옅어지는 복날의 보양식?.. '개 식용 금지' 조치 잰걸음

심희정 2022. 7. 16.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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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 '개 식용, 연내 결론 계획'
식용종식 시기·보상 문제 논의 중
현재 국내법상 개 도축장은 없어
뉴시스


지난해 12월 개 식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출범한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가 운영 기한을 무기한 연장키로 했다. 당초 5월까지 결론을 내기로 했다가 한 차례 미뤘는데, 이번에는 기한을 정하지 않고 논의를 더 하기로 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개 식용 금지에 대한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위원회는 올해 안에는 결론을 낸다는 계획이다.

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구성됐다. 동물보호단체, 육견 업계, 전문가, 정부 인사 등 21명이 모여 개 식용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출범 이후 지금까지 17차례 회의를 열었다. 초기에는 개 식용에 대한 입장 차이가 컸지만 개 식용 종식이 시대적 흐름이라는 인식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이 위원회 측 설명이다. 주요 논의 내용은 개 식용 종식 시기, 종식을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 등이다. 위원회는 2030년 이후 개 식용 종식과 육견 사업자 업종 전환을 위한 보상방안 등을 중심으로 합의안을 검토하고 있다. 위원회 관계자는 15일 “늦어도 3~4개월 안에는 합의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종식 시기와 보상 문제 등에 대해서 막판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고기는 혐오식품’ 응답 절반

개 식용에 대한 인식은 ‘당연한 것’에서 ‘금지해야 할 것’으로 바뀌는 추세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가 지난달 강원대 동물법센터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 개 식용을 ‘전통문화’로 보는 응답은 19.0%에 불과했다. 반면 ‘도살 과정에서 개에게 극심한 고통을 주는 동물 학대’라는 응답은 67.4%였다. 개고기는 혐오식품이라는 응답은 54.6%였고, 개 식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답변도 59.3%로 절반을 넘겼다.


보양식으로서의 인식도 옅어지고 있다. 복날에 먹어야 하는 보양식으로 개고기를 꼽는 사람은 이제 많지 않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지난 10년간 개고기를 먹어본 적이 있다’는 답변은 21.7%였고, ‘향후 개고기를 먹을 의향이 있다’는 답변 역시 12.9%에 그쳤다. 개 식용 법제화에 대한 찬반도 ‘법제화 찬성’ 의견이 64.1%였다.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하거나 도살,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국가의 동물보호 임무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국내 동물복지법에는 개 식용 행위를 금지하는 명시적인 근거 규정이 없다. 다만 개 사육·도축 등의 과정에서 동물보호법상 동물 학대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개고기 판매와 유통 과정에서 식품위생법상 관련 규정을 위반한 경우에는 개별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 식용을 위해 개를 도살할 경우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따라 도축장에서 도축해야 하는데, 개는 가축이 아니라 이 법에 적용을 받지 않는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2020년 7월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법상 개 도축을 위한 도축장은 없다.

법 개정안에서 빠진 ‘개 식용 금지’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0년 12월 개나 고양이를 식용으로 사용하거나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소관 상임위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법안에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개 식용업 등을 하는 사업자가 폐업신고나 업종 전환을 하는 경우 지원금 지급 등 필요한 지원을 하도록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관련 논의는 더 진전되지 못했고,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에는 동물 학대와 관련한 내용이 보완됐을 뿐 식용 문제는 담기지 않았다.

윤석열정부는 인수위원회에서 내년까지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2024년 이행 로드맵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최종 국정과제에서 이 내용이 빠졌다. 지난달에는 김건희 여사가 언론 인터뷰에서 이 문제를 언급해 개 식용 종식에 대한 논의에 다시 불을 붙였다. 김 여사는 “경제 규모가 있는 나라 중 개를 먹는 곳은 우리나라와 중국뿐”이라며 “보편적인 문화는 선진국과 공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 식용은) 한국에 대한 반(反)정서를 가지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개 식용 종식 방안에 대해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며 “영세한 식용업체들에 업종 전환을 위한 정책 지원을 해 주는 방식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국내와 비슷하게 개 식용 문화가 있던 대만은 2017년 4월 동물보호법을 개정해 개와 고양이의 식용을 금지했다. 개·고양이를 도살해 그 사체 또는 그 성분이 포함된 식품을 판매·구매·식용하거나 보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5만~25만 대만달러를 물게 하는 내용이다. 위반한 사람에 대해 위반 사실과 이름, 사진 등도 공개할 수 있다. 이들은 또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소유하거나 동물보호센터에 보호 중인 동물을 입양할 수 없다. 필리핀은 마닐라 동물보호 조례에서 개 도살을 금지하고 있고, 홍콩도 개 식용을 금지하고 위반 시 처벌한다.

16일 초복을 맞아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자유연대는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에 개 식용 종식을 촉구한다. 이들은 “불법과 범죄의 온상, 개 식용을 중단하기 위해 정부는 하루속히 실행에 나서야 한다. 더 이상 법의 사각지대라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며 “사육과 도살, 유통, 판매 전 과정에 걸쳐 위법과 불법을 자행하는 개 식용을 끝내기 위해 정부의 엄중한 단속과 처벌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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