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로 버텼는데, 대출금리로 무너진다" 中企 빅스텝 아우성
경기도 안산에서 기계부품 공장을 운영 중인 김준식(48) 대표는 13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한 사상 첫 ‘빅스텝’에 대한 반응이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 2년 동안, 직원을 줄이고 설비까지 팔아가며 간신히 도산을 막았다. 그나마 지난해 하반기 이후 대기업 납품 물량이 늘어나면서 숨통이 트였다. 그런데 이젠 금융비용에 발목을 잡힐 처지다. 김 대표는 “매출이 급감한 지난 2년 동안 제2금융권 대출에 개인 신용대출까지 받아둔 상태”라며 “금리 부담이 커지면 더는 버티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우려가 ‘공포’로 바뀌게 됐다. 예상했던 조치인 데다 정부가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금융지원 대책을 내놨지만, 실제 도움을 받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논평을 내 “금융통화위원회의 사상 첫 3연속 기준금리 인상, 0.5%포인트 인상 결정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 말 현재 전체 중기 대출 규모는 931조원이고 이 중 개인사업자 대출이 437조원에 달한다”며 “금리가 지속적으로 인상하면 건실한 중소기업도 외부 요인에 의한 부도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저금리 대출, 대환 대출 등 대책을 추진 중이지만, 이미 팬데믹으로 인해 영세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자영업자는 ‘급전’을 쓴 경우가 많아 실제 효과를 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신용이 낮은 중소기업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가 지난 11일 낸 ‘한·미 정책금리 역전 도래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통위의 빅스텝에 따라 중소기업의 이자 부담 증가액이 2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대기업 이자 부담(1조1000억원)의 두 배 이상이다.
소상공인 역시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자 부담은 물론 고금리에 따른 경기 하락으로 매출이 줄어들 가능성도 커졌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소상공인은 제2금융권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면 2% 이상의 금리 인상으로 체감할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지원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이른바 ‘좀비기업’(한계기업)엔 치명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5월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금리가 1%포인트 올랐을 때 일시적 한계기업은 5.4%포인트 늘어났다.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은 8조6900억원에 달한다. 한계기업의 줄도산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경제단체들은 이날 일제히 정부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기업 금융 부담이 급증하고 민간 소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며, 한계 상황에 처해 있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경련도 “가계와 기업의 금융 방어력이 취약하고 실물경제도 부진한 만큼 향후에는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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