키더니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부검을 해보니 위장과 장에 코카인이 든 봉지 246개가 가득했다. 이 봉지가 터지면서 약물이 체내에 흡수돼 사망한 거다.
코카인 ‘헤어롤’
지난달 7일 파나마 공항에서는 코카인을 밀반출하려던 여성이 수상한 머리 모양 때문에 붙잡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여성은 코카인을 비닐에 돌돌 말아 헤어롤처럼 머리에 덕지덕지 붙인 뒤 그 위에 가발을 눌러썼다. 머리에서 발견된 코카인 헤어롤은 모두 68개였다. 같은 날 또 다른 여성도 같은 방식으로 위장했다가 적발됐다.
‘마약 기저귀’
2013년 미국 브롱스에서는 손수 만든 특수 기저귀에 코카인 6.5kg을 채워 검색대를 통과하려던 두 여성이 체포됐다. 이들은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뉴욕의 케네디국제공항으로 들어오던 길에 공항 마약탐지견에 발각됐다. 이들은 기저귀 형태로 만든 패드를 바지 안에 속옷처럼 착용해 위장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가하면 실제 아기 기저귀에 마약을 숨긴 사례도 있다. 2007년 5월 탈북자 출신 A씨(28) 가족 4명이 필로폰을 밀반입하려다 적발됐다. 국내 정착금을 브로커에게 대부분 뜯기고 생계가 어려워지자 A씨는 탈북 과정에서 태국에서 만난 B씨에게서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필로폰 운반 역할을 맡았다. A씨는 필로폰 1400g, 시가 50억원어치를 돌 지난 딸의 기저귀 속과 부인의 복대에 숨겨 인천항을 통해 들여오려다 적발됐다.
해외 사례에 비하면 국내에서 적발된 마약 밀반입 수법은 평이한 수준이다. 청바지 안에 필로폰을 숨겨 들여와 적발되거나, 통조림 안에 비닐에 싼 대마초를 감춰두는 식이다. 인형이나 꼬투리를 벗기지 않은 땅콩 속에 필로폰을 넣는 수법으로 밀반입을 시도한 경우도 있었다. 국정원은 관세청 등 유관기관과의 공조 강화 및 국제 정보협력 확대, 모니터링 강화 등을 통해 마약 국내 유입 및 확산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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