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 북한 보낸 것"..시민단체 '강제 북송 의혹' 정의용·김연철 고발

허정원 2022. 7. 12.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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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현 북한인권정보센터 인권침해지원센터장(가운데)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탈북선원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해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당시 정부 및 군 관계자를 인권침해 가해자로 고발하기 위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뉴스1]

북한 인권 시민단체가 ‘탈북 선원 강제 북송사건’ 관련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탈북 선원들이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제대로 된 조사 없이 이들을 단 5일 만에 북한으로 돌려보낸 건 위법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사건과 관련해 국가정보원 역시 서훈 전 국정원장을 고발하면서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 3부(부장 이준범)에는 검사 1명이 충원된다.


인권단체, 前 통일부·국정원 관계자 11명 검찰 고발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북한인권정보센터(NKDB)는 정 전 실장과 김 전 장관을 비롯해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김현종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김상균 전 국정원 2차장, 서호 전 통일부 차관, 임의진 전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장 등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12일 접수했다. 귀순 의사를 밝힌 탈북 어민을 강제로 북송하도록 한 건 형법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불법체포 및 감금, 범인도피, 증거인멸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다.

탈북 선원 강제 북송 사건은 지난 2019년 11월 2일 북한 선원 2명이 해상 북방한계선을 넘어 월남한 후 대한민국 해군에게 붙잡히면서 발생했다. 당시 이들은 귀순 의사를 표명했으나 나포 5일만인 11월 7일 판문점을 통해 북송됐다. 이들이 탈북 과정에서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하는 등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북한이탈주민법 제9조(보호 결정의 기준) 상 보호 대상자로 결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근거였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짧은 기간에 탈북 선원들에 의사에 반해 북송을 결정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강제 북송은 직권남용, 보호 대상 미심사는 직무유기”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답변 자료에 따르면 당시 탈북선원 2명은 서면으로 귀순 의사를 표시했다. 이날 검찰 고발당한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021년 2월 외교부장관 청문회에서 "귀순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실]
이날 고발장을 접수한 윤승현 NKDB 인권침해지원센터장은 고발 취지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윤 센터장은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정한 헌법 제3조와 탈북 선원이 우리 법의 실효적 지배에 들어온 것을 고려하면 이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볼 수 있다”며 “이들을 법적 근거도 없이 강제로 북송한 건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직권 남용(형법 123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윤 센터장은 또 “탈북선원이 귀순 의사를 밝혔으면 보호대상인지 아닌지를 심사해 결정해야 하는데 통일부는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국정원의 경우 귀순 의사를 인정하지 못해 돌려보낸다 하더라도 당사자들에게 북송 결정을 통보해줄 의무가 있는데 이마저 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형법 122조)”라고 말했다.


불법체포·감금, 범인도피죄, 증거인멸도


지난 2019년 11월 8일 오후 해군은 동해상에서 북한 오징어잡이 목선을 동해 NLL 해역에서 북측에 인계했다. 이 목선은 16명의 동료 선원을 살해하고 도피 중 군 당국에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이 타고 있던 배다. [뉴스1]
이 외에 탈북 선원들의 의사에 반해 경찰특공대가 이들을 자동차에 태워 판문점까지 송환하고, 이 과정에서 안대로 눈을 가리고 포승줄로 묶은 건 형법 124조의 불법체포·불법감금으로 봤다. 선원들이 우리 국민인 만큼 살인 등 범죄행위에 대해선 한국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아야 하는데, 이들을 사실상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북한으로 보낸 건 형법 151조의 범인도피죄에 해당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선원들이 타고 온 목선(木船)을 사건 직후 소독하고, 이를 북한으로 돌려보낸 건 형법 151조의 증거인멸죄로 봤다.

윤 센터장은 “16명을 살해한 대형 사건을 단 5일 만에 급하게 조사를 마무리했다는 것도 의심스러우며 무엇보다 지금까지 이런 사유로 강제 북송한 선례가 없어 배경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추측과 의혹이 나돈다”며 “당시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하기 위해 귀순자의 인권을 포기했다는 것이 유력한 설”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사건과 관련, 국정원도 지난 6일 서훈 전 국정원장을 고발했다. 사건 관련 합동조사를 강제로 조기 종료시킨 혐의 등이 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과 허위 공문서작성에 해당하는 이유에서다. 대검찰청은 사건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 3부에 검사 1명을 파견하기로 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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