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어스테핑 중단 하루 만에 재개.."코로나 핑계" 비판 의식했나
임시 중단 하루 만에 '원거리 회견' 재개한 尹대통령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잠정 중단한다던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 회견)'을 12일 재개했다. 대통령실은 전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당분간 도어스테핑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하루 만에 다시 한 것이다. 도어스테핑 중단 결정을 놓고 야권에서 '지지율 하락 때문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 것을 진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집무실 청사에 출근하면서 전날 결정과는 달리 도어스테핑을 가졌다. 윤 대통령은 청사 입구에 들어서면서 기자들에게 "여러분이 코로나에 확진됐다고 해서 가급적 재택근무하고 청사에 근무하는 분들 안전을 지키자고 (중단) 했는데 다들 나오신다며?"라고 물었다. 전날 대통령실 출입 기자 11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평소보다는 거리를 두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한 기자가 '이 정도 거리에서 도어스테핑하는 건 어떠냐'고 묻자, 윤 대통령은 크게 웃으면서 "뭐 물어볼 거 있으면 물어보라"고 응했다. 윤 대통령은 코로나19 유행 대응 방안과 민생 관련 질문에 대해 간단히 답한 뒤 집무실로 이동했다.
도어스테핑 막바지에 '내일도 진행하는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윤 대통령은 "이거야 하면 안 되나? 여러분 괜찮으면 며칠 있다가 (포토라인) 칩시다"라며 재개할 수 있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앞서 대통령실이 코로나19 확산으로 도어스테핑 잠정 중단 발표를 하자 야당에선 '코로나19는 핑계일 뿐, 30%대로 떨어진 국정 수행 지지율이 중단 배경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코로나19를 이유로 든 것은) 말도 안 되는 변명"이라며 "여러 실언이 지지율 저하로 이어진다고 평가한 거 같은데, 정제된 방식으로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하는 게 솔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도 "윤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가 30%대에 그쳤다는 발표가 있는 오늘, (도어스테핑 중단 발표는) 시점이 매우 공교롭다"며 "국민 소통을 위한 윤 대통령의 상징적 행보가 대통령실 이전과 도어스테핑이었다. 코로나를 핑계로 국민과의 소통을 중단하겠다는 것으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을 하루 만에 재개한 것은 야당의 이 같은 비판을 일축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윤 대통령이 소통을 강조해 왔기에 도어스테핑 중단으로 자칫 약속을 어기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판단이 담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한 원인으로 도어스테핑이 꼽힌다는 점은 딜레마다. 사전 조율 없이 즉석에서 질문과 답변이 오가다 보니 때로는 정제되지 않은 발언과 제스처가 고스란히 드러나 논란이 됐다. 지난 4일 출근길에서 장관 후보자 인사 검증 관련 질문을 받고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고 답한 것이 대표적이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과 인터뷰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도어스테핑에서 오만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라며 "도어스테핑에서 얘기만 하면 꼭 대통령실에서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해명을 해야 했다. (이런 일이) 어쩌다가 한 번 있어야지, 할 때마다 해명한다는 것은 말에 전부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을 아예 중단하기보단 정비 후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도어스테핑 과정에서 실수나 논란은 있었지만, 즉석 기자회견이라는 형식 자체는 역대 정권에서 보여주지 않은 신선한 시도라는 평가가 많았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CBS라디오 '한판 승부'에서 도어스테핑을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 꼽으면서도 "제대로 준비하고, 정제된 입장을 표명할 수 있도록 훈련을 한 다음에 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반면 형식보다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약식 회견을 했다고 소통 문제가 개선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도어스테핑을 중단한 것도 그렇고, 소통 행보라고는 하지만 소통을 선택적으로 해왔다"며 "약식 회견을 하고 안 하고가 아니라 대통령의 언어와 모습을 훈련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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