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에 빅스텝도 무소용..추락하는 원화
빅스텝에도 원화가치 하락..강달러 심화
수입물가 끌어올려 인플레이션 악영향
한미 통화스와프 목소리 커지나 쉽지 않아
원·달러 환율이 13년2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국내 경기를 둘러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에 가뜩이나 불안한 인플레이션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시장에서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한미 통화스와프와 같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이 역시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16일 금융·외환시장에 따르면 미국의 통화 긴축 가속화로 달러화 가치가 치솟으면서 원화를 비롯한 주요국 통화 절하폭이 커지고 있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18원에 거래를 시작해 장중 1326.7원까지 올랐다가 1326.1원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009년 4월29일(1340.7원) 이후 13년2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는 것은 달러 대비 원화의 가치가 가파르게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41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가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 확실시되자 달러 선호가 강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것도 달러 독주에 힘을 보태는 모습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를 기록하고 한미 금리역전에 따른 자금유출 우려도 커지자 지난 13일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했지만 역부족인 분위기다. 국제유가와 각종 원자재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는 가운데 환율 상승까지 겹치게 되면 인플레이션이 심화돼 서민경제가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외환당국은 원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풀어 변동성을 줄이고 있지만 이 역시 오래 지속하긴 힘들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6월말 기준 4382억8000만달러로 전월말 대비 94억3000만달러 줄었다. 이는 2020년 11월 이후 1년7개월 만에 최저치다. 강달러에 다른 통화로 구성된 외화자산 평가액이 줄어든 데다, 원화 가치 방어를 위해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사용하면서 감소폭이 확대됐다.
한은은 "우리 경제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현재 외환보유액은 대외 충격에 대응하는데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란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경상수지 흑자폭이 크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안심하긴 힘들다고 지적했다. 추후 세계 경제가 침체되면서 반도체 수출 등이 타격을 입으면 외환보유액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외국인 주식 투자 비중이 높고 안보 위험도 커 충분한 외환보유액이 중요하다.
이에 정치권과 시장에선 한미 통화스와프를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경제위기대응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4대 시중은행 간담회에서 "우리도 미국 투자에 나섰다는 점 등을 제대로 알려 상시 통화스와프 체결이 성사되도록 해야한다"며 "추경호 부총리와 이창용 총재도 미국 의회 관계자를 만나 분위기 조성에 힘써달라"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금통위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두 정상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여러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말했기에, 그것에 대한 얘기는 자연스럽게 (옐런 재무장관 방한 때) 추경호 부총리와의 논의에서 오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이 쉽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특히 미국이 영국, 일본, 유럽연합, 스위스, 캐나다 등 5개국과 맺고 있는 상설 통화스와프 체결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이 총재도 "2008년 당시 한미 통화스와프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릴 때 미국이 신흥국과 주요국가들을 안정시키는 것이 좋기 때문에 한국을 포함한 9개국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이번 환율 불안을 이유로 한미 통화스와프가 재개될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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