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오름 보존 정책,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김홍구 2022. 7. 13. 13: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주오름은 소비의 대상이 아니다 2] 제주 환경정책의 문제점

[김홍구 기자]

- 1편에서 이어집니다. 

제주 오름을 지키려는 노력은 누가 해야 하는가. 물론 사람이다. 그중에서도 제주사람이 우선해야 한다. 내 집안에 있는 것을 누가 지키겠는가. 제주오름은 제주사람의 것이기 때문이다. 제주사람이 먼저 제주오름을 보존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제주오름의 가치를 지키고 이끌어야 한다.

그 아름다운 가치를 스스로, 또는 타의로 짓밟아 버리는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 이후의 노력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생각하고 변화하면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칫하면 제주사람이 제주오름이 내는 마지막 울부짖음을 들어야 할지 모른다.

또한 제주오름을 찾는 탐방객의 의식을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한다. 무의식적 행동이 제주오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 주어야 한다. 오름 안에 있는 가치와 문화와 역사를 생각지 않고 그저 인생샷만 찍는 탐방객은 필요치 않다. 자신이 밟고 있는 오름이 훼손되는 것을 애써 외면하면서 찍는 인생샷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자연에서는 작은 것을 잘 바라 보는 것이 중요하다. 제주오름의 주인은 오름에 살고 있는 생명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제주오름의 주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다양성이 가득해야 할 제주오름에 인간이라는 종만 가득하다는 것이 슬픈 현실이다.
 
▲ 금오름 훼손된 분화구
ⓒ (사)제주오름보전연구소
 
생태학자 베리 커모너는 생태학 제1법칙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모든 것은 모든 것에 연결되어 있다." 작은 생태적 변화라도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탐방객이 오름에 발자국을 남기는 행위가 쌓여 지금처럼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탐방객에게 스스로 오름을 보전하며 다닐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면 가능할까? 매우 불편한 탐방이 될 수 있는 것을 받아들일까? 누구든 할 수 있지만 아무도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하고픈데 집단적 무관심으로 균일화되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를 수도 있다.

제주오름도 하루쯤 쉬고 싶지 않을까

멈추지 않는 훼손으로 고통받는 오름을 위해 하루를 쉬는 것은 어떨까. 가능할까. 이러한 일이 가능하려면 행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제주도의 환경정책은 오름을 보전하는 것과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

오름에서 많은 재선충 방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나무를 자르고 운반하는 것에만 집중될 뿐이고 오름이 훼손되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다. 방제 매뉴얼도 지키지 않고 있으며 장비를 투입하여 오름사면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온갖 쓰레기가 방치되어 있다. 소나무를 병충해로부터 예방하는 것도 좋지만 소나무가 있는 오름을 무자비하게 망가뜨리며 작업해서도 안 된다.

지금까지 이렇게 훼손된 제주오름이 얼마나 많은 지 조사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을뿐더러 훼손된 오름을 복원하는 경우도 없다. 그저 항의하면 복구하는 시늉만 한다. 즉, 오름에서 방재만 있고 환경보전과 보호는 없다. 
 
▲ 백약이 재선충 방제작업으로 훼손
ⓒ (사)제주오름보전연구소
 
▲ 북오름 재선충 방제작업으로 훼손
ⓒ (사)제주오름보전연구소
 
올봄에 새별오름에 불을 놓는 들불축제를 한다고 발표했다가 여론의 질책을 맞고 전격 취소하였다. 당시 강원과 경북지역 산불로 피해가 많이 발생하자 뭇사람의 항의에 축제를 추진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만약 이런 상황이 없었다면 불을 놓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제주도는 새별오름을 위해 무엇을 하였을까. 지금까지 새별오름에서 20여 년간 들불축제를 하면서 새별오름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생태나 자연환경 변화를 조사한 적이 있었던가. 심지어 인화물질을 넣어 불을 지르기도 했고 수많은 폭죽을 터트려 화약의 잔재가 새별오름에 있었음에도 오름과 주변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하여 발표한 적이 없다.

