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 깐 평화의 상징이라니" 국회 사자상에 인도 발칵
인도에서 국장(國章)인 '사자주두상'(사자상)을 본떠 만든 국회의사당의 대형 사자상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에 따르면 인도 야당은 국회의사당의 사자상에 대해 "표정이 너무 사납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평화의 상징인 원본과 달리 지나치게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는 형상으로 표현됐다"고도 지적한다. 인도국민회의 소속 자이람 라메시 의원은 전날 트위터를 통해 "국가 상징에 대한 뻔뻔한 모욕"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인도 정부는 국회의사당을 새로 짓고 지난 11일 개관식에서 이 사자상을 공개했다. 새 국회의사당 옥상에 설치된 사자상은 높이 6.5m, 무게 9.5t 규모인 청동조각상이다. 원형 받침대 위에 네 마리의 아시아 사자가 등을 맞대고 있는 모습이다. 인도 정부는 전국 각지에서 100여 명의 장인을 모아 9개월에 걸쳐 사자상을 제작했다.
본래의 사자상은 기원전 250년 인도 아소카 황제가 불교 성지인 사르나트 지역에 세운 기둥의 주두(柱頭) 장식이다. 194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인도는 인도와 파키스탄 분립 등으로 극심한 종교 갈등을 겪고 있었다. 이에 1950년 1월 자와할랄 네루 당시 초대 총리는 평화·비폭력을 뜻하는 아소카 시대의 대표 상징물인 사자상을 국장으로 공식 채택했다.
신생 독립국 인도는 다인종·다종교·다언어 국가를 지향하는 정신을 바탕으로 수립된 나라란 의미를 담았다. 사자상은 오늘날까지 인도의 공식 인장으로, 여권과 화폐 등 정부 발행 공식 문서에 찍혀 나오고 있다.
나얀조트 라히리 인도 아소카대 역사학 교수는 현지 매체 인디언 익스프레스에 "새로 만들어진 국회의사당의 조각상을 보면, 사자의 근육과 혈관이 너무 눈에 띈다"며 "이는 원본의 우아한 절제미를 훼손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도 정부와 여당은 "전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하디프 싱 푸리 인도 도시주택부 장관은 트위터에 "아름다움은 보는 이의 눈에 따라 다르다. 화나 보이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사자상을 제작한 수닐 데오레는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원조 사자상도 아래에서 보면 국회 조각상과 똑같이 보일 것"이라며 "원조 사자상을 정확히 6~7배 비율로 확대해 완벽히 복제했다"고 말했다. 발리우드 배우 아누팜 케르도 "이빨 가진 사자라면 이빨을 드러내는 건 당연하다"며 "이것도 결국 독립국 인도의 사자"라고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인도의 집권 여당은 야당이 표면상으로는 국회의사당 사자상의 표정을 비판하지만, 이면엔 국회의사당 개관식에 야당 지도부를 배제한 정부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150년 전 영국이 지은 국회의사당을 새 건물로 성공적으로 교체하는 것에 대한 좌절감 때문"이라고도 목소리를 높인다.
인도 정부는 독립 75주년을 맞아 18억 달러(약 2조3700억원) 규모의 예산을 들여 수도 뉴델리 내 식민지 잔재 청산과 현대화·재정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새 국회의사당은 이 사업의 일환으로 건설 중이며, 오는 10월 완공 예정이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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