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독재 중국이 자랑하는 '이상한 민주주의'
현실은 위성 정당·반체제 인사에 족쇄
"인터넷 검열부터 멈춰야" 자국민 냉소
일당독재 권위주의 정치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에도 ‘그들만의 민주주의’가 있다. 바로 ‘전과정 인민민주’다.
중국공산당은 올가을 있을 제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지난 4월 중순부터 약 한 달 동안 854만 대중들의 의견을 모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를 두고 “이번 캠페인은 당원과 대중이 국가 발전과 국가 부흥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는 효과적인 수단이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전과정 인민민주’를 생생하게 입증했다”고 자평했다.
시 주석은 지난 5월 말 중국을 방문한 미셸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와의 회담에서도 ‘민주적 권리’를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중국 인민은 이제 더 완전하고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민주적 권리를 누리고 있다”며 “중국인의 인권은 그 어느 때보다 보장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전 세계에 ‘전과정 인민민주’를 강조하고 있다. 전과정 인민민주는 서구의 민주주의 가치에 대항하는 ‘중국식 민주 시스템’을 설명하는 단어다. 시 주석은 전과정 인민민주가 서구의 민주주의보다 우월하며 인민 통치에 더욱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전과정 인민민주’라는 말은 2019년 11월 상하이 시찰을 하던 시 주석이 인민을 위해 일하는 정부를 설명하기 위해 처음 사용했다. 지난해 10월 베이징에서 열린 중앙 인민대표대회 공작회의에서는 보다 본격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당시 시 주석은 “전과정 인민민주는 인류 정치사에 위대한 창조물”이라고 칭송했다.
시 주석은 “민주주의는 민중의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한 나라가 민주적인지 아닌지는 그 나라 사람들만 판단해야 하며 소수의 외부인이 이래라저래라 지적할 곳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 정치 체제에 대한 서구의 비판에 불쾌함을 드러낸 것이다.
지난해 12월 중국공산당은 ‘중국: 작동하는 민주주의’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하며 ‘전과정 인민민주’를 공식화했다.
논문에서 중국공산당은 “중국에는 야당이 없다”면서도 “중국의 정당 체제는 일당통치체제가 아니다”고 강변했다. 중국은 공산당이 국가 권력을 행사하는 다당제 협력 체제라는 것이다. 중국에는 공산당 외에도 8개의 정당이 더 있다. 논문은 “다른 정당들은 중국공산당의 지도 아래 국정 운영에 전적으로 참여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8개 정당은 공산당에 대한 충성을 서약해야 하며, 공산당은 다른 정당들의 후보를 조사할 수도 있다. 안치영 인천대 중국학술원장은 “본래 정당은 정권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존재지만 중국의 8개의 정당은 공산당의 영도하에 있는 협력 정당”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우리가 생각하는 민주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논문은 ‘민주적인 선거’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중국공산당은 “향·진 단위의 인민대표회의 대표는 국민이 직접 선출한다”며 “이러한 풀뿌리 선거는 중국에서 가장 광범위하고 역동적인 형태의 민주주의”라고 주장한다.
중국은 한국의 읍·면에 해당하는 향·진에서 직접선거를 하지만 상급 단위인 현부터는 간접선거를 한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는 15일 “향과 진에서 뽑힌 사람들이 현이나 시로 올라갈 수 있어야 하지만 철저하게 구분이 돼 있다”며 “향과 진에서 직접선거를 할지라도 결국엔 공산당원들이 당선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민주적인 선거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풀뿌리 선거조차 유권자와 후보자 모두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반체제 인사인 예징환(70)씨는 대의원 선거에 참여하기 위해 세 번의 시도를 했다. 그는 지난해에도 선거에 나가기 위해 무소속 후보 13명과 함께 뜻을 모았었다. 그러나 예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집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 경찰이 그를 추적하고 괴롭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서비스도 돌연 중단됐다. 안전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던 그는 결국 선거 출마를 포기했다. 그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2011년과 2016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강 교수는 “공산당이 안배해 놓은 범위를 벗어나는 사람은 당선될 수 없으며 혹시라도 입후보를 하기 위해 나오려고 하면 온갖 방해 공작이 일어난다”며 “이게 바로 ‘인민민주’고 ‘중국식 민주’”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중국식 민주’를 강조하고 있는 이유가 미국 견제에 있다고 설명한다. 강 교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식 민주주의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중국도 ‘우리만의 중국식 민주 시스템’이 있다며 들고나온 것이 ‘전과정 인민민주’”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중국은 자국민 설득조차 어려워하고 있다. 민주주의에 대한 공산당의 논문이 게재된 날 중국 웨이보에서는 댓글 검열이 있었다. 관련 내용을 전하는 중국 관영 CCTV의 기사에 12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지만 대부분이 검열되고 약 10개의 댓글만 볼 수 있었다.
지금은 삭제된 게시글에서 한 중국 네티즌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어리석지 않고 속지 않습니다. 검열관님, 진짜 민주주의가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으면 ‘삭제’ 버튼에서 마우스부터 떼십시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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