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카'가 복장 점검까지 했는데.. 법원이 내세운 논리, 황당했다"

김성욱 2022. 7. 14.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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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타다' 기사로 일하다 해고된 곽도현씨.."중노위 결정 뒤집은 행정법원에 항소할 것"

[김성욱, 이희훈 기자]

  '타다' 기사로 일하다 해고돼 3년째 싸우고 있는 곽도현씨
ⓒ 이희훈
  
"계약서상엔 프리랜서였지만 실제로는 근로자였어요. 쏘카에 매일 출근 보고도 했고 콜 지시도 받았고 근태 관리나 복장 지침도 받았는데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 사업자라니…"

곽도현(52)씨는 '타다' 운전기사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은 최근 법원 판결에 깊이 한숨지었다. 타다 드라이버로 일했던 곽씨는 지난 2020년 5월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타다 기사도 노동자라는 판단을 처음으로 받아낸 당사자다.

쏘카가 운영하는 차량호출서비스 '타다'에 운전인력을 공급하는 용역업체 소속이었던 곽씨는 2019년 7월 업체로부터 인원 감축으로 인한 계약 해지를 통보 받았다. 이후 그는 쏘카를 상대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지만, 지노위는 타다 기사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며 각하했다. 그러나 곽씨가 이에 불복해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고, 중노위는 지노위 판단을 뒤집고 타다 기사의 노동자성을 인정했다. 나아가 중노위는 쏘카가 곽씨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한 '사용자'로서 곽씨를 부당해고 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이 결정이 또 한 번 뒤집어졌다. 지난 8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유환우 부장판사)는 중노위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쏘카가 제기한 행정소송 1심 판결에서 쏘카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곽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플랫폼노동자의 법적 지위에 대해 법원에서 나온 첫 판결이었다. 향후 다른 재판들에 줄줄이 영향을 줄 수 있어 파장이 일었다. 타다 드라이버처럼 운전·배달·배송 업무를 하는 국내 플랫폼노동자는 66만 명에 달하고,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노동계는 이번 판결을 크게 우려한다. 타다 드라이버비상대책위원회 등은 성명을 내고 "법률상 근로자 판단 기준이 아닌 플랫폼기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내린 판결"이라며 "플랫폼노동자들을 노동법으로 보호하는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한다"고 반발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은 통화에서 "플랫폼노동자들은 모바일 GPS 등을 통해 플랫폼회사로부터 기존 직종보다도 더 촘촘한 지휘감독을 받는다"라며 "법원이 플랫폼노동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른 채 내린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2일 저녁, 서울 마포 인근에서 퇴근하는 곽씨를 만났다. 네 식구의 가장인 그는 타다 드라이버 일자리를 잃은 후 한 건설자재 회사에 취직해 일하고 있었다. 3년 전 곽씨는 파견직 수행기사로 일하고 있었는데, 맞벌이를 하던 아내가 건강 악화로 일을 못하게 되자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주말에 타다 일을 뛰기 시작했다.

곽씨는 "주5일 이상 생계형으로 일했던 타다 드라이버들은 대부분 계약 해지와 동시에 다른 일을 찾아 떠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투잡'인 나라도 남아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항소하겠다고 했다.

3년 전 새벽에 받은 문자 한 통
  
  '타다' 기사로 일하다 해고돼 3년째 싸우고 있는 곽도현씨
ⓒ 이희훈
 
- 처음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낸 게 3년 전이다.

"2019년 7월 타다 드라이버 90여명이 속한 단톡방이 난리가 났다. 갑자기 타다 본사가 배차 감축을 했다며 업체 측에서 22명 드라이버를 뺀 나머지 70명과는 함께 가지 못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거다. 주말에만 근무를 했던 나도 선택 받지 못했다. 단톡방에서 항의 글이 빗발쳤다. '내가 누구누구보다 더 많이 근무했는데 왜 나는 빠졌냐', '부당한 처사다'… 하지만 관리자들은 선택된 22명을 데리고 따로 단톡방을 만들었다. 하루 아침에 70명이 해고됐다.

졸지에 다음날이 마지막 근무일이 돼버렸다. 잠이 안 왔다. 새벽 5시쯤이었다. 단톡방에 함께 있던 나이 드신 한 분이 내게 문자를 보내왔다. 너무 억울해서 잠을 한숨도 못 잤다고. 살다가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이제 나이가 많아서 다른 직장 구하기도 어렵다고 하셨다. 문자를 읽으니 잠은 더 안 오더라. 그날 밤을 샜다. 그때 처음 결심했다. '이건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 누군가는 나서서 뭐라도 해야 한다'."

- 첫 지노위 결정부터 뜻대로 안 됐다.

"화는 나는데 아무것도 모르니 너무 힘들었다. 처음엔 협력업체의 잘못이라고만 생각했지, 그 뒤에 쏘카라는 큰 기업이 숨어있을 거라고는 짐작도 못했다. 오십 평생 살면서 이런 문제를 맞닥뜨린 적이 없었다. 원래 성격이 내성적이라 나서는 것도 싫어했고... '내가 남의 문제에 끼어들면 뭐가 달라지냐' 이렇게만 생각하면서 적당히 살았으니까. '노동자성'이라는 말도 처음 들었다.

