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징계' 국면에서 미묘해진 '브라더' 권성동·장제원
최근 국민의힘 의원들을 사석에서 만나면 “윤석열 대통령이 나는 언제 저녁 먹자고 불러주나 모르겠다”는 말을 종종 하곤 한다. 소통에 능한 윤 대통령이 ‘식사 정치’를 한다는 소문이 여의도에 파다하지만 실제 윤 대통령과 술잔을 기울인 여당 의원이 많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권 초기 대통령과의 식사 자리는 여당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자리다. 그런 대통령과의 식사 자리에 불참할 수 있는 정치인이라면 대통령과 신뢰가 돈독한 ‘실세’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 윤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0일 윤 대통령과의 만찬에 불참한 걸 두고 여권에선 “장 의원이 실세니까 가능한 일”이란 반응이 나왔다. 장 의원은 이준석 대표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 결정 이틀 뒤 마련된 이날 만찬 자리에 ‘참석하라’는 연락을 하루 전에 받았지만 지역구인 부산에서 박형준 부산시장과의 선약이 있다는 이유로 가지 않았다.
문제는 이 자리에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윤한홍·이철규 의원과 같은 소위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의원들이 모두 참석했고, 이 자리를 계기로 ‘이준석 사태’가 사실상 수습됐다는 점이다. 지난 8일 이 대표 징계 직후만 해도 당내에선 조기 전당대회를 개최하거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가동해 이 대표의 복귀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자는 의견과 당헌·당규대로 직무대행 체제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했었다. 하지만 만찬 이튿날인 지난 11일 의원 선수별 모임과 의원총회에서 권 원내대표가 주장하던 직무대행 체제가 확정되면서 당내에선 “윤심(尹心)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때문에 지난 10일 윤핵관 만찬에 장 의원이 불참한 걸 놓고 당내에선 “장 의원이 그 자리가 불편해서 피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당내에선 “장 의원이 조기 전당대회를 원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던 까닭이다. 게다가 권 원내대표와 장 의원이 여전히 ‘형·동생 사이’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최근 부쩍 묘한 긴장 관계로 비춰지면서 이런 해석에 무게가 더해졌다.
이런 시선에 당사자들은 선을 긋고 있다. 그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장 의원과 당 문제에 대해 생각이 다른 것 아니냐’는 질문에 “장 의원과 나의 관계에 대해 지나치게 추측이 난무하는 것 같다”며 “(우리는) 잘 지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지난 11일 의총을 앞두고 장 의원에게 의총 참석 여부를 묻는 전화를 걸었다는 점도 밝혔다. 해당 통화에서 장 의원이 “지역구 일정 때문에 의총 참석이 힘들 것 같다”는 설명을 했다는 것이다. 장 의원도 이 대표 징계 당일인 지난 8일 주변에 “권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뭉쳐서 남은 혼란을 수습해가야 한다”는 당부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권에선 두 사람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는 분위기는 아니다. 권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만찬에 앞서 윤 대통령과 ‘독대’ 형식으로 먼저 만나 “조기 전당대회 대신 직무대행 체제로 당을 운영하겠다”고 밝힌 뒤 나머지 윤핵관과 함께 식사하는 형태로 만남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애초 다른 만찬 참석자가 윤 대통령과 권 원내대표의 논의에 끼어들 틈을 주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한 지점이다. 만찬 참석자 주변에서는 공통적으로 “식사 때 당무 얘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는 말이 나왔다.
게다가 만찬 이틀 뒤인 지난 12일 만찬 소식이 언론에 알려진 데 대한 양측의 반응이 특히 대비되고 있다. 장 의원 측 관계자는 “대통령과의 비공개 식사 자리가 이런 식으로 언론에 알려지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윤심을 가장 잘 읽는 건 권 원내대표보다 장 의원이고, 실제 국민의힘 의원들과 대통령의 식사 자리는 대부분 장 의원이 주재해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대통령은 그냥 당 상황을 지켜볼 뿐인데 권 원내대표가 자기 주장에 힘을 실으려 보도를 내보낸 것 같다”며 “대통령을 팔아 자기 자리를 지키려 한다”고 힐난했다.
반면 권 원내대표 주변에선 별다른 불편한 기색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갑자기 대통령이 밥 먹자고 한다고 의원들이 다 올 필요가 있느냐”며 “장 의원은 선약이 있으니 안 온 것”이라고 말했다.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가 굳어지면서 권 원내대표는 당내 일각의 비판 여론에 대해서도 여유 있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13일 ‘일부 중진 의원 중심으로 여전히 지도부 사퇴, 비대위 체제 의견이 나온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내에는 항상 다양한 목소리가 있다”며 “의원총회를 통해 직무대행 체제로 추인을 받았기 때문에 그런 목소리도 경청하면서 당을 잘 운영하겠다”라고 답했다.
당내에선 “권 원내대표와 장 의원의 미묘한 관계는 이제부터 시작”이란 말도 나온다. 이 대표에 대한 경찰 수사 등이 진행되면서 징계를 다시 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이 과정에서 전당대회 개최 시기 등을 놓고 양측이 더 크게 갈등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두 윤핵관 사이에 더 큰 갈등 소지는 전당대회 시기와 실제 당권 경쟁에 있다”며 “권 원내대표는 내년 4월 임기가 끝난 뒤 당권에 도전하려 할 테고, 장 의원은 여기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당내에선 새 대표를 뽑게 될 경우 “권 원내대표와 장 의원이 같은 팀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두 사람은 윤 대통령의 최측근 ‘투톱’으로 대선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하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을 거치며 두 사람이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분석이다. “장 의원이 당선인 비서실장으로 있으면서 권 의원에게까지 인사 정보를 공유해주지 않자 권 원내대표가 서운한 마음을 가졌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던 까닭이다. 그러던 차에 지난달에는 장 의원이 주도하려던 당내 친윤계 공부 모임 ‘민들레’(민심 들어볼래)를 권 원내대표가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일도 있었다. 당시 장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A brother is a brother(한번 형제는 영원한 형제다)”라며 “윤석열 정권에서 성동이 형과 갈등은 없을 것”이라고 쓰며 갈등설을 진화했다. 하지만 여권에선 “진짜 마음 편한 브라더였으면 굳이 그렇게 글을 쓰진 않았을 것”이란 말이 나왔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악마의 1달러'…美여성, 지폐 줍자 몸 마비 "죽다 살아났다"
- 아버지 구하려다 딸도 숨졌다…사람 잡은 '밭 울타리' 비극
- 벗고 자는 아내 보고 '성폭행' 오해…대청도 공무원 살인 전말
- [단독] "북송 어민 끌고간 경찰특공대, 임무도 모른채 판문점 갔다"
- 산골학교 학생 2배 늘었다…'달인' 20명이나 사는 마을 비밀
- 코로나 후유증 없애려 '혈액세척'…7800만원 쓴 환자 근황
- 빚만 36억, 매달 돌려막기 연명…노회찬 4주기, 참담한 정의당
- 노쇼 '날강두'와는 달랐다…열정 보여주고 6-3 승리한 토트넘
- [단독] 허위경력 등 고발당한 김건희, 두달만에 경찰에 답변서
- 중국 가짜약과 100만원 시술비로, 언제까지 여성들 울릴건가 [김재련이 고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