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절반 떼줬더니 "월세도 달라"는 딸, 증여 취소 안되나요

염지현 2022. 7. 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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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SOS외전-가족쩐]


자녀에게 한번 증여한 재산은 돌려받을 수 없다. 전문가들이 조건부 증여를 강조하는 이유다. 게티이미지뱅크
수년 전 남편과 사별한 A(80)씨는 한 시중은행 PB센터에 증여 관련 상담을 신청했다. 5년 전 딸에게 증여한 아파트 반쪽(지분 50%)을 되돌려 받고 싶어서다. 증여 당시 15억원 상당의 아파트값이 20억원으로 뛴 뒤로 딸의 행동이 못마땅해져서다. 이 집은 그동안 임대를 주고 월세 등을 받아 A씨의 생활비로 썼다.

그러다 최근 보증금을 높여서 새 세입자를 구하는 과정에서 공인중개업체에서 황당한 소리를 들었다. 딸이 "아파트 절반은 내 몫인데 공동명의자인 허락 없이 세입자를 구하냐”며 “계약할 때 보증금과 월세 절반은 자신이 받도록 해달라”고 항의했다는 것이다. A씨는 “집 지분을 증여한 뒤 (딸이) 내 노후는 나 몰라라 한다”며 “더 나이 들고 아프면 서러울 듯해 증여를 취소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 재산인 ‘집’ 지키는 ‘조건부 증여’


조건부 증여 계약서를 쓸 땐 조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결론부터 얘기하면 자녀에게 한번 준(증여한) 재산은 돌려받을 수 없다. 전문가들이 조건부 증여(부담부 증여)를 강조하는 이유다. 재산을 물려주는 대신 피상속인과의 약속(조건)을 지키지 않으면 증여는 해지할 수 있다는 계약서를 쓰는 것이다.

부모 집 방문, 입원비·생활비 지급 등 효도를 조건으로 재산을 물려주는 효도계약서가 대표적인 예다. 2015년 아버지가 효도 계약을 어긴 아들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대법원이 증여한 재산을 반납하라고 판결하면서 사회적 관심은 커졌다.

방효석 법무법인 우일 변호사는 “가족이라도 상속·증여로 분쟁이 잦은 게 사실”이라며 “특히 마땅한 노후 준비 없이 집 등을 증여할 때는 부모 스스로 안전장치(조건부 증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곽종규 국민은행 WM투자자문부 변호사는 “부양 의무뿐 아니라 무분별한 소비 등으로 물려준 재산을 탕진할 걱정에 조건부 증여 관심을 갖는 자산가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불효 시 물려준 재산 반환” 문구 중요


조건부 증여 계약서를 쓸 때는 조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예를 들면 효도를 조건으로 증여하려면 피상속인이 병원에 입원할 경우 입원비와 생활비를 지급한다거나, 한 달에 세 번 피상속인의 집을 방문한다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써야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또 ‘부모에게 불효 시 물려준 재산은 반환한다’는 문구를 계약서에 적어두는 게 안전하다는 게 방 변호사의 조언이다.

조건부 증여 신탁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증여 재산 관리와 운영을 아예 제삼자인 금융회사 등 수탁사에 맡기는 방식이다. 배정식 법무법인 가온의 패밀리오피스센터 본부장은 "이때 물려준 (증여) 재산을 팔거나 담보를 맡기는 경우 증여인의 동의를 받도록 계약하면 된다“며 ”증여한 이후에도 가족 간 다툼없이 재산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반환 시기에 따라 증여세 이중 부과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증여를 취소할 때 주의할 점은 있다. 증여세는 반환 시기에 따라 납세의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자칫 세금을 두 번 납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단 증여를 받으면 증여받은 날이 속한 달의 말일로부터 3개월 안에 증여세를 신고해야 한다. 증여세 신고기한 내 증여를 취소하면 증여세 납세의무는 사라진다. 신고기한 이후 석 달 내에 돌려받으면 당초 증여세는 내야 한다. 다만 증여재산을 반환한 부분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양경섭 온세그룹 세무사는 “증여세 신고기한 이후 3개월이 지난 뒤 증여를 취소하면 세 부담은 커질 수 있다”며 “최초 증여뿐 아니라 증여재산 반환을 새 증여로 보고 다시 증여세를 과세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현금(금전)은 반환 시기와 상관없이 증여할 때 세금을 내고, 되돌려 줄 때도 증여세를 과세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SOS외전-가족쩐]
가족 간의 쩐의 전쟁(가족쩐)은 지난해 3월부터 연재한 [금융SOS] 코너 외전입니다. 일상 속 ‘돈’으로 얽힌 문제 가운데 결혼과 이혼, 상속과 증여 등으로 생긴 가족 간 돈 문제를 전문가의 도움으로 풀어줍니다. 사랑보다, 피보다 진한 ‘돈’ 때문에 벌어지는 가족 간 분쟁을 막고, 한 푼이라도 돈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을 담았습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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