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 시행령 고치라고 하면 '위헌'?

참여연대 2022. 7. 1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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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위임 입법의 한계와 국회의 통제 방안 모색 토론회

[참여연대]

6월 7일, 정부는 법무부 직제 규칙을 개정해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했고, 이를 통해 인사혁신처가 해왔던 공직후보자 인사 정보 관리를 법무부로 넘겼습니다. 잠깐, 그렇게 되면 인사혁신처는 어떤 일을 하는 기관이 되는거죠? 법무부가 했듯이 국가기관이 서로의 업무를 위탁할 수 있게 된다면, 상위법인 정부조직법이 무력화되는 건 아닐까요?

처음 있는 일은 아닙니다. 어떤 정부든 대통령령, 부령 등 시행령에 근거한 정책을 운영하는데, 시행령은 법률에 근거해 제개정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법률과 시행령이 충돌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 문제를 입법과 행정, 사법적 시각에서 다각도로 살펴보는 <위임 입법의 한계와 국회의 통제 방안 모색 토론회>가 지난 6일,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렸습니다.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의 사회를 맡은 이 토론회에는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 유성진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 경건 서울시립대 법전원 교수, 장철준 단국대 법과대학 교수가 참여했습니다.

"'위임 입법'은 입법부와 행정부간 협업과 견제의 영역에서 바라봐야"

토론회의 주 발제를 맡은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먼저 현재 위임 입법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는 국회법 제98조의2 단 하나 뿐인 상황이라 진단했습니다. "위임 입법에 대한 국회의 통제는 당파적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입법을 둘러싼 입법부와 행정부의 협업 및 견제의 영역이고, 한국의 위임 입법 현실을 고려할 때 현재의 사후적이며 소극적인 통제가 아니라 사전적이며 적극적인 통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연도별 법률/시행령, 시행규칙 수: 1987-2021, 자료: 법제처, ‘연도별 법령 현황’(2022.07.01 확인)
ⓒ 참여연대
한 번 살펴볼까요? 2021년 기준 법률의 총수는 1580개로 1987년보다 2배 이상 늘었으며, 대통령령·총리령·부령의 개수도 3259개로 1.5배가 늘어났습니다. 더 많은 위임 입법이 만들어지고 공포되고 있다는 사실은 위임 입법이 모법의 수권범위를 충족하는가 여부를 감독해야 하는 국회의 기능도 함께 고도화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우리 국회의 위임 입법 통제제도는 지난 30여 년 동안 거의 진전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에 서복경 대표는 "국회의 입법책임 방기는 점점 더 많은 위임 입법 논란을 낳는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위임 입법을 통제하기 위한 3가지 방안

또한 법률의 제정이나 개정 당시 대통령령이나 부령에 특정 정책 집행 사항을 위임하였더라도, 제·개정 당시 예측하지 못했던 법 집행의 문제는 언제든지 사후적으로 발생할 수 있으며, 따라서 국회는 개별 위임 입법에 대한 사전통제장치만이 아니라 다차원적인 사후 통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상임위 차원에서 수정의견 제출에서부터 본회의 의결을 거친 수정요구제도나 위임 입법 수정 이전까지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는 장치 등을 마련해 두어야만, 입법 당시 예측하지 못했던 권한 남용이나 입법 미비 등의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국회의 위임 입법 통제 방안 세 가지로 ① 위임 입법 통제에 대한 국회-정부의 협업과정으로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고, ② 위임 입법 통제를 위해 대상에 따른 세분화된 통제방식과 절차를 별도로 규정한 법률이 필요하며, ③ 국회 입법 당시 예측하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하거나 새로운 해석이 등장할 경우를 대비해 위임 입법의 효력 발휘 후 사후적 수정을 가하거나 수정요구를 하는 방식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첫 번째 토론자로 유성진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이 나섰습니다. 유성진 소장은 먼저 위임 입법 남용 시의 제도적 해결 수단이 부재한 상황을 지적했는데요. "위임 입법의 취지는 법률로 세세하게 규정하기 어려운 사항들은 행정부에 자율성을 부여함으로써 실제 적용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들을 신속히 해결하자는 데에 있지만, 현실적인 필요성을 이유로 위임 입법이 행정부에 의해 남용되고 국회의 입법권을 무력화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이를 해결할 수단이 명확치 않다"고 보았습니다. 

의견 하나, "우선 현행 국회법을 제대로 활용하고, 제도 개선으로 나아가야"

또한 현재의 위임 입법 정국이 가지는 정파적 성격을 지적했습니다. 즉 "20대 국회에서 국회법 제98조의2의 강화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다당제의 국회 권력구도가 자리하고 있었던 반면, 양당제가 고착된 21대 국회에서 그러한 제도변화에 실효성을 부여하려는 노력이 정권이 교체된 시점에서야 나왔다는 점은 정파적 국회의 폐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조응천 의원안 뿐 아니라 현재 21대 국회에 발의된 국회법 개정안을 살펴보더라도, 수정을 요구할 수 있을 뿐 강제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행정 위임 입법을 견제하기 위한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국회가 현행법 92조의2를 제대로 운용하고 있었는가를 되물었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현재의 상황에서는 국회법 제98조의2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국회 차원의 검토를 활성화하고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위임 입법의 문제점들을 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알리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후에 제도적 방안 마련을 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두 번째 토론자인 경건 서울시립대 법전원 교수는 행정 위임 입법과 관련한 논쟁을 '행정입법을 둘러싼 입법부의 감독권과 행정부의 재량권 간의 충돌'로 정의했습니다. 어디까지가 국회의 견제이고, 행정부의 권한 침해인지 판단하기는 어려우나, 기관 인사권에 대한 지방의회 개입 관련 대법원 판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 "지방의회와 집행기관 사이에서는 소극적, 사후적 관계만 허용되고 사전적, 적극적 관계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제시했습니다. 

