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다이어리]코로나 변이 BA.5 재확산하는 美..방역의 기본 떠올릴 시기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코로나19에 두 번 걸릴 수도 있나요?" 요즘 들어 종종 듣게 되는 질문이다. 그리고 답변은 '그렇다'다.
전염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5가 미국에서 확산하고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신규 확진자, 입원환자, 사망자가 동시에 늘어나는 추세라는 것이다. 주변에서도 다시 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소식들이 하나, 둘 전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미 정부도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 기간을 또 연장했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지난 4월 2만6000명선까지 내려가며 소강 국면을 보이다, 10만명 안팎에서 정체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40여개 주에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 13일을 기준으로 미국의 일주일 간 하루 평균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13만511명으로 2주 전보다 16% 늘었다. 일일 평균 신규 확진자가 13만명을 넘은 것은 지난 2월 15일 이후 5개월 만이다. 하루 평균 입원 환자는 3만8971명으로 2주 전보다 19% 증가했다. 하루 평균 사망자도 11% 늘어난 430명으로 집계되며 4월 중순 이후 처음으로 400명을 넘겼다.
특히 검사 건수 중 양성 판정의 비율은 최근 18.1%까지 치솟았다. 이는 오미크론 대확산(29.2%)과 팬데믹(계적 대유행) 초기(21.0%) 때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확산세는 최근 우세종이 된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 BA.5 여파가 큰 것으로 보인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최근 신규 확진자 중 65.0%가 BA.5 감염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코로나19에 걸렸던 사람들까지 재감염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BA.5는 백신 접종이나 자연감염으로 형성된 항체를 회피하는 변이 형질을 가지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이날 ABC방송에 출연해 "BA.5의 당혹스러운 점은 백신 접종뿐 아니라, 기존에 감염돼 면역이 생긴 일부도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전 변이에 비해 전염성이 강하다"며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입원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현지에서는 자가키트 사용 등으로 공식 집계에 잡히지 않는 확진자가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실제 확진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워싱턴대 의과대학 산하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는 최근 실제 확진자가 공식 집계치의 약 7배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최근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정할 때 실제로는 신규 확진자가 90만명에 달하는 셈이다. 이는 오미크론 변이로 코로나19가 대확산했던 지난 겨울을 웃도는 수준이다. 당시 하루 평균 확진자 최고치는 80만대였다.
CDC의 집계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코로나19 지역사회 전파 수준이 높은 카운티에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의료 체계가 압도될 위험에 놓였거나 실내 마스크 착용이 권고되는 지역이다. 또한 CDC는 통합예측을 통해 앞으로 입원 환자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미 정부도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오는 10월 13일까지 3개월간 연장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공중보건 비상사태 연장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전파력이 강한 코로나 하위 변이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과 권한을 줄 것"이라며 이 같은 방침을 전했다. 공중보건 비상사태는 코로나19 검사와 백신, 치료제 등을 국민들에게 무료로 제공할 수 있는 근거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2020년 1월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발령된 이래 거듭해서 연장돼 왔다.
뉴욕 현지에서는 아직 이러한 재확산에 따른 경계감은 읽히지 않는다. 급증한 관광객으로 빼곡한 맨해튼 한복판에서도, 대중교통 내에서도, 브로드웨이 극장가에서도 마스크를 쓴 사람보다 쓰지 않는 사람을 찾는 게 더 빠를 정도다. 이럴 때일수록 마스크를 착용하고, 가급적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고, 손을 자주 씻는 기본 방역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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