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을까?

김기동 2022. 7. 14.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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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 같은 말 다른 뜻] 한국 권선징악, 중국 징악권선

[김기동 기자]

 한국의 권선징악, 중국의 징악권선.
ⓒ 오마이뉴스
 
한국 '권선징악(勸善懲惡)' : 착한 일을 권장하고 악한 일을 징계함.

중국 '징악권선(懲惡勸善)' : 악인을 징벌하고 선을 쫓으라고 권함.
  
한국과 중국, 두 나라 모두 '착한 일을 권하고 악한 일을 징계한다'는 의미의 사자성어가 있다. 그렇다면 현실에서 착한 일을 하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고, 악한 일을 하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을까? 중국에서는 오래전부터 공자, 사마천이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이 정말로 '권선징악' 사자성어처럼 움직이는지 고민했다.

사마천 <사기> '열전'은 70편으로 구성됐다. '열전'은 의롭게 행동하고 기개가 있어 남에게 억눌리지 않고 기회를 살려서 살아간 사람들의 기록이다.

'열전' 맨 처음 제1편이 '백이열전'이고 맨 마지막 편 제70편이 '태사공자서'다. '백이열전'은 수양산에서 고사리를 캐어 먹다가 죽었다는 백이와 숙제 이야기고, '태사공자서'에선 사마천이 왜 <사기>를 썼는지 그 이유를 밝혀놨다.
 
 사마천 <사기> <백이열전>
ⓒ 바이두
 
사마천은 제1편 '백이열전'에서 인간이 사는 세상은 어떤 원리로 움직일까 하는 궁극적인 질문으로 시작한다.

사마천은 '백이열전' 에서 '하늘은 공정하여 착한 사람에게 복을 주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사람이 의롭고, 착하게 살아도 하늘은 복을 주지 않는다'라는 결론을 내린다.

백이와 숙제는 주나라 무왕이 상나라와 전쟁을 일으키려고 하자 만류한다. 당시 상나라는 중국 대륙을 통일한 큰 나라였고, 주나라는 상나라의 제후국이었다. 그래서 주나라가 상나라를 공격하는 것은 마치 동생이 형에게 싸움을 거는 것처럼 기존의 질서를 뒤엎는 것이고, 대의명분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주나라 무왕은 상나라를 공격해 상나라를 패망시킨다. 그러자 백이와 숙제는 주나라의 신하가 될 수 없다면서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를 먹다가 굶어 죽었다. 그래서 세상 사람 모두 백이와 숙제의 미덕을 칭송했다.
 
 주나라의 음식을 먹지 않겠다고 말하는 백이와 숙제
ⓒ 바이두
  
사마천은 <사기> '백이열전'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하늘은 공평무사해 언제나 착한 사람 편이라고 한다. 그리고 백이와 숙제는 대의명분을 따랐으니 의롭고 착한 사람이다. 또 백이와 숙제는 평소 어진 덕을 쌓고 품행을 바르게 했다. 그렇게 살았는데도 굶어 죽었다. 하늘이 착한 사람에게 보상을 해준다면 어찌 이럴 수가 있는가?'

그러면서 '도적이란 사람은 날마다 죄 없는 사람을 죽이고 세상을 어지럽혔지만, 끝내 천벌도 받지 않았고 호의호식하며 오래 살았고 자식들도 잘살고 있다. 이것이 하늘의 도리라면 하늘의 도리는 옳은 것인가 틀린 것인가?'라는 의문을 던진다.

그러니까 세상에 권선징악이 있는지, 없는지 따져 보자는 것이다. 사마천은 기원전 2세기 사람이고 공자는 기원전 6세기 사람이다. 공자는 사마천보다 400년 전 사람이다.

공자의 제자가 쓴 <논어>에도 공자와 제자가 백이와 숙제에 관한 문제로 토론한 내용이 나온다. 제자가 공자에게 '백이와 숙제는 죽어가면서 이런 자신들의 운명을 원망했을까요?'라고 묻자 공자는 '인을 구하여 인을 얻었으니 또 무엇을 원망하리오?'라고 답한다.

풀이하면 백이와 숙제는 도덕적인 행동을 하면서 스스로 만족했으니 그것으로 족하다는 것이다. 공자의 유학은 '인생을 어떻게 올바르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도덕'을 이야기하지, '어떻게 하면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하는 행복'에 관해선 말하지 않는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이런 공자의 의견에 정면으로 반박한다. 하늘(신)이 있다면 반드시 선한 사람 백이와 숙제는 행복해야 하는데, 굶어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사마천은 세상에 '권선징악'이라는 게 정말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것.
 
 수양산에 은둔하여 살아가는 백이와 숙제
ⓒ 바이두
 
중국 유학 경전 <서경>은 주나라(기원전 1046년~771년)를 기록하면서 '하늘은 선에 복을 주고 지나치면 화를 내린다'라는 구절이 있다. 그러니까 세상에 권선징악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후 공자(기원전 551년~479년)는 '하늘은 어떤 말도 하지 않지만, 사계절은 돌아가고 곡식은 자란다. 하늘이 말을 하더냐?'라고 하면서 하늘이 사람의 일에 관여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

공자의 제자 순자(기원전 298년~238년)는 '하늘은 단지 자연의 질서만 관장할 뿐이다'라고 했고, 천여 년이 지나 주희(1130년~1200년)는 '하늘은 인간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하늘은 선한 사람에게 복을 주고 악한 사람에게 벌을 내리는 주재자(신)가 아니다'라고 확실하게 결론낸다.

그러니까 중국에서는 유학이 시작된 공자 시대(기원전 6세기)부터 '인간에게 화복을 내리는 하늘이 없었다'는 것이다. 즉 세상에 권선징악에 따른 보상이 애초부터 없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공자는 인간이 살자면 사회질서가 필요하기 때문에 인(仁)이라는 도덕을 만들었다. 맹자는 사람의 천성이 착하기 때문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의(義)롭게 행동하면 인(仁)을 행할 수 있다고 했다.

맹자가 사람이 착해서 의(義)롭게 행동한다고 했지만, 사람이 인(仁)을 행하지 않자, 순자는 인간은 천성이 악하기 때문에 교육해서 인(仁)을 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도 사람이 인(仁)을 행하지 않고 도덕을 지키지 않자, 한비자는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규칙이 필요하다며 법(法)을 만들었다.

중국인은 아주 오래전부터 세상에는 권선징악에 따른 보상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고 현재도 그렇게 살고 있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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