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명물 알곤퀸 호텔에 고양이가 투숙하는 사연

2022. 7. 1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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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기아차 EV6 '로보독' 광고..반려동물 마케팅 효과 톡톡
미국 70%·한국 30% 반려동물 양육..기업 전략 변해야

뉴욕의 알곤퀸 호텔(Algonquin Hotel)은 잡지 ‘뉴요커’를 창간한 해럴드 로스, 작가이자 평론가인 도로시 파커 등 예술가들이 어울리며 얘기를 나눈 알곤퀸 라운드 테이블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 호텔에는 100년 전부터 고양이 한 마리가 투숙 중이다. 1920년대 우연히 들어온 길고양이가 자리 잡은 후 지금까지 보호소 출신 고양이들이 대를 이어 호텔을 지키고 있다. 호텔 단골이자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 햄릿 역할을 맡았던 배우 존 베리모어가 햄릿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후 수컷은 햄릿, 암컷은 마틸다라는 이름을 이어왔다.

2017년에 입주한 햄릿 8세는 호텔의 마스코트이자 지역 명사가 됐다. 뉴요커들은 고양이와 그냥 인사를 나누러 호텔에 들르기도 한다. 알곤퀸의 고양이 전담 직원(Chief Cat Officer)은 햄릿의 식사, 미용과 같은 일상적 케어는 물론 전 세계에서 오는 메시지와 선물, 소셜미디어 관리 등을 담당한다. 이곳을 방문한 고객은 호텔의 유구한 역사를 경험하는 동시에 햄릿, 마틸다와의 추억을 간직하게 된다.

반려동물 문화가 오래전 자리 잡은 미국, 유럽에는 반려동물 투숙을 허용하는 호텔이 이미 많다. 이뿐 아니라 몇몇은 알곤퀸처럼 반려동물 전담 부서와 직원을 두고 있다. 햄릿처럼 고양이나 강아지가 디렉터로 임명돼 고객을 환대하고 에스코트하기도 한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동물을 마스코트나 광고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기업도 많다. 일본 자동차 기업 스바루는 개 가족이 등장하는 유머 광고 시리즈로 유명하다. 버드와이저는 클라이즈데일(Clydesdale)이라는 품종의 말을 직접 키우며 슈퍼볼 광고에 웅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클라이즈데일과 강아지의 우정을 담은 감동적인 드라마도 많은 소비자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2020년 연말 광고로 ‘강아지의 꿈(A Dog's Dream)’을 제작해 호평받았다.

광고에는 아기(Baby)와 미인(Beauty), 그리고 동물(Beast)을 등장시키면 주목도를 높일 수 있다는 ‘3B의 원칙’이 있다. 보편적으로 호감을 주는 강아지, 고양이는 귀여움, 사랑과 우정, 안전함 같은 정서를 유발해, 메시지 전달 효과가 커질 수 있다.

USA투데이 선호도 조사에서 2022년 슈퍼볼 광고 자동차 부문 1위를 차지한 기아 전기차 EV6도 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 로보독(Robo Dog)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광고는 전자제품 매장에서 새 주인을 기다리는 로봇 강아지가 한 남성을 쫓아가다 배터리가 방전돼 추락하고, 남성이 EV6로 강아지를 충전해 함께 떠나는 내용이다. 인간과 동물의 유대감을 자동차가 연결한다는 메시지가 제품 인지도와 선호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KB금융그룹의 ‘2021년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를 보면 604만가구, 1448만명, 즉 인구의 29.7%가 반려동물을 양육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의 경우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비중이 1988년 56%에서 2022년 70% 이상으로 증가했다. 동물을 광고에 등장시키거나 캐릭터로 사용하는 데 앞서 동물 복지와 권리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변화에 앞장서는 동물 친화적 기업으로의 변신을 고민해볼 때다.

[최순화 동덕여대 국제경영학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7호 (2022.07.13~2022.07.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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