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 사람을 만든다" 트랜스포머도 깜짝 놀라는 사무실의 변신[찐비트]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사람이 건물을 만들고, 건물이 사람을 만든다."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는 1943년 10월 28일 제2차 세계대전으로 2년 전 무너진 영국 국회의사당의 재건을 약속하면서 이렇게 말했는데요. 공간이 인간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를 강조한 말이죠. 직장인의 삶을 뒤바꾸는 공간 중 하나는 바로 사무실인데요.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오프라인' 사무실의 역할이 변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세상인 메타버스까지 등장한 상황에서 사무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먼저 한발 앞서서 사무실의 변화를 실험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을 통해 이들이 생각하는 '일의 미래'는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한편 살펴보겠습니다.
◆ 디자인도 바꿨다…'협업' 강조한 공간첫번째 특성은 바로 협업을 할 수 있는 회의실이 대폭 늘었다는 겁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링크드인이 지난해 5~6월 직장인 4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 60% 이상이 사무실을 가는 이유로 동료와 대면 협업이나 사교를 꼽았다고 하는데요. 혼자 일하는 재택근무가 확산할 수록 동료와의 대면소통이 줄어드는 만큼 만남을 갖고 회의를 하려면 사무실이라는 공간이 중요하겠죠. 집과 사무실의 가장 큰 차이는 동료의 존재가 있다는 것인 만큼 미래 사무실이 수행해야 할 역할이 바로 협업일 겁니다.
CNBC방송에 따르면 미국 금융소프트웨어 업체 인투이트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공사 중이던 사무실 건물의 디자인을 바꿨는데요. 직원들의 업무 방식에 변화가 생기면서 사무실에 더 많은 협업 공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죠. 클리브 윌킨슨 건축사무소의 캐롤린 모리스 프로젝트 디렉터는 "당초 인투이트의 계획은 업무공간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그들은 업무 환경이 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고 건축도 직원들이 사무실에 가야할 이유에 맞춰 달라져야했다"고 말했습니다. 단순히 사람들이 많이 모일 수 있는 공간만 만든 것이 아니라 회의 규모를 고려해 여러 형태의 회의실을 만들고 재택근무하는 직원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화상 기술이 갖춰진 공간도 만들었어요.
회의실은 인투이트 뿐 아니라 구글, 링크드인을 비롯한 여러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도입한 공간인데요. 미국 대표적인 건축 디자인회사 HED의 리어노라 조지글루 디자인 팀장은 지난 8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사무실 디자인 트렌드를 두고 "'위 스페이스(we-space)'는 더 많아지고 '미 스페이스(me-space)'는 더 적어졌다"면서 개인을 위한 공간보다는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에 초점이 맞춰진다고 강조했어요.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집중해야하는 작업을 할 때는 직원들이 집에서 조용히 일하고 사무실에서는 전체 회의를 할 수 있는 다양한 협업공간이 필요해졌다고 덧붙였습니다.
◆ 트랜스포머보다 더 유연한 공간협업의 일종으로 사무실이 갖게 된 또 다른 특성은 공간을 유연하게 재구성하게 됐다는 겁니다. 넓은 회의실에 2~3명이 모여서 한쪽 모퉁이에서 회의해 본 적 있으신가요? 동시에 다른 팀은 회의실이 없어 그 회의실에서 회의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경우도 있죠. 그렇게 되면 회의실이라는 큰 공간이 있어도 활용도가 떨어지고 직원들의 시간은 불필요하게 낭비됩니다. 그 회의실을 두 개로 나눌 수 있었다면 두 팀이 동시에 회의를 할 수 있을텐데 말이죠.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4월 오픈한 IBM 캐나다 법인의 토론토 사무실 3층에는 레이아웃을 쉽게 바꿀 수 있는 공간이 생겼습니다. 직원들이 필요에 따라 사무실 벽을 이동할 수 있고 책상을 비롯한 사무실 가구들도 손쉽게 옮길 수 있는 것들로 배치했어요. 데이브 맥칸 IBM 캐나다 사장은 "새로운 하이브리드 업무 방식을 사용하면 편안함과 협업을 위해 설계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영국 롤스로이스도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사무소에 800만달러를 투입해 사무실의 변화를 모색했는데요. 톰 벨 롤스로이스 북미지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일 WP와의 인터뷰에서 하이브리드 근무를 도입, 롤스로이스가 지난 5월 이 사무소를 열었다면서 2층에 협업 공간을 마련했다고 밝혔어요. 팀 규모에 상관없이 공간을 유연하게 재구성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면서 독일과 영국 등 다른 국가에 있는 지사장들이 모여서 이 공간에서 회의를 한 적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 지정석은 대폭 축소, 원하는 곳 골라 앉기세번째 변화 트렌드는 사무실에 지정석을 대폭 줄이고 다양한 좌석을 마련해 원하는 곳에 앉을 수 있게 됐다는 겁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일 실리콘밸리에 있는 링크드인의 새로운 플래그십 사무실을 소개하면서 그 안에 75개나 되는 다양한 종류의 좌석이 있다고 전했는데요. 당초 이 공간을 만들면서 링크드인은 한 층에 일반적인 사무용 책상 1080개를 둘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이후 디자인을 싹 바꿔 기존 사무용 책상은 절반 가량인 569개로 줄이고 나머지 공간을 독특한 형태의 책상을 가져다뒀다고 해요.
이러한 공간은 대부분 직원들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클라우드 기반의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업체인 트윌리오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본사 건물에 카페 형태의 캐주얼한 공간을 만들어 직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고 WP는 전했고요. 미 고객관계관리 업체 세일즈포스는 캘리포니아주 스콧밸리의 레드우즈에 75에이커 규모의 목장을 배치해 직원들이 이 공간에서 일하면서 틈틈이 자연에서 산책하거나 정원을 돌고 요가를 하거나 요리 수업을 들을 수 있게끔 했어요. 개인마다 마음이 편하고 집중이 잘 되는 공간의 특성이 다른 만큼 다양한 공간을 마련해두고 선택할 수 있게 한 겁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확산된 지금, 직원들은 사무실에 와야할 이유를 찾고 있다. 다른 직원들과의 협력을 만들고 집중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할 겁니다. 단순히 집과 사무실 중 하나만 선택하는 그런 대결 구도가 아니라 디지털이라는 혁신은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코로나19 이전에 보편적이었던 사무실이라는 공간의 이점을 잘 활용해 '공존'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공간을 재구성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편집자주 - [찐비트]는 ‘정현진의 비즈니스트렌드’이자 ‘진짜 비즈니스트렌드’의 줄임말로 조직문화, 인사제도와 같은 기업 경영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코너입니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외신과 해외 주요 기관들의 분석 등을 토대로 신선하고 차별화된 정보와 시각을 전달드리겠습니다.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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