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초 생리휴가..하버드 버리고 정치 택한 女장관 누구
이레네 몬테로(34) 스페인 양성평등부 장관은 지난 5월 스페인이 유럽 최초로 확정한 ‘생리휴가’ 정부안을 주도하며 주목을 받았다. 몬테로 장관은 당시 “우리는 고통스러운 생리 기간에 국가가 전액 지원하는 유급 휴가를 도입한 유럽 최초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스페인 의회 통과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매달 끔찍한 고통에도 괜찮은 척 근무”
정부안은 한 달에 3일씩 생리휴가를 보장하고 최대 5일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급여는 국가가 전액 지원한다. 한국의 근로기준법상 생리휴가 제도는 한 달에 1일, 무급이다. 몬테로 장관은 12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생리휴가는) 생리와 관련한 건강을 여성 건강권의 일부로 본 것”이라며 “여성은 매달 며칠씩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약을 먹고 괜찮은 척 직장에서 일한다. 생리통은 유일하게 감춰지는 고통”이라고 말했다.
그는 낙태권을 확대하고 젠더 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도 함께 주도했다. 명시적 동의가 없는 성관계는 모두 강간으로 간주하는 법안도 지난 5월 스페인 하원에서 통과됐다. 그의 목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몬테로 장관은 “스페인의 모든 새로운 법안과 정부 지출안은 페미니스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모든 결정은 양성평등을 염두에 두고 이뤄져야 한다”면서다.
몬테로 장관은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좌파 연립정부 내각의 막내다. 지난 2020년 신설된 양성평등부 초대 장관으로 성평등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왔다. 다만 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둘러싼 논란은 뜨겁다. 여기에 정부 지지율은 취임 2년 반 만에 최저를 기록하고 있고, 보수정당인 민중당과 극우정당 복스의 연합 정부가 차기 집권을 노리고 있다. 복스는 이미 성평등 정책 폐지를 공약하고 나섰다.
몬테로 장관은 이에 대해 “성폭력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을 부정하는 것은 여성과 인권에 대한 심각한 공격”이라며 “가장 큰 위험은 인권 담론을 백지화하려는 경제, 언론, 사법 세력이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 위해 하버드대 진학 포기
그는 포데모스 창당 주역인 파블로 이글레시아스(44) 전 스페인 사회부총리의 파트너로 그와의 사이에 세 아이를 둔 엄마이기도 하다. 정치학 교수였던 이글레시아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정부의 긴축정책으로 집과 일자리를 잃은 시민들을 모아 “분노를 정치 변화로 이끌어야 한다”며 포데모스를 창당해 80년 만에 스페인의 양당 정치를 타파하고 좌파 연립정부 수립을 주도한 인물이다. 지난해 마드리드 주지사에 출마했다가 낙선하자 “당 리더십 개혁에 걸림돌이 되지 않겠다”며 정계를 은퇴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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