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박해" 탄원서 보낸 아베 외조부..아베 가문과 통일교

임지혜 2022. 7. 13.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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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격범, 통일교 한학자 총재 범행 대상 삼아
통일교 소개 사이트에 아베 외조부 사진도
통일교 문선명 총재(왼쪽)와 아베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 사진=chojin.com 캡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에 총격을 가해 사망하게 한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가 범행 배경으로 모친의 종교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을 언급하면서 아베 전 총리와 해당 종교단체와의 관계가 세간의 관심이 모으고 있다. 

NHK·요미우리·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야마가미는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가 특정 종교단체에 빠져 거액의 기부를 하는 등 가정생활이 엉망이 됐다”며 “아베 전 총리가 그 단체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해 노렸다”고 진술했다. 

요미우리신문은 13일 용의자가 경찰 조사에서 통일교 2대교주인 한학자 총재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으나 코로나19로 한국에 들어올 수 없어서 통일교와 친밀한 아베 전 총리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고 보도했다. 통일교는 1954년 문선명이 설립한 대한민국의 신흥종교로 2012년 그가 사망한 이후 부인 한학자 총재가 2대 교주를 맡아 가정연합을 끌고 있다. 

용의자는 “아베 전 총리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가 해외에서 당시 교주를 초대하는 등 일본에 신앙을 터뜨렸다고 생각해 그 손자인 아베 전 총리를 살해하기로 결심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정치적 동기는 없다는 것이다. 

이에 다나카 도미히로 일본 통일교 회장은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용의자 모친이 1900년대 후반부터 통일교 신자로 활동한 것을 인정하면서 “아베 전 총리는 통일교 신자로 등록한 바 없고 고문으로 일한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일본 언론 보도를 보면 용의자는 아베 전 총리가 지난해 통일교 관련 행사에서 특별연설을 한 영상을 보고 친분이 깊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실제로 아베 전 총리는 작년 9월 통일교와 관련단체인 천주평화연합(UPF)이 공동 주최한 ‘싱크탱크(THINK TANK) 2022 희망전진대회’ 에서 특별 연설자로 나선 바 있다.

통일교와 아베 전 총리와의 관계는 일본 내에서도 계속 거론되던 주제다. 교토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NHK ‘일요 토론’에서 NHK당 쿠로카와 아츠히코 간사장은 “아베 전 총리는 외세의 통일교로부터 지대한 응원을 받고 있다”

싱크탱크(THINK TANK) 2022 희망전진대회에 특별 연설자로 나선 아베 전 총리. 사진=유튜브 Happy Life孝情誠 캡처

아베 전 총리와 통일교의 관계가 계속 거론되는 건 통일교가 오래 전부터 일본 우익 정치세력과 맺은 인연 때문으로 보인다. 통일교의 정치단체인 국제승공연합은 자민당 보수계 의원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승공연합은 통일교를 설립한 문선명의 지시로 1968년 4월 창설된 반공 단체다. MAG2 뉴스는 지난해 9월 “기시 전 총리는 통일교에 협력해 국제승공연합을 설립했다”며 “아베 전 총리 자신도 관방장관 시절인 2006년 합동결혼식을 겸한 UPF ‘조국향토 환원 일본대회’에 축전을 보내는 등 통일교와의 관계가 자주 거론돼 왔다”고 보도했다. 

자민당 내 극우파였던 기시 전 총리가 지난 1970년 4월 일본의 통일교회를 방문한 것에서도 이들의 긴밀한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통일교를 소개하는 초인류 네크워크 사이트에 실린 ‘통일교회와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란 제목의 글을 보면 1973년 11월23일 통일교회 본부에서 문선명·한학자 부부 사이에 기시 전 총리가 서 있는 사진이 게재됐다. 

또 다른 게시물에는 문 총재가 지난 1984년 탈세 혐의로 미국에서 수감됐을 당시 기시 전 총리가 주일 미국대사였던 더글라스 맥아더 2세 등과 함께 미국 대통령에 보낸 탄원서도 올라와 있다. 기시 전 총리는 탄원서를 통해 “역사상 주요 종교 지도자들이 모두 그랬듯 문 총재는 지금 박해를 받고 있다”면서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지말고 그를 풀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자민당은 1985년 일명 스파이방지법이라고 불리는 국가비밀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는데 이 과정에 통일교와 국제승공연합이 개입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교는 일본에서 1950년대 후반부터 포교가 시작돼 많은 신자를 얻었으나 1980년대 영감상법으로 일본 사회에서 비판을 받았다. 영감상법은 조상의 고통을 없애고 후손이 안전하려면 영적 능력이 있는 특정 상품을 구매해야 한다는 것이다. 1987년 전국영감상법대책변호사연락회가 결정됐으며 피해자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패소했다. 

전국영감상법대책변호사연락회의 야마구치 히로시 변호사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통일교의 과도한 헌금 행위로 신자들의 자녀와 가족들의 고통이 얼마나 큰 지 알아달라”고 말했다. 

변호사연락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이후부터 2021년까지도 약 4000건의 피해 상담이 있었으며 피해액은 175억600만엔에 이른다. 기토 마사키 변호사는 “영감상법은 계속되고 있다. 통일교가 이번 사건(아베 전 총리 사망) 원인을 만들어 낸 문제는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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