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피해자 측 "日 기업의 사과와 기금 참여가 마지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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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기업, 반드시 사과해야"
이날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개최된 2차 민관협의회에선 ▲ 일본 측의 사과 ▲ 대위 변제 시 재원 마련 방법 ▲ 외교적 보호권 등 세 가지 주제에 대한 논의가 주로 이뤄졌다고 외교부와 참석자 측이 밝혔다. 이중 일본 측의 사과와 관련해선 사과의 주체, 시기, 방식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협의 후 외교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임재성 변호사는 "사과 주체는 일본 기업 혹은 정부가 될 수 있고, 방식도 서면 혹은 다른 방식이 될 수 있다"며 "저희는 일본 정부의 강경한 태도로 볼 때 일본 기업이라도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함께 회견에 참석한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일본 기업 뿐 아니라 정부가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대위변제 기금에 日 기업 참여해야"
임박한 일본 전범 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 문제와 이를 막기 위한 대위 변제 방안에 대한 의견도 오갔다.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현금화 수단이 반드시 피해자와 소송 대리인이 원하는 방법은 아니며, 적어도 오늘 회의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현금화가 바람직한 해결 방법이 아니라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일본 기업의 자산을 매각하더라도 당초 배상금과 소송 절차 지연에 따른 이자와 손해금을 충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있었다고 한다.
다만 피해자 측은 "그런 공감대는 없었던 것 같다"며 "한 명이라도 다른 의견일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현금화를 막기 위해 정부 내에서 유력하게 검토되는 한·일 기업의 기금 참여를 바탕으로 한 대위 변제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날 2차 회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대위변제를 위해선 채권자, 즉 피해자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1차적 법적 검토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피해자 측 임 변호사는 "대위변제를 가정할 때 재원에 대한 피해자 측의 마지노선이 있다"며 "(배상 관련) 하나의 타협안으로 대위변제가 논의된다면 기금 조성에 있어 피고인 전범 기업의 참여는 필수"라고 말했다.
'외교적 보호권' 논의도 계속
피해자 측은 앞선 1차 회의에 이어 이날도 정부의 외교적 보호권 발동을 요구했다. 외교적 보호권은 자국민이 외국에서 위법하거나 부당한 취급을 받은 경우 국가가 외교 절차를 통해 외국 정부를 상대로 자국민에 대한 보호와 구제를 요구할 수 있는 국제법상 권리다.
피해자의 요구에 정부는 이날도 뚜렷한 답을 하지 않은 채 관련 법적 해석만 내놓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외교적 보호권은 '타국'의 불법 행위에 대해 일정 요건 하에 국가가 보호를 요구하는 권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제징용의 경우 엄격하게 얘기해 국가 행위가 아니라 기업의 행위"라고 지적했다. "외교적 보호권은 사기업이 아닌 일본 정부가 불법 행위를 했을 때 여러 요건에 따라서 정부가 발동할 수 있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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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화 가장 임박했는데…
한편 이날 회의 직전 피해자 지원 단체 중 하나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민관협의회에 최종 불참을 발표했다. 모임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양금덕ㆍ김성주 할머니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앞선 1차 회의에 이어 앞으로도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모임 측은 전날 논의 결과 "미쓰비시 측의 진솔한 사죄와 배상 이외에 다른 해결방안이 있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는 "사죄 한마디 듣고 싶은 것이 소원"(양금덕 할머니), "대위변제는 안 된다. 당연히 미쓰비시한테 배상 받아야 한다"(김성주 할머니)는 피해자의 의견에 근거한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가 민관협의회를 통해 일본 정부의 요구에 손뼉을 마주치듯 해결책을 국내에서 찾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2018년 11월 대법원 판결에 따른 배상 책임을 거부하고 있다. 법원의 한국 내 자산 매각 명령에도 불복해 지난 4월 대법원에 재항고한 상태다. 이르면 다음달쯤 대법원이 재항고를 기각할 거란 전망이 나오는데, 이 경우 실제 현금화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미쓰비시 중공업 건이 민관협의회가 우선적으로 논의하기로 한 세 건의 대법원 확정판결 중에서도 가장 발등의 불로 꼽히는 이유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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