의견 둘, "국회가 위임 입법 통제 주체는 맞으나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방식이 문제" 

그리고 "위임이라는 것은 권한이 넘어가는 것을 의미하므로 이론적으로는 수임자의 권한과 책임 아래에 있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권한 행사에 있어 수임자의 결정이 존중되어야 한다. 국회가 포괄적으로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 문제이지, 구체적으로 명시한 범위에 대한 위임이 문제가 되는 사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았습니다. 

덧붙여 현행법 제98조의2에 대해 "최종적 입법 결정은 상임위원회가 아닌 국회라는 점에서 행정 위임 입법 통제의 주체는 국회가 되어야하고, 법률 합치 여부를 따질 때 취지인지 내용인지를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으면 또 다른 논쟁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남겼습니다. 

세 번째 토론을 맡은 장철준 단국대 법과대학 교수는 결국 입법권을 제대로 정립하는 것이 대안임을 분명히 하며, "위임 입법의 용어 자체에서 드러나듯, 위임 입법은 행정부가 가지는 '위임된' 권한이라는 점은 명백하고 위임 입법에 대한 통제에 대하여 행정부가 '행정권한 침해'라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습니다. 

의견 셋, "국회는 시행령에 대한 직접적 통제권과 수정요구권을 가져야"

그럼에도 국회의 책임 또한 결코 간과할 수 없음을 지적했습니다. "헌법재판소에 접수되는 행정 위임 입법 위헌 청구서에서 '포괄 위임 입법 금지 원칙을 위반했다'는 주장이 단골처럼 등장하듯, 국회가 위임을 과도하게 했다는 측면에서 국회의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판단할 때 국회 속기록까지 참고한다는 점에서 현행법에도 분명한 제도적 의미가 있지만, 국회가 이러한 현행법조차도 제대로 사용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습니다. 나아가 "국회가 행정부의 통제권을 적극적으로 견제하기 어렵다면 향후 헌재가 판단할 수 있도록 회의록 등에 근거를 남기는 것 또한 필요하다"고 의견을 보충했습니다.

장철준 교수는 결론적으로 "국회가 시행령에 대한 직접적 통제권과 수정요구권을 가질수 있어야" 하며, 다만 수정 권한의 절차에 있어서 상임위원회는 국회 전체를 대표하지 못하므로 본회의 의결은 필수적으로 거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행정부가 수정을 거부할 경우엔 개별 법률의 개정작업을 통해 위법한 위임 입법을 무력화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국회가 입법을 제대로 하면 해결될 문제일까요? '국회가 일을 제대로 하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결국, 국회의원 정수 확대로 입법 역량 확대해야

서복경 대표는 입법량만 보면 다른 국가와 비교해보아도 많은 축에 속한다며, 그럼에도 한국 의회가 처한 녹록치 않은 현실을 진단했습니다. "과거사법 정리 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안전망을 메꾸는 일, 법령 정비 등 기본적인 법 개정 수요가 있어 당장 해야 할 법 개정을 못하는" 현실이 본질적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국회의원 정수를 확대하고 입법을 보좌해줄 직원도 함께 늘려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유성진 소장 또한 이에 동의하며 "입법부의 권한이 강력한 미국과 달리 행정부의 권한이 강력한 한국의 경우, 2004년에 입법지원조직을 마련하는 과정을 거치며 입법부의 권한이 조금씩 늘어왔지만 행정부에 비하면 여전히 인적, 물적 자원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근거를 보탰습니다. 

한편 경건 실행위원은 "국회에서 행정 위임 입법의 내용을 직접 수정하거나, 그와 반대되는 내용을 법률적으로 명시하는 등의 방법을 취하는 게 낫다고 하더라도 행정 위임 입법을 폐지하거나 무효화하는 것은 사법적 결정구조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입법권과 행정권간의 갈등 문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법제도와의 충돌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국회가 위임 입법을 통제할 제도적 방안에 대해서는 여러 대안이 나왔지만, 그동안 위임입법을 둘러싼 행정부와 입법부의 갈등이 드러난 이유에 대해서는 모두 같은 진단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행정부가 절대적으로 강화된 한국과 같은 국가체제에서 입법부가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인 만큼, 행정 위임 입법 견제를 위한 입법권 강화는 국회의원 정수 확대를 비롯한 입법 자원의 확대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권력에 향한 끝없는 감시와 대안 모색, 시민과 함께 해야

정치는 입법부와 행정부, 때로는 사법부가 제 역할을 해내야 제대로 돌아갑니다. 그 중 하나로 제시된 입법부 강화를 위한 개혁 과제들은 하나씩 열거하기 힘들정도로 너무나 많이 산적해있습니다.

그러나, 정치개혁과 국회개혁을 위한 수많은 토론회에서 제시하는 대안은 돌고 돌아 하나로 귀결되는 것 같았어요. 결국, 국회의원의 정수 확대로 입법부의 역량을 늘려나가야 한다는 것이에요. 국회의원의 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감시할 대상이 더 많아진다는 것이고, 시민이 정치와 국회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위임 입법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될테지만 우리가 견지해야 할 시선은 특정 세력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닌 '법은 법대로, 시행령은 시행령대로' 제 역할을 해내갈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 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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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본 기고글은 참여연대 홈페이지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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