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계, '어대명' 견제 본격화..고민정·윤영찬 최고위원 출사표

나란히 출마.."文 당대표 시절 원칙으로 당 재건"
李·강성 지지층 겨냥 "민주당은 누군가의 당 아냐"

더불어민주당 고민정(왼쪽) 의원과 윤영찬 의원이 1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최고위원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가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분위기로 흐르면서 친명(친이재명)계의 최고위원 도전이 활발한 가운데, 친문(친문재인)계의 움직임도 12일 본격화됐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고민정·윤영찬 의원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친명 대 친문 경쟁에 불이 붙은 모습이다.

전날까지 최고위원 선거 출마를 공식화한 사람은 3선 중진인 정청래·서영교 의원, 초선인 장경태·양이원영 의원, 원외인 박영훈 전 대학생위원장뿐이었다. 아직 공식 출마 선언은 하지 않았지만, 출마가 예정된 인물은 많아 최고위원 후보가 최대 15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거론되는 인사들은 대체로 친명계로 분류된다.

'명심 마케팅'이 속속 달아오르는 상황 속에서 친문계도 최고위원 선거 경쟁에 뛰어들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의원은 이날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깨고 당원들에게는 자랑스런 '나의 민주당'을, 국민에게는 든든한 '제1야당 민주당'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고 의원은 특히 이재명 의원과 이 의원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을 겨냥한 듯 "한 사람의 영웅이 세상을 바꾸는 시대는 끝났다. 민주당은 누군가의 당이 아니라 우리의 민주당이며, 자랑스런 나의 민주당이어야 한다"며 "민주당은 나만이 고칠 수 있다는 독선적 사고로는 공감을 얻을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서로에 대한 상처만 깊어질 뿐"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국민소통수석이었던 윤영찬 의원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당 대표 시절의 원칙과 상식으로 당을 새롭게 재건해야 한다"며 최고위원에 출사표를 던졌다.

'친문 적통'을 내세운 윤 의원은 '개딸'들의 '수박타령'을 겨냥해 "다른 당원을 향해 멸칭을 부르며 조롱하는 이는 민주당원이 아니다"라며 "그런 망동은 민주당을 수렁으로 몰고 가는 해당 행위이고 몰상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가치를 공유하는 당원이라면 이제는 조건 없이 서로 환대하자"고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98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국회의장단 선출 투표를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며 의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들의 출마로 '어대명'을 견제하기 위한 친문계의 움직임이 더욱 주목 받을 전망이다. 최고위원 예비경선은 오는 29일 중앙위원 투표(100%)를 통해 후보를 8명까지 추려 계파간 대리전 양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고 의원은 출마 선언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는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했고 3년 간 근무했기 때문에 같은 결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은 굳이 제가 말하지 않아도 그렇게 해석할 것"이라면서도 "그렇게 따지면 2020년 총선 때 친문이 아니었던 사람이 누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비유 굳이 드는 것은 친명이냐 비명이냐, 친문이냐 반문이냐 등에 대한 정의나 규정 자체가 의미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이 그렇게 바라보신다면 앞으로 전당대회가 끝나고 당대표가 되실 분께서 풀어야 할 첫 숙제는 그 간극을 줄이는 것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고 의원이나 저나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일했던 시절에 대해 모두 다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고, 이를 계승 발전시키기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면서 "이번 전당대회는 당내 계파 싸움이 아닌 민주당을 세분 대통령(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께서 간절히 시키고 싶었던 그 정당으로 되돌릴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계파 간의 갈등이나 계파 싸움으로 평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