지노위에서 처음 각하 결정이 나왔을 때도 포기할까 싶었다. 설상가상으로 평일 일자리도 잃게 돼 벌이가 끊긴 상황이었다. 근데 지노위 판결이 나자마자 그전까진 하나도 관심 없던 언론들이 '타다 기사는 근로자가 아니다'라면서 기사들을 쏟아냈다. 이번 판결 이후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쏘카 측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정을 적극 홍보하는 것 같았다. 너무 화가 났다. 이대로 접으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되겠다 싶었다. 재심을 신청했고, 2020년 5월 중노위에서 근로자성과 부당해고를 인정 받았다. 그땐 정말 기뻤는데..."

-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홀로 진행했다.

"타다에서 드라이버로 일하는 사람들은 다 하루하루 먹고 사느라 바쁘다. 부당해고 구제신청이라는 절차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을 때, 단톡방에 있던 사람들에게 같이 하자고 연락을 많이 돌렸다. 새벽에 문자를 보내셨던 나이 지긋하신 분께도 전화를 드리고 함께 하자고 했다.

하지만 당장 오늘 내일 생계가 걱정인 사람들에게 불확실한 싸움에 뛰어들자고 하기가 좀 그랬다. 혹시 이번에 찍히면 다시 이쪽 일 못하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들도 많았다. '이길 수 있냐'고 물어보는데 그렇다고 장담도 못하겠고. 나도 그냥 '에잇' 욕이나 한 번 하고 다른 일 찾아 떠날까 생각도 많이 했다. 근데 그러면 아무도 문제제기 하지 않을 것 같았다. 혼자라 외로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 어떻게 타다 운전기사로 일하게 됐나.

"3년 전 첫째 아들이 고3, 둘째 아들이 중3이었다. 평일에 하던 일이 급여가 좀 적었는데 맞벌이를 하던 아내가 몸이 안 좋아지면서 일을 쉬게 됐다. 내가 뭐라도 더 해야 했다. 잡코리아를 뒤지다 '주말 타다 드라이버 모집' 광고를 봤다. 바로 이력서를 넣었고 그 주 주말부터 곧바로 일을 시작했다.

두 달 남짓 일하는 동안 난 '타다'를 참 좋아했다. 20대 후반이던 IMF 때 취직이 너무 힘들어 한 5개월 정도 법인 택시를 몬 적이 있었는데 그때와 너무 달랐다. 고객들도 서비스가 좋다고 호응하니 단순히 소속감을 넘어 '타다 드라이버'라는 정체성이 굉장히 강했다. 그런데 이번에 재판 과정에서 쏘카 측은 자꾸 내가 과거에 무슨 일 했던 사람인지 꼬치꼬치 캐묻더라. '타다'와 싸우는 내가 경쟁 업종인 택시업계에서 의도를 갖고 보낸 사람 아닌지 대놓고 의심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프리랜서'라는 눈속임을 '혁신'으로 포장하는 플랫폼 기업들
  
  '타다' 기사로 일하다 해고돼 3년째 싸우고 있는 곽도현씨
ⓒ 이희훈
 
- 지난 8일 법원이 다시 중노위 결정을 뒤집고 타다 운전기사의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1심 판결을 냈다.

"충격이 컸다. 상대가 아무리 쏘카라는 큰 기업이고 비싼 김앤장 변호사들을 쓴다고 해도, 우리가 워낙 많은 증거를 제출했고 중노위에서 인정 받은 부분도 있었기 때문에 설마 질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회사에 힘들게 연차를 내고 판결을 방청하러 갔는데, 재판정에서 판사가 '중노위 판정을 취소한다'고 얘기하는 걸 듣는 순간 아무 생각이 안 나더라. 판결이 2주씩 두 번이나 미뤄지길래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 어떤 부분이 가장 아쉽나.

"'플랫폼사업의 특성상 노동자가 아니라는 점이 용인된다'는 논리가 가장 황당했다. 출근 보고도 쏘카에 했고 콜도 쏘카로부터 받았다. 쏘카가 드라이버들의 복장을 점검하는 근로감독도 했다. 우리의 노동으로 결제된 금액은 다 쏘카로 들어갔다. 쏘카가 GPS로 드라이버들의 위치를 다 알 수 있어서 근태도 관리했다. 실질적으로 지휘감독을 한 거다. 근로자와 사용자의 관계는 계약서에 명시된 글자가 아니라 실질적인 관계에 근거해 판단해야 한다는 게 지금까지 일관된 대법원 판례 아닌가. 그게 국제노동기구의 표준이지 않나.

