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자 대신 술·담배 사줍니다" 청소년 노리는 '댈구'의 유혹
"여자는 꽁담" "여성이면 수고비 없다" 성범죄 노출 우려도
“XX 앞 담댈 가능한 분 뎀(DM) 주세요. 수고비 드림”
기자가 12일 SNS를 통해 담배 대리구매를 문의하는 글을 올리자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댓글이 달렸다. 미자(미성년자)를 알리는 해시태그(#)를 달았음에도 기자의 게시글에 상대는 “(대리구매자를) 구했냐”고 물었다. 이날 밤까지 대리구매를 해주겠다는 여러 사람의 일대일 쪽지(DM)는 계속됐다.
트위터 등 SNS에는 이같이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가 법적으로 구매하지 못하는 술·담배·전자담배뿐만 아니라 수면제, 성인용품 등을 대신 구매해주겠다는 글이 넘쳐난다. ‘댈구’ ‘담댈(담배 대리구매)’ ‘술댈(술 대리구매)’ ‘담뚫(담배 판매처 뚫기)’ 등의 키워드를 치면 쉽게 이같은 글을 발견할 수 있다. 청소년을 상대로 유해 약물을 사다주고 일정한 수고비를 받아 챙기는 방식으로 수입을 올린다. 대리구매 판매자의 글 못지않게 대리구매를 제안하는 글도 쏟아진다. 나이와 거주지, 구매 희망 시간, 수고료 등을 적어 가능한 사람을 모집하는 식이다.
대리구매 행위가 더 심각한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구매자) 여성은 수고비 없이 어디든 간다” “여자는 꽁담(공짜 담배)” 등의 내용을 광고글도 상당수다. 대리구매를 할 때 술·담배 등을 직거래 한다며 인적이 드문 곳에서 만남을 갖거나 DM, 개인 연락처 등을 통해 연락을 하는 경우가 많다. 대리구매를 미끼로 한 성범죄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대리 구매자가 수고비 대신 스킨십, 성관계나 유사 성행위 등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많다고 한다. 실제로 ‘담배를 대리구매 해달라’고 기자가 올린 글에 “여자냐”고 묻거나 “혼자 있느냐”며 수고비 대신 성적 요구를 하는 DM도 왔다.
적지 않은 청소년들이 대리구매를 통해 술·담배 등 청소년 유해 약물을 사고 있다. 담배의 경우 청소년 5명 중 1명은 대리구매를 통해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0년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한달간 흡연을 경험한 청소년 중 담배를 대리 구매한 비율은 20.8%로 집계됐다. 전자담배 대리구매율도 12.8%에 달했다. 술 대리구매율은 7.9%로 나타났다.
지난달 29일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관이 올해 1월부터 수사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해 5개 시도에서 적발한 대리구매 판매자 11명과 거래한 청소년이 무려 1046명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적발된 판매자 11명 중 6명은 청소년이었다.
청소년임에도 편의점 등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환경도 문제다. 질병관리청의 ‘제17차(2021)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편의점이나 가게 등에서 담배 또는 술 구매를 시도했을 때 살 수 있었던 비율은 담배는 2020년 67.0%에서 지난해 74.8%로, 술은 63.5%에서 71.3%로 뛰었다. 유해 약물을 사려고 시도할 때 성공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만큼 대리구매로 용돈벌이하는 아이들이 늘어날 수 있다.
지난해 도 특사경에 잡힌 미성년자 A씨(만 16세)는 코로나19로 아르바이트가 힘들어지자 용돈을 마련할 목적으로 신분증 검사를 하지 않는 집 근처 편의점 4곳을 돌아다니며 담배를 구입한 후 대리구매 광고를 보고 연락 온 또래 청소년에게 10회에 걸쳐 수수료를 받고 담배를 제공하기도 했다.
‘청소년 보호법’상 청소년에게 유해약물을 대리 구매해 제공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지만 적발 자체가 쉽지 않다. 대리구매는 SNS에서 은밀히 개인 간에 거래돼 단속이 쉽지 않지 않은 게 현실이다.
도 특사경 관계자는 쿠키뉴스를 통해 “트위터와 같은 해외 기반 SNS는 (대리구매글을) 조치하는데 절차가 복잡하고 쉽지 않다”며 “모니터링을 하며 추적하다가 거래한 것으로 의심되는 청소년들을 만나 진술과 거래 내역 등 증거를 확보하고 택배 발신자 추적 등을 통해 SNS 뒤에 숨은 판매책을 찾아 검거한다”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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