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순의사 썼는데 "진정성 없다"..文정부 알고도 묵살했다면
‘탈북선원 강제북송 사건’ 관련 정부가 선원들의 귀순 의사를 알고도 묵살했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 보고서에 선원들의 귀순 의사를 암시하는 표현이 포함되고, 이들이 북송을 완강히 거부하는 사진까지 공개되면서다. 당시 정부는 나포된 선박이 귀순 의사 없이 도주를 반복하는 등 귀순의 진정성을 인정하기 힘들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지만, 이후 선원들은 서면으로 보호를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송 8일 후 정부 보고서 공개…“보호 요청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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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행위로 여러 죄 성립”…직무유기·직권남용 거론
귀순 의사를 묵살했다는 것이 입증될 경우 하나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상상적 경합(형법 40조)’이 성립할 수 있다는 게 시민단체의 시각이다. 전날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등을 고발한 북한인권정보센터(NKDB)는 직무유기·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불법체포감금 등 혐의를 고발장에 포함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이날 문재인 전 대통령을 살인미수죄로 고발하기도 했다.
북한이탈주민법 제8조(보호결정) 제1항에 따르면 통일부 장관은 국정원이 보호신청자(탈북민)에 대한 임시 보호조치를 했다는 통보를 받으면 협의회 심의를 거쳐 보호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 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게 직무유기의 사유로 꼽혔다. 또 같은 법 제2항에 따라 협의회 심의 결과도 당사자에게 알리지 않은 것도 지적됐다.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는 보호 대상으로 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이를 넘어 강제 북송까지 한 건 직권남용 사유로 꼽혔다.
전날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한 윤승현 NKDB 인권침해지원센터장은 “윤 센터장은 “보호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직무유기)의 전제가 선원들 귀순 의사의 진정성이 없고 불명확했다는 것인데, 통일부 보고서 등을 통해 귀순 의사가 이미 서면으로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며 “선원들의 몸을 묶고 눈을 안대로 가린 채 판문점으로 데려가고, 북송한 조치(불법체포감금·직권남용)의 전제 역시 귀순 의사의 진정성 없음이기 때문에 여러 죄가 동시에 성립할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일단 北 가자” 도망 다닌 선원들…귀순 진정성 쟁점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이준범 부장)는 이날 국정원으로부터 사건 관련 자료를 제출받는 형식의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서훈 전 국정원장은 북한 선원이 북송되는 과정에서 탈북자 합동 신문을 조기 종료시킨 혐의(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허위 공문서 작성)로 국정원으로부터 고발당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 역시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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