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는 PD들㉓] '노키득존' 안제민 PD, '웃음'을 향한 색다른 접근

장수정 2022. 7. 1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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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얼한 코미디를 보여주고 싶었다..자연스러운 상황에서 코미디언들이 얼마나 재밌는 친구들인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OTT와의 합작도 시도하면서 '샌드박스가 만들면 다르다'는 느낌을 주고 싶다."

<편집자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이 확대되고, 콘텐츠들이 쏟아지면서 TV 플랫폼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창작자들도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어 즐겁지만, 또 다른 길을 개척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PD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CJ ENM에서 ‘코미디 빅리그’, ‘더 짠내투어’, ‘업글인간’ 등 다양한 예능프로그램들을 연출해 온 안제민 PD가 지난해 샌드박스네트워크로 이적했다. 좀 더 젊은 시청층을 겨냥하며 트렌드를 담아내 보고 싶었다는 그는 현재 웹 콘텐츠를 기획하고 연출하며 새로운 경험들을 하고 있다.


ⓒ안제민 PD

지금은 왓챠 오리지널 예능 ‘노키득존’으로 시청자들을 만나는 중이다. 웃긴 녀석들이 5000만 원의 상금을 걸고 벌이는 ‘웃참’ 전쟁을 담는 프로그램으로, 이용진, 이진호, 강재준, 이은형, 이은지, 김해준 등 코미디언들을 비롯해 크리에이터 랄랄, 방송인 강남, 하승진 등 다양한 분야의 출연진들이 대결을 펼치고 있다.


‘코미디 빅리그’를 거치면서 코미디와 코미디언들을 향한 남다른 애정과 자신감을 가지게 된 안 PD는 이들이 활약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고 싶었다. 편안한 환경을 조성해 주기만 한다면, 그들이 자연스럽게 웃음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란 확고한 믿음에서 ‘노키득존’이 시작됐다. 그의 믿음대로, 출연자들은 웃음을 참으며 웃음을 전달하는, 아이러니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개그를 선보이고 있다.


“‘코미디 빅리그’는 기본적으로 대본을 기반으로 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공개 코미디의 매력은 확실하지만, 무대 특유의 한계도 있다. 애드리브를 할 수는 있지만, 정해진 틀에서 완전히 벗어난 걸 할 순 없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나오는 리얼한 코미디를 보여주고 싶었다.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이들이 얼마나 재밌는 친구들인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물론 ‘웃참’이라는 설정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누군가를 웃기려 고군분투하는 출연자의 활약과 참으면 참을수록 웃음이 터져 나오는 상황을 예능프로그램에서 가끔 활용하고는 했었다. 안 PD는 여기에 대결의 묘미를 더해 흥미진진함을 배가시킨다. 동시에 웃음을 참아야 하는 타이밍을 조절하는 ‘노키득벨’ 등의 각종 장치들을 마련해 출연자들의 개그가 빛날 수 있도록 도왔다.


“출연자들에게 ‘그냥 웃겨 봐’라고 하는 건 너무 가혹할 것 같았다. 그리고 처음 요청한 게 분장이나 노출과 같은 일차원적인 개그는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런닝맨’이나 ‘1박 2일’과 같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웃참’이라는 콘셉트가 들어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떠한 정해진 틀 안에서 재밌게 놀면 자연스러운 그림들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과정에서 수위 높은 19금 코미디 등 자유로운 분위기에서만 나올 수 있는 모습들도 담겼다. 긴 시간 TV 프로그램을 연출하다 처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경험 중인 안 PD에게는 ‘적절한’ 선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특히 최근 외모 비하나 약자 희화화 등 시청자들의 높아진 인권 감수성을 고려해 ‘모두’가 편하고, 즐거운 개그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왓챠

“방송은 심의가 있지만, OTT는 그렇지 않기에 오롯이 PD가 판단을 해야 했다. 하지만, 어디까지 선수 보호이고, 어디까지가 개그일까에 대한 고민을 했다. 기준은 출연자 보호였다. 너무 열심히 해주고 있는데, 나 또는 프로그램이 잘돼기 위해 오해할 수 있는 포인트를 내세우지 않으려고 했다. 숨기더라도 선수를 보호하면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청률’이라는 명확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도 안 PD에게는 낯설었다. 시청률 부담을 덜어낼 수 있어 좋기도 했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을 분석할 길이 없어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다. 아직은 낯선 플랫폼에서 새로운 방식에 적응을 하는 중이었다.


“좋은 성적표가 나오면 ‘내가 잘 가고 있구나’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고, 의욕이 생기기도 한다. 시청률 그래프를 보면서 올라갔던 부분 강화하고, 아닌 부분 빼자고 논의를 할 수도 있다. 그런 부분이 없다 보니까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러나 왓챠 많이 본 콘텐츠 순위에 올라간 걸 보면서 ‘제민아 잘됐네’라고 이야기를 해 주시는 분들도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도전을 통해 경험을 쌓아나갈 생각이다. 이적 이후 좀 더 젊은 층을 겨냥하며 해보지 않은 시도들을 하고 있다는 안 PD는 트렌드는 따라가되, 완성도는 높이는 방향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구축해 나갈 생각이다.


“기획의 방향성 자체가 더 넓고, 다양해진 것은 달라진 점이다. 그리고 OTT 콘텐츠는 기획의 선명성이 있다. 방송이 좀 더 폭넓은 시청층을 겨냥한다면, OTT는 먼저 마니아들을 잡은 이후 이를 바탕으로 대중들에게 그 인기가 퍼져나가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OTT와의 합작도 시도하면서 ‘샌드박스가 만들면 다르다’는 느낌을 주고 싶다. 앞으로 계속 제작을 해나간다면 이곳에 있는 어리지만, 트렌디한 제작진들의 능력을 많이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재미’라는 예능의 기본도 놓치지 않을 생각이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코미디의 매력은 보여주되, 기존의 것과 겹치지 않는 방식으로 늘 신선한 재미를 전달하고픈 안 PD다.


“유쾌함, 웃음을 추구한다는 건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대신 이제까지 보여주지 못한 틀에 담아내고 싶다. 공개 코미디도 있고, 야외 예능도 있지만 사람들과 새로운 기획을 하고, 색다른 틀을 가진 그런 예능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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