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처장 건의도 소용없었다.."물어보라" 尹 도어스테핑 의지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경호처장의 건의도 소용이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잠정중단했던 도어스테핑을 하루 만에 재개했다. 전날 주차장과 연결된 통로로 출근해 기자들과 마주치지 않았던 윤 대통령은 예전과 같이 1층 로비로 출근했다. 평소 대통령과 1m 안팎의 거리를 두고 질문하던 기자들은 혹시나 모를 도어스테핑 가능성에 7~8m 정도 떨어져 윤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윤 대통령이 예고 없이 모습을 드러내자 기자들이 “대통령님!”이라며 크게 소리쳤고, 윤 대통령은 “뭐 물어보실 것 있으면 물어보라. 한두 개만 하고 들어갑시다”라고 답하며 즉흥 문답이 오갔다. 윤 대통령은 경제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자 “제일 중요한 건 서민들의 민생이 경제위기로 타격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라며 미리 준비한 듯한 민생 메시지를 내놨다.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엔 “내일 총리 주재회의에서 기본적 방침을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용현 경호처장이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잠시 도어스테핑 중단을 건의했던 것으로 안다”며 “도어스테핑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는 여전히 강하다”고 했다.
도어스테핑 재개한 尹, “물어보실 것 있으면 물어보라”
도어스테핑으로 일정을 시작한 윤 대통령은 전날 기획재정부에 이어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부터 독대 업무보고를 받았다. 각 부처에선 장관만 참석했고, 대통령실에선 윤 대통령과 김대기 비서실장, 최상목 경제수석이 배석했다. 윤 대통령은 오전 이창양 산자부 장관의 업무보고에서 “원전 생태계를 조속히 복원하고 일감을 조기 공급하기 바란다”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외교와 연계한 원전과 방산 수출의 조기 성과를 도출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하절기 전력 수급에 만전을 기하라”며 “반도체 산업의 견고한 소부장 생태계 구축”도 주문했다.
이에 이 장관은 “원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고 원전 수출을 통해 원전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2년 내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4호기 건설 추진과 함께 ▶규제혁신을 통한 민간투자 확대 ▶국익중심 통상 전략을 통한 공급망 강화 ▶에너지 혁신 및 원전강화 등의 내용을 보고했다. 업무보고는 예정보다 약 40분이 지연된 1시간 40분가량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산자부에 이어 오후엔 이영 중기부 장관으로부터도 1시간가량 독대 업무보고를 받았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기술탈취를 비롯한 중소기업의 사업을 위축시키는 불공정 거래 관행을 근절해달라”며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어 협력업체의 납품단가가 적정하게 조정될 수 있는 상생 협력의 요건을 조성해달라”고 말했다. 여당의 당론 1호 법안인 ‘납품단가 연동제’의 재차 힘을 실어준 것이다.
원자력 생태계 복원, 불공정관행 근절 지시
윤 대통령은 이영 장관에게 “소상공인의 금융채무 부담 완화의 정책 역량을 모아달라”는 주문과 함께 스타트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장관은 “중소기업을 대한민국 경제의 든든한 허리로 성장시키기 위해 잘못된 관행을 정상화하겠다”며 “창업벤처의 글로벌 시장 개척과 초격차 스타트업을 통해 미래를 선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해 경제와 민생 관련 부처의 업무보고를 최우선으로 삼았다”며 이날 업무보고 순서의 배경을 전했다. 윤 대통령과 장관의 전례 없는 독대 형식의 업무보고에 대해선 “장관들이 다소 부담감을 느낄지라도 책임 장관제의 일환이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실제 각 부처에선 윤 대통령과의 독대 업무보고를 위해 주말은 물론 전날 늦은 밤까지도 장관과 참모들이 모여 대비를 했다고 한다. 중기부 관계자는 “참모가 한 명도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라 다른 일정을 비우고 업무보고 준비에 집중했다”며 “짧은 시간 대통령에게 임팩트 있게 보고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준비 과정에서 긴장감이 상당했다”고 전했다. 산자부 관계자도 “분야별로 대통령 관심사에 대한 예상 질문지를 준비하고 수차례 독해를 하며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15일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고용노동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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