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 얼굴에 쏘고 에어컨도 끊어".. 단식 돌입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

김성욱 2022. 7. 14.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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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파업 43일만에 "불법행위" 규정한 노동부.. 노조 "참담하고 무책임, 산업은행 나서라"

[김성욱 기자]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 앞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 김성욱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 앞. 30도가 넘는 땡볕더위 속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은 거제 조선소에 남은 한 사람을 더 걱정했다. 최민(53)씨는 "뼈마디가 드러난 최안 동지를 보는 게 너무 힘들다"며 울먹였다. 최씨는 자신의 아내 역시 현재 대우조선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최민(53) : "나와 아내는 괜찮다. 그보다 최안 동지 몸이 너무 안 좋다. 벌써 23일째다. 제대로 앉을 수도 없는 좁은 곳에 갇혀서 저희를 위해 너무 힘들게 싸우고 있다. 미안해서 뭐라도 해야 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단식을 하기로 했다."

계수정(50) : "밑에 있는 동지들 생각하면 단식은 아무것도 아니다. 밖에선 잘 안 보이겠지만 안에서 정말 처절하게 싸우고 있다. 최안 동지, 그리고 고공농성 하는 6명 동지들이 빨리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으면 좋겠다. 살고 싶어서 이곳에 왔다."

강봉재(52) : "우리도 빨리 현장에서 일하고 싶다. 임금을 올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원상태로 복구해달라는 거다. 그리고 노조를 인정해달라는 것뿐이다. 이 당연한 요구 때문에 사람이 목숨을 걸어야 하나. 우리는 물러서고 싶어도 더 물러설 곳이 없다."
  
 6월 24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이 가로·세로· 높이 1m의 철 구조물을 안에서 용접해 자신을 스스로 가둔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 금속노조 선전홍보실
 
세 사람은 이날 단식에 돌입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지분 55.7%를 보유한 산업은행과 정부에 사태 해결을 촉구한 것이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이 ▲5년간 삭감된 임금 30% 회복과 ▲노조할 권리 보장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한 지 43일째다. 유최안(41) 노조 부지회장이 가로·세로·높이 1미터의 철제 구조물에 스스로 들어가 용접을 하고 자신의 몸을 가둔지 23일째다. 6명의 다른 하청노동자들은 조선소 20미터 난간에 올라가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다.

세 단식자와 함께 상경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이광훈(44)씨는 "2011년 입사 때 한해 연봉이 4600만원이었는데 올해 연봉이 3400만원으로 1000만원 넘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2년 동안 월급이 200만원이 안 됐다. 올해 시급도 9200원으로 최저임금(9160원)보다 조금 높은데, 이렇게는 가족을 부양하며 살 수가 없다"고 했다. 이씨는 "조선업이 다시 호황이 됐으니, 불황일 때 삭감했던 임금을 다시 회복해달라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소화기로 얼굴 쏘고 에에컨도 끊어…"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 앞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 김성욱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소속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은 현재 사측의 노조탄압 또한 도를 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광훈씨는 농성장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회사에서 수백명의 구사대를 보내 노조원들을 둘러싸고 욕설을 하고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라며 "한 노동자는 소화기 한통 분량을 얼굴에 다 맞았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만약 파업을 풀면 저들이 얼마나 더 잔혹하게 나올지 뻔하다"라며 "제대로 대화에 나서지 않는 한 파업을 풀 수 없다"고 했다.

계수정씨도 "폭력행위를 영상으로 남기려다가 구사대에 맞아 전치 12주가 나온 노조원도 있고, 노조 지회장 마이크가 빼앗겨 바다에 던져지기도 했다"라며 "회사가 원청은 물론 하청 업체들에도 온갖 압박을 넣어 파업 파괴에 동참시키고 있다"고 했다.

강봉재씨는 "사측이 노동자들과 합리적인 대화를 하려는 게 아니라 현장책임직원 등을 동원해 치졸한 갈등을 유발하고, 노노갈등만 부추기고 있다"라며 "오늘은 조합원들이 쓰는 휴게실에 에어컨까지 끊었다"고 했다. 강씨는 "원청의 압박 때문에 대놓고 파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하청 노동자들이 많다"라며 "하청 노동자들 대부분 우리를 지지하고 있다"고 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가 사측이 파업하는 조합원들에게 폭력행위를 했다며 당시 촬영된 영상을 보이고 있다.
ⓒ 김성욱
 
정부 "불법 파업" 규정에… 노조 "무책임해, 사태 해결 나서라"

노조는 이날 이정식 노동부 장관이 대우조선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한 데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윤장혁 민주노총 금속노조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한 지 43일만에야 정부 입장이 나왔다"라며 "노사간 대화를 통해 해결하라는 정부 입장은 대우조선사태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라고 했다.

이은주 정의당 비대위원장은 "허탈감을 넘어 참담함을 느낀다"라며 "정부는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절박하고 정당한 요구에도 아랑곳없이 대우조선의 경영손실 상황만 열거했고, 노동부 장관이 나서 파업을 불법으로 몰았다"고 지적했다. 강봉재씨는 "대우조선해양의 전 구성원은 이 사태를 풀 수 있는 건 원청과 산업은행에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라며 "제발 조속히 답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노조의 점거행위는 일부 조합원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불법행동"이라며 "불법적으로 생산시설을 점거해 피해를 끼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힘들게 일하고 있는 원청근로자 8000여명, 사내하청근로자 1만여명에게 피해를 끼치는 행위"라며 "불법행위를 멈추고 대화의 장으로 복귀하라"고 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대우조선 사내하청 노조 파업 장기화에 따른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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