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원리금만 290만원" 5억집 영끌 부부, 결국 투잡 뛴다

염지현 2022. 7. 13.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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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한국은행이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에 나섰다. 금리 인상기가 본격화되면서영끌로 집산 청년층의 한숨도 커지고 있다. 뉴스1

브랜드 디자이너 김자영(가명·37)씨는 최근 은행의 대출금리 안내 문자를 받고 깜짝 놀랐다. 지난해 초 연 2.8%였던 신용대출 금리가 4.17%로 뛰었기 때문이다. 당시 ‘벼락 거지가 될지도 모른다’는 초조함에 남편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5억원대 오피스텔을 산 게 화근이었다. 주택담보대출로 2억8500만원과 1억원 상당의 신용대출을 받았다.

김씨는 “계산해보니 매달 내야 하는 이자(원리금)가 1년 반 사이 40만원 가까이 늘어나 월 290만원에 이른다”며 “월급 받아 이자 갚으면 생활비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연말 출산까지 앞두고 있어 이자 부담은 배로 커지고 있다. 그는 “배달 앱과 넷플릭스도 해제하고, 주말엔 출판 쪽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며 “아이가 태어나면 빚 갚기가 더 힘들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모(39)씨도 요즘 편의점이나 커피숍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빚을 내 서울에 8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산 뒤 이자 부담이 커져서다. 매달 원리금으로 146만원 정도를 갚고 있다. 이씨는 “갈수록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당장 생활비가 부족해서 퇴근한 뒤 할 수 있는 일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금리가 빠르게 뛰면서 영끌로 집을 산 20·30대 청년층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금리의 역습’에 이자 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연내 주담대 상단 7% 넘어설 것”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최근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최고금리는 가파르게 뛰고 있다. 이미 연 5% 중반을 넘어 6% 선에 다다르고 있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은행의 이자장사를 비판하자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중심으로 금리를 낮춘 영향이다.

4대 시중은행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신용대출 금리(평균치)는 지난 12일 기준 연 4.84~5.59%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한국은행이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지난해 8월(연 3.02~4.17%)보다 1년여 사이 최대 1.82%포인트 올랐다.

주담대 금리는 같은 기간 최저금리가 1.6%포인트 상승했다. 고정금리(연 4.6~5.7%)는 지난해 8월(연 2.92~4.42%) 대비 최저금리 기준 1.68%포인트 뛰었다. 변동금리(연 4.22~5.43%) 상단은 5.4% 선을 넘었다. 연 3%대 대출금리도 사라지고 있다.

은행권에선 한은의 첫 빅스텝(0.5%포인트) 인상 영향으로 주담대 최고금리가 연내 7% 선을 뚫을 것으로 예상한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 은행채 등 대출 지표금리가 치솟아 연내 금리 상단은 7%를 넘을 수 있다”며 “(금융당국의 압박에도) 은행이 가산금리로 금리 상승세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빚을 과도하게 늘린 대출자(차주)의 이자 압박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은은 지난해 9월 가계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 1인당 이자 부담은 연간 16만1000원씩 증가한다고 추산했다. 한은 분석대로라면 지난해 8월부터 1년 동안 기준금리가 1.75%포인트 인상되며 1인당 이자 부담액은 112만7000원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30대 이하 다중채무자 137만명 돌파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금리 상승기 '영끌'의 부작용은 상대적으로 소득과 신용이 낮은 청년층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들어 가계의 신용대출은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청년층이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받은 신용대출액은 오히려 증가했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제2금융권에서 20대의 신용대출액(잔액)은 6조8894억원으로 지난해 말(6조8320억원)보다 0.8% 증가했다. 코로나19 본격화 전인 2019년 말(5조1017억원)보다 35% 증가했다. 은행권 가계대출 규제의 풍선효과로 청년층 신용대출 수요가 저축은행이나 카드론 등 2금융권으로 밀려난 것으로 풀이된다.

30대 이하 다중채무자도 늘고 있다. 30대 이하 다중채무자 차주는 지난 3월 말 기준 137만9700명으로, 2년 전(128만2239명)보다 9만7461명 늘었다. 대출액(157조968억원)은 같은 기간 25% 불어났다. 전체 연령대 다중채무자의 대출액이 14.2%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30대 이하 다중채무자의 대출액 증가속도가 빠르다.

다중채무자는 3개 이상 금융사(대부업 포함)에 돈을 빌린 사람(차주)를 의미한다. ‘빚으로 빚을 돌려막는’ 다중채무자는 금리 인상기 연체율 상승 등이 이어지며 부실화할 위험이 크다. 전문가들이 금리 인상기 영끌·빚투족의 불어나는 ‘이자 폭탄’이 경기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빚 부담이 커질수록 지갑을 닫는 대출자가 늘면서 경기에 영향을 주게 된다”며 “적어도 영끌한 청년이 고금리 대출 시장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한동안 지속해 빚을 감당 못 하는 사람이 급증할 것”이라면서 “다만 '빚투'는 본인 책임이 크기 때문에 정부 지원과 대책은 생활비 마련을 위해 빚낸 취약차주에 집중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염지현, 송승환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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