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 달러 기세에 '1유로=1달러' 깨졌다..유럽도 돈줄 본격 죄나

최현주 2022. 7. 14.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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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 달러(달러 강세)의 거침없는 기세가 유로까지 삼켰다.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서 ‘1유로=1달러’ 패리티(Parity)가 깨졌다.

지난 12월 20년 만에 '1유로=1달러' 패리티가 깨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13일 유로 가치가 유로당 0.9998달러를 찍으며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앞서 12일에도 장중 유로당 0.9999달러까지 밀렸다. 유로화가 공식 출범한 2002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유로화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10% 이상 하락했다.

치솟는 물가에 미국은 긴축의 속도를 계속 높여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발표된 6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9.1% 상승하며 1981년 이후 41년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지난 5월에는 1년 전보다 8.6% 뛰었다.

미국의 물가는 신기록 행진 중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달 15일 기준금리를 0.75% 인상(자이언트 스텝)한 데 이어 오는 26~27(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을 밟거나 1.0%포인트 인상이란 극약처방까지 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유럽중앙은행(ECB)가 이달 금리 인상을 예고했지만, 그동안은 경기 침체를 우려해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했다. 이런 상황 속 물가가 뛰면서 유럽과 미국(연 1.5~1.75%)의 기준금리 차이가 유로화 가치 하락을 이끌고 있다. 지난달 유로존(유로를 사용하는 19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8.6%를 기록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애널리스트는 "Fed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분위기가 달러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여기에 미국 주택지표 둔화 등 경기 침체 전망이 시장 심리를 지배하면서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당분간 고금리 기조 이어질 것"


에너지 파동도 유로화에는 악재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유럽은 에너지 공급 위기를 맞았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 대한 금융과 무역 제재에 나섰다. 이에 러시아는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맞불을 놓은 상태다.

지난 11일엔 수리를 이유로 독일로 이어진 ‘노르드 스트림’ 가스관을 잠갔다. 유럽은 천연가스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연료 가격 급등과 공급망 혼선으로 독일의 수입 물가가 크게 올라 1991년 이후 처음으로 상품 무역 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에너지 공급난에 유로화 약세로 EU의 경제 여건이 더 나빠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유로당 달러 환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유로화 약세가 외환 시장에 미칠 영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유로화 가치 하락이 달러 가치를 더 밀어 올리는 작용을 할 수 있어서다. 백 애널리스트는 “외환 시장의 주요 벤치마크인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와 가치, 1973년=100)에서 유로 비중은 57.6%를 차지하는 만큼 외환시장에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로화 약세가 금리 인상 도미노를 불러올 트리거가 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유로화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ECB가 돈줄을 죄면 한국도 추가 금리 인상 압박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ECB는 오는 21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에서 11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현재 ECB 기준 금리는 –0.50%로, 인상 폭은 0.25%포인트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준금리가 이미 기준금리가 2%대로 들어선 상황에서 외부의 압박이 커지면 수신금리와 대출금리도 줄줄이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달러 가치가 과대평가된 상황이고 ECB가 금리를 올리면 달러 가치도 하락할 것”이라며 “달러당 원화 가치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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