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낙태 금지 현실화에.."땅에서 안되면 바다에서 수술" 제안

박형수 2022. 7. 12.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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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판례 폐기 후폭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연방정부는 물론 의사들과 제약회사들까지 여성의 임신 중지와 피임권 보호를 위한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미국 미시시피 국회의사당 앞에서 낙태권보호를 주장하는 시위대가 손팻말을 들어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연방정부 "응급상황엔 낙태 법적 의무"


1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정부는 응급의료법(EMTALA)의 응급치료 가이드라인에 따라 “병원과 의사들은 응급 상황에 있는 임신부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낙태를 할 수 있으며, 이는 주(州)의 관련법보다 우선시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24일 연방대법원이 낙태권을 공식 폐기하고 낙태에 관한 결정 권한을 각 주로 넘긴 것에 대해, 연방정부 차원에서 내놓은 견제 장치 중 하나다.

하비어 베세라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 기관에 보낸 서한에서 “응급실에 온 임산부가 응급의료법상 위급한 상태이고 낙태가 환자의 상태를 안정시키는데 필요할 경우, 의료진은 반드시 그 치료(낙태)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만약 주법이 임신부의 생명에 대해 낙태 금지 대상에서 예외를 두지 않을 경우에도, 주법보다 연방법이 우선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아니고, 기존 법상에 있는 의무를 알리는 차원”이라며 “의료 서비스 제공자가 응급실에 온 환자의 상태를 안정시키기 위해 이런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법적 의무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지 이후, 일부 주에서 실제로 낙태를 금지한 것에 대응하기 위해 ‘공중 보건 비상사태’ 선포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개인 별장이 있는 델라웨어주 레호보스 비치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 내 의료 전문가에게 내가 ‘공중 보건 비상사태’ 선포 권한이 있는지, 실제 어떤 영향이 있을지 살펴보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미국 공중보건서비스법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은 심각한 질병 등으로 인해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90일간 공중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해 대응에 필요한 자원을 동원할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 임신 중지와 관련된 여러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일 임신 중절과 관련한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행정 명령에도 서명했다. 여기에는 보건복지부가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낙태 약품에 대한 접근을 확대하기 위해 추가 조처를 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의사 "땅 대신 바다에서 낙태 수술" 제안


일부 의사들은 낙태를 금지한 주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주 정부 행정권이 미치지 않는 연방정부 관할 해상에 병원을 지어 ‘임신중지 수술’을 진행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낙태금지법을 시행 중인 텍사스주·앨라배마주·루이지애나주·미시시피주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멕시코만의 바다가 후보지로 꼽혔다.

해당 아이디어를 제안한 의사는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대학의 교수 겸 산부인과 전문의인 멕 오트리다. 오트리 교수는 “낙태권이 제한된 주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창의적인 선택지를 만든 것”이라며 “법률 자문을 받아본 결과, 일부 해상구역에서는 주법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안전하고 합법적으로 임신 중지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비영리단체인 PRROWESS(국가기관에 의해 위협받는 여성의 출산권 보호)를 통해 2000만 달러(약 262억 원)의 기금을 모으고 있다.

오트리 교수는 “낙태를 금지한 주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수술을 받기 위해 다른 주에 가는 것보다 해안으로 가는 것이 훨씬 가깝고 저렴하며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AP통신은 해상병원은 아직 논의 단계이며 구체적인 세부사항은 결정된 바 없다고 전했다.

사전 경구 피임약의 한 종류. 연합뉴스


아울러, 미 FDA에는 11일 “처방전 없이 사전 피임약을 판매하게 해달라”는 프랑스 제약업체 HRA파머의 신청이 접수됐다. 미국에서는 현재 임신 중지의 ‘플랜 B’로 불리는 응급 사후 피임약은 처방전 없이 구매가 가능하지만, 사전 피임약은 혈전으로 인한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처방전을 요구해왔다. 프레데리크 웰그린 HRA파머 최고전략책임자는 “지난 50년간 접근이 가능했고, 수백만 명의 여성이 안전하게 사용해온 제품인 만큼, 이제는 더 사용하기 쉬워져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고 신청 배경을 설명했다. FDA가 HRA파머의 신청을 허가할 경우, 미국에서 처방전 없이 구매 가능한 첫번째 사전 피임약이 나오게 된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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