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일반인 출입금지.. 안동에는 비밀의 정원이 있다

이호영 2022. 7. 1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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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영 기자]

안동에는 비밀의 정원이 있다. 요즘 유행하는 미로 찾기 정원은 아니지만 와보면 아기자기하고, 수려한 경관으로 '아, 여기에 이런 곳이...' 하는 감탄이 나온다.
 
▲ 낙강물길공원 안동 비밀공원, 안동댐 밑에 있다
ⓒ 이호영
안동댐 본 제방 바로 밑에 있는 '안동 낙강물길공원'이 그것이다. '낙강'은 낙동강의 옛 말이고, 물길 정원은 말 그대로 물이 흐르는 정원이다. 물은 안동댐의 물을 이용한다. 댐 물이 정원으로 들어와 다시 낙동강으로 들어간다.
 
▲ 낙강물길공원 나무다리 메타세콰이어, 전나무 등이 숲을 이룬다
ⓒ 이호영
공원은 마치 이국 땅 어느 곳처럼 느껴진다. 머리 위로 치솟은 메타세콰이어와 전나무가 하늘을 가리고, 눈 앞에 펼쳐진 작은 연못은 그림 속 동화의 나라에 들어온 착각에 빠진다.
사람들은 이곳을 '한국의 지베르니'라고 부른다. 지베르니는 프랑스 파리 근교 도시로 화가 모네의 정원이 있는 곳이다. 물길 공원, 발길 닿는 곳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그곳이 포토존이 된다. 모네 작품 '수련이 핀 연못'이 연상될 정도이다. 아니 모네의 작품을 모티브로 물길 공원을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낙강물길공원 연못 연못 수련. 모네 '수련이 핀 연못' 작품과 닮았다
ⓒ 이호영
특히 댐 낙차를 이용해 무동력, 환경 친화적으로 가동된다는 분수는 하얀 물줄기가 반원 모양으로 퍼지면서 숲속 작은 연못의 미생물을 깨우고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물이 솟는 분수, 생태습지, 돌다리와 오솔길, 아이들이 뛰놀기 좋은 잔디광장 등은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온 풍경은 분명 아니다.
 
▲ 낙강물길공원 얀못 분수 작은 연못에 분수에서 물이 치솟는다. 자연 낙차를 이용한 무동력이다
ⓒ 이호영
 
이곳 낙강물길공원은 진입로가 공원의 운치를 더해준다. 들어오는 길, 왼쪽에 키 큰 메타세콰이어가 줄지어 섰고, 오른쪽은 은행나무가 줄을 이룬다. 곧게 뻗은 아스팔트 도로와도 조화를 이룬다.
 
▲ 낙강물길공원 진입로 좌측 메타세콰이어, 우측 은행나무. 곧게 뻗은 도로 등과 어울린다
ⓒ 이호영
이 물길공원이 비밀공원이라 불리는 이유는 그 위치에 있다. 안동댐 본 댐 제방 밑에 있기 때문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본 댐 밑까지 일반 주민 접근이 허용되지 않았다. 보안 구역이란 이유로 댐 입구 진입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댐 측이 아름다운 물길 공원을 만들어서 개방했지만 안동 사람들조차 "어, 저기는 들어갈 수 없는 곳인데..."라는 인식 탓에 들어갈 생각도 않았고, 그곳에 물길정원이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지금도 그렇다. 그래서 비밀스러운 곳으로 남았고, 아직 잘 보존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안동댐 전경 본댐 제방 왼쪽 아래에 물길공원이 있다. 마치 댐 속에 숨어 있는 양상이다
ⓒ 이호영
 
낙강물길공원에 대한 소문이 인터넷, SNS 상에 오르면서 지금은 핫 플레이스로 변하고 있다. 덕분에 토, 일요일과 공휴일에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다른 관광지와 달리 그리 분주하지는 않다. 특히 평일 오전에는 한가하다. 몇몇 사람이 이곳을 찾아 소풍을 즐기듯 커피 등을 마시며 여가 시간을 보낸다.
안동댐을 찾는 관광객 상당수는 월영교에서 돌아가기 일쑤이다. 월영교에서 안동댐을 바라보고, 사진을 찍고 발길을 돌린다. 비밀 정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 후회할 것이 분명하다.
 
▲ 안동 월영교 안동댐가는 길에 있다. 많은 관광객이 찾는 안동의 명소이다
ⓒ 이호영
낙동강은 멀리 강원도 태백시 황지에서 출발해 이곳 안동댐까지 흘러와 다시 예천, 문경, 상주, 대구를 거쳐 부산까지 간다. 본류 길이만 525km, 남한에서 가장 길고, 북한을 포함하면 압록강 다음으로 길다.
 
▲ 안동댐과 수력발전소 수차 1976년부터 2017년까지 수력발전소에 사용된 수차. 42년 동안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했다
ⓒ 이호영
 
안동댐은 1976년 준공한 우리나라 최초의 양수 겸용 발전소이다. 댐 높이는 83m, 제방길이는 612m, 총 저수용량은 12억 8천만 톤이라고 한다. 당시 수력발전소에서 실제 사용된 수차가 물길공원 주차장 옆에 조형물로 전시 중이다. 1976년부터 2017년까지 전기를 생산한 수차이다. 발전용량이 45MW, 42년 동안 안정적으로 전기를 생산 공급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 고성이씨 탑동종택과 법흥사지 7층 전탑 안동댐 가는 길에 있다. 법흥사지 7층 전탑은 국보로 지정돼 있다
ⓒ 이호영
 
낙강물길공원은 안동역(버스터미널)에서 낙동강 자전거 길을 따라 안동댐 방향으로 직진하면 된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 선생의 생가 '임청각', '고성이씨 탑동 종택'과 '법흥사지 7층 전탑'이 자전거길 바로 옆에 있다. 보조댐과 월영교를 지나, 댐 방향으로 곧장 들어가면 숨은 그림 찾기처럼 '낙강물길공원'을 만날 수 있다. 안동역에서 자전거로 15km, 1시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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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자전거로 떠나는 안동 문화 여행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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