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때 '스타게임 우승자'..그 검사 '공무원 피살' 투입했다

김철웅 2022. 7. 1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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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내내 게임을 하며 고등학교까지 자퇴, 별명이 ‘게임 폐인’이었던 검사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투입된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한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를 앞두고 정보통신(IT) 활용 능력이 뛰어난 인력을 수사팀에 보강한 것이다.


'스타크래프트' 하다 자퇴… “검사 생활에 도움”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수원지검 조도준(사법연수원 41기) 검사를 포함해 2명의 검사를 충원받았다. 조 검사의 이력이 눈에 띈다. 그는 검찰 내 대표적인 ‘컴돌이’로 꼽힌다. 그는 학창시절 온라인 게임 ‘스타크래프트’만 하고 지내다 대원외고를 자퇴한 특이한 이력을 가졌다. 2000년 5월 우연히 참가한 KTF Nazit 대회에서 우승한 뒤 프로게임단 입단 제의도 받았다.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한 뒤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로 임관한 뒤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서 디지털포렌식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땄다.
2013년 당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한 조도준 검사. 사진=권혁재 기자

조 검사는 과거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프로 게임단에서 입단 제의가 올 정도로 ‘스타크래프트’에 통달했다고 회상했다. “연이어 24시간 넘게 게임만 한 적도 있고 집에서도, PC방에서도 컴퓨터 앞을 떠나본 적이 없다”고 떠올릴 만큼 게임에 열중해 세계 랭킹이 100위 안쪽이었다고 한다.

당시 그는 “게임을 좋아하면 컴퓨터를 못할 수가 없다. 게임을 즐길 사양을 최적화하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며 컴퓨터 관련 지식에 자신감을 보였다. 정보통신(IT) 배경 지식이 필요한 수사에서 자신의 독보적인 경험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국정원 '포렌식' 경험… 보고서 삭제 의혹 확인할 듯


수사팀은 조 검사에게 디지털포렌식 등 첨단수사 역량을 기대하고 있다. 박지원 전 원장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첩보 보고서를 무단 삭제한 혐의를 받는다. 조 검사는 보고서 삭제 여부와 그 흔적을 확인하는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앞서 조 검사는 2017년 국정원 댓글수사팀에도 투입된 적이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이 주도한 검찰 수사는 국정원과 군 당국의 서버 자료를 제출 받아 분석하고, 이를 혐의 입증 자료로 썼다. 조 검사가 국정원 내부 서버에 익숙하고 디지털포렌식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에도 비슷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 뉴스1

실제로 공공수사1부는 대검찰청에 조 검사를 ‘콕 찍어’ 파견 요청했다고 한다. 조 검사와 함께 근무했던 검사는 “기본적으로 수사를 잘하는 검사다. 서버에서 원본 파일을 대조하는 포렌식 역량이 입증됐다”며 “조 검사가 최근 해외 유학을 마치고 귀국했는데 곧바로 파견이 결정된 건 수사팀이 준비를 많이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공공수사1부는 조 검사 외에도 1명을 더 지원받아 총 9명 규모로 확대됐다. 또,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의혹으로 서훈 전 원장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 이준범)도 1명이 추가돼 7명으로 늘었다. 검찰이 인적 구성을 마치는 대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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