'프리랜서'지만 시급으로 준다는 것도 쏘카의 방침이었다. 세상에 시급을 받는 프리랜서가 어디 있나. 재판부는 드라이버들이 자유롭게 일하고 자유롭게 장소를 선택할 수 있었다고 했지만, 실제 드라이버들은 정해진 업무 시간과 장소가 있었고 배차상 불이익을 받을까봐 콜도 거부하지 못했다. 프리랜서로 계약된 타다 드라이버들의 콜 미수락 비율이 겨우 1% 내외다. 99%는 다 수락한다는 거다. 이게 어떻게 자유롭게 일하는 프리랜서이고 개인 사업자인가."

- 왜 이런 판결이 나왔다고 생각하나.

"법리만 따진 게 아니라 플랫폼산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것 아닌가 싶다. 플랫폼노동은 뭔가 다르다는 선입관도 있는 것 같다. 똑같은 사용자·근로자 관계인데, 쏘카는 그저 이익을 위해 기존의 근로자 개념을 '프리랜서'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둔갑시킨 것뿐이다. 근로자라고 하면 퇴직금도 줘야 하고 해고도 마음대로 못하고 책임질 게 많으니까.

그러면서 이를 혁신으로 포장했다. 타다 서비스를 유지하냐 마냐 정부와 힘겨루기를 했을 때 쏘카가 뭐라고 했나. 1만명이 넘는 타다 드라이버들에게 일자리를 줬다면서 정부를 협박했었다. 필요할 땐 자기들 '노동자'고, 버릴 땐 '프리랜서'인가. 배신감이 든다.

암울했던 건 플랫폼 기업들의 눈속임이 이 사회에서 통한다는 거였다. 지난 3년 동안 여러 사람들에게 '프리랜서로 계약해놓고 왜 이제 와서 딴소리 하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오죽하면 지노위 직원 중에서도 그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처음엔 그럴 듯해 보였던 프리랜서라는 말이 내게 큰 족쇄가 되고 있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 판결문에선 "쏘카 측이 타다 드라이버의 구체적 업무 내용을 지정했다고 볼 수 없다", "출발지·목적지·경유지 등 타다 드라이버의 구체적인 업무 내용은 이용자의 호출에 의해 결정되고, 이러한 이용자의 호출에 대해 타다 드라이버는 배차를 수락할지 여부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있었다"고 판시했는데.

"말이 안 된다. 타다 드라이버 일과만 봐도 일거수일투족이 쏘카에 의해 결정된다. 쏘카 차량이 있는 차고지로 출근한 드라이버는 가장 먼저 앱에서 '출근하기' 버튼을 누른다. 그럼 쏘카 측에서 드라이버의 출근을 체크할 수 있다. 오히려 용역업체에서는 드라이버들의 출근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어 단톡방에 따로 보고를 시키기도 했다.

이후 쏘카 측으로부터 스마트키가 지급되면 차에 탑승해 '영업시작' 버튼을 누른다. 그때부터 근무 시간이 계산된다. 그 다음엔 앱에 대기지역으로 이동하라는 지시가 뜬다. 대기지역은 대개 강남역이다. 이동을 시작하면 금세 쏘카 측으로부터 콜이 뜬다. 나는 양천에 있는 차고지에서 일을 했는데, 보통 노량진 부근 지나기 전에 콜이 잡혔다.

콜이 오면 앱 화면에서 카운트가 시작된다. 15, 14, 13… 15초 안에 콜을 수락해야 한다. 시간이 갈수록 번쩍번쩍 거리기도 하고 경고음도 울린다. 콜을 수락하라는 압박이다. 그야말로 쏘카가 정한 대로 그날 하루 노동이 결정되는 구조다. 그렇게 하루에 10건 이상씩 콜을 받아 주말 낮 12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했다."

"플랫폼 노동에도 사람이 있다"
   
  '타다' 기사로 일하다 해고돼 3년째 싸우고 있는 곽도현씨
ⓒ 이희훈
  
- 판결문 끝부분에 플랫폼노동자에 대한 별도의 입법이 필요하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런 시각 자체가 잘못됐다. 나는 타다 드라이버가 이미 존재하는 근로기준법상으로도 충분히 노동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싸워온 것이다. 플랫폼 기업들이 실제 노동자를 사용하고 있는 양상이 기존과 다르지 않은데, 별도의 법을 만들어 플랫폼노동자를 따로 규정해야 한다는 건 전제부터 틀렸다. 지금 있는 노동법만 잘 지켜도 새로운 입법이 필요 없다. 그 점에서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는 플랫폼노동자에 대한 법안들 역시 태생적으로 부적절하다고 본다."

- 이후 계획은.

"항소할 것이다. 이렇게 그만둘 거라면 시작도 안 했다. 여기에도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타다가 한창 사회적 문제가 됐을 때, 택시업계와의 싸움만 부각됐지 그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삶에 대해선 누구도 관심이 없었다. 플랫폼 기업이라도 그 기업이 돌아갈 수 있도록 실질적인 역할을 하는 건 결국 똑같이 사람들이다. 노동자들이다.

여기서 물러나면 이 사회 많은 직업들이 '노동자'가 아닌 '프리랜서'로 바뀔지도 모른다. 기업들이 더 쉽게 노동자를 쓰고 버릴 수 있게 될지 모른다.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그건 막아야 할 것 같다. 이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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