심지어 이번에 불놓기를 취소하면서 이미 설치하였던 자재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것이 있었다. 바로 환경호르몬을 배출하는 비닐과 스펀지를 태우려고 했다는 사실이다. 설치한 짚더미 속에 사진과 같이 스펀지가 들어 있고 겉에는 비닐을 씌어 글자를 만들었던 것이다. 얼마나 한심한가. 이러고도 제주의 오름을 보존한다고 하는 것인가.

오름 보존 정책, 이대로면 곤란하다 
 
▲ 새별오름 들불축제 글자(22/3/20 촬영)
ⓒ (사)제주오름보전연구소
  
▲ 새별오름 들불축제에 사용하려던 비닐(22/4/9 촬영)
ⓒ (사)제주오름보전연구소
  
▲ 새별오름 들불축제에 사용하려던 스펀지 (22/4/9 촬영)
ⓒ (사)제주오름보전연구소
제주도에는 자연휴식년제를 실시하는 오름이 몇 군데 있다. 그중에 하나가 물찻오름이다. 근거는 <자연공원법 제28조(출입금지등) ① 공원관리청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공원구역 중 일정한 지역을 자연공원특별보호구역 또는 임시출입통제구역으로 지정하여 일정 기간 사람의 출입 또는 차량의 통행을 금지·제한하거나, 일정한 지역을 탐방예약구간으로 지정하여 탐방객 수를 제한할 수 있다.>의 규정에 따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이런 규정에 맞춰 노력하고 있을까. 2008년부터 자연휴식년제가 시행되어 통제되어 온 물찻오름은 매년마다 한시적으로 개방하여 큰 문제를 낳고 있다. 탐방로 전 구간에 걸쳐 무단으로 식생을 훼손하고 있었던 것이다.

올해도 제주도는 '제14회 사려니숲 에코힐링 체험행사'를 어김없이 실시했다. 자연휴식년제를 처음 실시할 때부터 했다는 것이다. 물찻오름은 자연휴식년제로 보호받고 있다. 자연휴식년제는 "환경오염, 황폐화, 등산로 개설 등으로 훼손이 심한 곳, 혹은 보호가 필요한 희귀동식물 서식지 등에 일정 기간 사람의 출입을 통제함으로써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생태계를 복원, 자연을 되살리는 목적"으로 시행되는 제도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매년 행사 때 물찻오름을 개방하고 탐방객의 편리를 위해 식생을 배어 식생복원을 더디게 하고 있다. 또한 이 기간 동안에 집중된 탐방객으로 인하여 탐방로가 훼손되고 있다. 이렇게 출입을 허용하려면 자연휴식년제를 왜 하는지 묻고 싶다. 자연휴식년제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보호한다고 매년 자연휴식년제를 연장하고 있다.
 
▲ 물찻오름 식생 무단 훼손(21/6/4 촬영)
ⓒ (사)제주오름보전연구소
  
▲ 물찻오름 식생 무단 훼손(21/6/4 촬영)
ⓒ (사)제주오름보전연구소
이러한 사례는 또 있다. 오름 복구공사이다. 탐방로를 만들거나 복구를 할 경우 제대로 하지 않아 도리어 훼손으로 이어지고 있다. 오름은 복구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복원해야 하는 것이다. 복구라는 이름으로 오름의 원형을 파괴하지 않아야 한다. 제대로 하지 않으려면 차라리 그냥 내버려둬야 한다.

어설픈 복구공사로 망가진 오름이 어디 한두 곳인가. 오름에 대한 복구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 해왔던 방법을 과감하게 벗어던져야 한다. 아름답다고 칭송하던 오름을 인간에 맞춰 꾸민 인공적인 자연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 3편으로 이어집니다. 
 
▲ 용눈이 잘못된 복구공사
ⓒ (사)제주오름보전연구소
   
▲ 백약이 잘못된 복구공사
ⓒ (사)제주오름보전연구소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사단법인 제주오름보전연구소 대표입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