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개특위로 고성, 또 무산된 국회 정상화.."제헌절까지 원구성"
국회공전 44일째인 12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다시 만났다. 지난 4일 김 의장 취임 후 첫 회동이어서 정치권에선 국회 정상화의 실마리가 풀릴 것이란 기대가 나왔다. 하지만 회동 1시간 만에 양측은 별 소득 없이 헤어졌다.
野 “여6, 야6, 비교섭1” 절충안에 與 “5 대 5 동수 포기 못 해”
양측이 충돌을 일으킨 지점은 이번에도 사개특위(위원 13인) 구성이었다. 민주당은 최근 사개특위를 ‘민주당 6인, 국민의힘 6인, 비교섭단체 1인’으로 구성하자는 제안을 했다. 기존 제안인 ‘민주당 7인, 국민의힘 5인, 비교섭단체 1인’에서 한 발짝 물러선 것이었다. 하지만 사개특위 위원장직은 여전히 “우리가 갖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자신들의 기존 주장인 ‘민주당 5인, 국민의힘 5인’ 동수 구성을 고수했다. 위원장직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은 “절대 내줄 수 없다”고 버텼다. 위원장직을 내주면 검·경 수사권 분리 관련한 논의에서 민주당에 끌려다닐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상황에서 고성이 회의장 밖으로 새 나오기도 했다. 권 대행은 “마음대로 하라. 다 받고 싶은 대로. 일방적으로 (진행한) 민주당도 사과해야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박 원내대표는 “약속 깬 쪽(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받아쳤다. 지난 4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국면에서 두 사람이 한 차례 합의했다가 깨진 ‘검·경 수사권 분리 합의안’을 놓고 또다시 입씨름을 벌인 셈이다.
다만 당초 민주당이 시도했던 ‘국회 특별위원회 선(先) 발족’ 구상은 무위로 돌아갔다. 민주당은 전날 김 의장에게 “민생특위와 인사청문특위를 구성해달라”(박 원내대표)고 압박하며 상임위 구성 전에도 국회를 가동하려 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선 특위 구성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는 오가지 않았다고 한다.
野 “국민의힘, 정보위 포기하고 알짜 상임위 가져가려”
18개 상임위원장 배분 협상도 난항이 예상된다. 양측이 줄다리기를 벌이는 핵심 상임위는 운영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꼽히는데, 양측은 이날 팽팽한 줄다리기만 반복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다수당이 위원장직을 맡아 온 운영위를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양보하고, 국민의힘은 여당이 맡아 온 행안위를 민주당에 넘기는 ‘빅딜 설’도 나돈다. 민주당 관계자는 “빠른 합의를 위해 운영위를 내줄 수도 있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다만 행안위는 윤석열 정부의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가칭) 신설 이슈가 있어 국민의힘도 쉽게 내주긴 어려운 상황이다.
과방위도 최근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민의힘은 전 정권에서 임명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자진 사퇴시키기 위해서라도 방통위를 소관 부처로 둔 과방위를 차지해야 한다는 필요가 크다. 반면 민주당은 ‘한상혁 엄호’를 위해 과방위를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도 국민의힘은 법제사법위, 기획재정위, 국방위, 보건복지위, 환경노동위의 위원장직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관계자는 “복지위나 환노위를 내주면 여당이 노동개혁, 연금개혁이란 이름으로 소위 ‘개악’을 할 수도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여당이 위원장직을 맡아 온 정보위는 되레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양보’를 제안했다. 상임위 7개만 얻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다른 상임위보다 실익이 적다고 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우상호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KBS라디오에서 “국민의힘이 여당인데도, 국정원 같은 중요 기관을 소관 부처로 둔 정보위를 야당 몫으로 준다는 건 ‘알짜 상임위’만 챙기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두 원내대표는 17일 제헌절까지 협상을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아래 계속 대화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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