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엉터리 중간 요금제" vs 통신업계 "자율성 지켜줘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통신3사 CEO 간담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구현모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이동통신 3사가 '5G 중간요금제'를 내놓는 가운데 여당 국민의힘이 관련 요금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한달 데이터 사용량 24GB 기준의 5G 중간요금제가 고가 요금제를 유도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이를 놓고 민간 영역인 통신비에 대한 국회의 과도한 개입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후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이통 3사 대표가 만나 통신 요금을 개편하기로 하기로 하고, 24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만들겠다는 발표가 있었는데 합의 내용이 적절한지 면밀하게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SK텔레콤은 과기정통부에 월 5만9000원에 월 데이터 24GB를 제공하는 요금제 출시 신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5G 서비스 가입자 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월 27GB인데 24GB의 중간요금제가 출시되면,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은 그 이상의 고가 요금제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부분 소비자는 100GB 이상 상품에 가입하고 다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엉터리 요금 체계가 승인돼서 소비자가 부당한 바가지 요금을 쓰는 일이 없도록 지켜보고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통사가 진짜 제대로 소비자를 생각하는 정책을 한다면 월 사용량을 30GB 정도로 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통신업계는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요금 책정에 직접 개입하려는 건 민간 사업자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월 평균 데이터는 23~27GB다. 데이터 소모량이 많은 상위 5% 사용자를 제외하면 14~21GB 수준이다. 이번 중간요금제 구성은 이통사와 정부가 신고 전 비공식 협의에서 지속적으로 논의해 도출한 결과라는 점에서 무리한 수준은 아니라는게 업계 입장이다.

게다가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에 미국, 유럽, 일본 등의 글로벌 이통사들은 요금인상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미국 통신사 AT&T와 버라이즌은 지난 5월 무선 서비스 가격을 인상했다. 영국, 네덜란드 통신사들도 올해 통신 요금 가격을 올렸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 이통사들은 요금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고객 선택권과 편의성을 강화하기 위해 중간 요금제 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금제를 구성하려고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