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지휘자부터 무장애 공연까지'..국립극장 레퍼토리 61편 공개

김희윤 2022. 7. 1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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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26편·레퍼토리 10편·상설공연 14편·공동주최 11편 등 총 61편
완창판소리·무용극 호동·로봇 지휘 국악 관현악 등 선봬
배우·수어통역사 함께 무대 오르는 '무장애' 기획공연도
국립창극단 '귀토' 공연 스틸컷. 사진제공 = 국립극장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로봇이 지휘하는 관현악 무대와 웹툰 원작의 창극, 무장애(배리어 프리)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국립극장 무대에 오른다.

국립극장은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2-2023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내달 31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이어지는 레퍼토리는 신작 26편, 레퍼토리 10편, 상설 공연 14편, 공동 주최 11편 등 61편으로 구성됐다.

시즌 레퍼토리는 전통 기반의 동시대적 공연 예술 창작 기조를 잇는 한편 '다양성'과 '공존'을 전제로 모두를 위한 극장으로 나아가는 데 초점을 맞췄다.

프로그램은 국립창극단의 '귀토'로 문을 연다. 판소리 '수궁가'를 유쾌하게 재해석한 '귀토'는 2021년 6월 초연 후 1년 만에 다시 국립극장에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국립극장은 이번 시즌에 '함께 그리는 내일의 출발점'을 주제로 예술과 기술, 장애인과 여성에 대한 다양한 공연을 선보인다. 그 첫걸음으로 장애인 문화 향유 확대와 장애예술인의 창작 활동 지원에 앞장서고자 배리어 프리 공연제작에 나선다.

국립극장 2022-2023 레퍼토리 시즌 기자간담회 전경. 사진제공 = 국립극장

먼저 음악극·연극·오케스트라 등 무장애 공연 장르를 다양화하고 장애예술인이 주·조역으로 나서는 작품 개발에 착수한다. 장애유무를 떠나 작품을 새롭게 감각하는 방법으로 음성 해설과 수어 통역도 함께 제공한다.

박지리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음악극 '합체'는 작은 키가 고민인 쌍둥이 형제의 유쾌한 성장담을 다룬다. 저신장 배우 김범진이 쌍둥이의 아버지 역을 맡아 무대 위 편견을 허물고 새로운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청각장애 관객을 위한 수어 통역사 5명이 배우와 함께 무대에 오르고, 음성 해설을 겸한 내레이터가 시각장애 관객의 작품 이해를 돕는다.

연극 '틴에이지 딕'은 셰익스피어 비극 '리처드 3세'를 뇌성마비 고등학생의 이야기로 각색한 마이크 루의 동명 희곡의 한국 초연작이다. 극복과 치유의 서사를 통해 전형적인 인물 등의 틀을 깨고 입체적 인간으로서 장애인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장애인과 소외계층 학생으로 구성된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는 '2023 함께, 봄' 무대를 다시 한 번 선보인다. 음악을 향한 순수한 열정으로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아름다운 하모니를 선사할 예정이다.

'한국 신체극의 대가' 연출가 임도완이 각색과 연출을 맡은 연극 '우리 읍내'는 극작가 손턴 와일더의 동명 희곡을 '장애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로 새롭게 해석한다.

국립창극단이 선보이는 웹툰 원작 '정년이'. 사진제공 = 국립극장

새로운 이종(異種) 장르의 만남도 눈길을 끈다. 국립창극단은 웹툰과 서양 고전을 소재로 새로운 창극 무대를 선보인다.

내년 3월 선보이는 국립창극단 신작 '정년이'는 1950년대를 배경으로 여성 국극 배우들의 성장기를 그린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셰익스피어 희곡을 우리 소리로 풀어낸 '베니스의 상인들'도 내년 6월 무대에 오른다.

허종열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대행은 "창극의 경계가 사라지고 다양한 주제를 담은 새로운 시도들이 성공하고 있다"며 "이번 시즌에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우리 소리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국립국악관현악단_관현악시리즈IV_부재. 사진제공 = 국립극장

국립국악관현악단은 내년 6월 선보이는 관현악시리즈Ⅳ '부재(不在)' 공연에서 로봇을 지휘자로 내세운 파격 시도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번 공연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의 협업으로 성사됐다. 여러 지휘 동작을 데이터로 저장한 로봇이 알고리즘에 따라 무대 위에서 악보를 보고 지휘를 선보인다.

기술 개발에 참여한 이동욱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단순히 악보를 연주하는 걸 넘어서 지휘자의 의도와 감정, 열정까지도 동작에 표현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립국악관현악단 김성진 예술감독은 "오랜 고민을 담아 레퍼토리를 만들고, 관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전통에 머무르지 않고, 한계를 두지 않는 공연에 관객들의 애정어린 시선을 바란다"고 전했다.

국립무용단의 신작 '무용극 호동' 이미지. 사진제공 = 국립극장

국립무용단은 뮤지컬 연출가 이지나와 함께 신작 '무용극 호동'을 공개한다.

뮤지컬 '썸씽로튼', '서편제' 등을 연출한 '스타 연출가'인 이지나 연출은 이번 작품을 통해 고구려 호동 왕자 설화를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한다.

또한 '무용극 호동'은 드라마 '오징어 게임' 테마곡의 작곡가로 알려진 김성수 음악감독의 참여로 기대감을 높였다.

국립극장은 다양한 예술단체와의 협력도 이어간다. 이번 시즌에는 6개 국립 예술단체와 2개 민간 예술단체가 함께 무대를 준비한다. 국립오페라단·국립합창단·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국립국악관현악단의 신년 음악회로 구성된 '신년음악축제'(내년1월 6~14일)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강성구 국립극장 운영지원부장·극장장 직무대리는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하고 협력과 상생을 통해 국립극장이 '모두를 위한 극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바람을 담았다"며 "이번 시즌 레퍼토리를 통해 전통예술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2-2023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포스터. 사진제공 = 국립극장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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