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력 증강" 주장 쏟아진다..아베 죽음뒤 中 조급해진 까닭
중국에서 군사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터져나오고 있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사망을 계기로 일본이 개헌을 통해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복귀할 가능성이 커진데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5개월 가까이 고전하는 러시아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전략 핵무기 역량을 높이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중국 공산당의 입장을 대변해 온 후시진(胡錫進) 전 환구시보(環球時報) 편집인은 지난 13일 중국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서 “중국이 국방력을 증대해 미국과 일본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거로 내세운 건 지난 11일자 미 워싱턴포스트(WP)의 ‘미국은 일본의 군사 합법화 움직임을 도와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이다. WP는 사설에서 “아베 전 총리가 추진해온 개헌은 이미 일본에 현실로 존재하는 것(육·해·공군)을 합법화해 일본이 집단 안보에 더 잘 기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집단 안보는 “중국의 부상 및 대만 위협, 북한의 핵 잠재력에 대항하기 위한 미·일·호주 등이 벌이는 협력”을 뜻한다. 일본의 군대 합법화가 미국이 중국·북한에 맞서는 데 도움이 될 거란 논지다.
후 전 편집인은 “WP 사설은 일본 개헌을 둘러싼 미 엘리트 의견이 일본을 이용해 중국을 견제하자는 쪽으로 기울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중국과 한국이 어떻게 반대해도 미국이 물길을 터 준 이상 일본은 결국 개헌해 군대 보유를 합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중국 자체 국방 건설을 더욱 가속해 우리의 군사력으로 일본의 군사 확장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중국의 전략 핵무기 역량을 더 높여 대미 억지력을 강화하고 미국이 미·일 동맹에 대해 오만한 해석을 하지 못 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 편집인의 이런 발언은 중국 정부가 일본의 개헌 움직임에 대해 경계의 눈길을 보내는 가운데 나왔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압승을 거둔 다음 날인 11일 “일본 개헌 문제는 국제사회와 아시아 이웃 국가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며 “(일본은) 역사의 교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13일 “많은 전문가는 일본이 ‘제약(평화헌법 등)’을 깨고 재무장을 이루려는 아베의 소원을 실현해 지역 평화에 불확실성을 가져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중국에서 국방력 강화 주장의 근거로 꼽힌다. 진찬룽(金燦榮) 중국 인민대 교수는 지난달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중국이 교훈을 얻었다”며 “엄중한 중국 외부 환경을 고려할 때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GDP)대비 2%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보다 군사력이 강하다고 평가받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고전하고 있는 것을 근거로 든 것이다. 진 교수는 “미국 국방 예산은 GDP의 4%, 러시아 역시 4% 이상”이라며 “GDP 대비 2% 국방 예산은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중국의 '군사력 강화론'의 근저엔 대만 문제가 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했을 때 미국과 일본의 움직임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후 전 편집인은 “일본이 개헌에 성공해 일본의 군사력 증강이 둑이 터지듯 이뤄지면 대만 문제에서도 더욱 기세등등한 자세로 나서 중국이 직면한 도전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 교수도 “중국이 대만에 대한 무력 통일에 나설 경우 서방의 대중 제재가 대러시아 제재보다 훨씬 강할 것”이라며 “전략 물자 비축과 해외 중국 자산에 대한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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