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D4' 지적한 이상민 "토론은 않고 고발장만 날아와"
[조선혜, 이희훈 기자]
▲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참여연대, 포용재정포럼이과 함께 피고발건 비판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
ⓒ 이희훈 |
대선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의 "국민연금 누적적자 1경7000조원" 등의 발언을 학술적으로 비판했다 고발당한 학자가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학자 측 변호인단은 해당 고발을 "사법절차를 이용해 학술적 비판에 제재를 가한 사건"으로 규정하면서, 대법원 판례를 토대로 무혐의를 주장했다.
12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수석연구위원은 "국가재정에 대해 의견을 지속 발표하는 것이 제가 하고 있는 업무다. 업무를 통해 고발당할 거라곤 한번도 상상한 적이 없다"면서 "(안 후보가) 제가 기대했던 토론에는 응하지 않고, 고발장이 날아오는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 수석위원은 "이것은 학문적인 문제다. 그런데 정부가 어떤 한쪽 편만 들어 다른 한쪽을 전부 고발한다면 대한민국 학자들의 절반은 굉장히 황당한 문제에 처할 수밖에 없다"며 "안 후보가 D4라는 개념을 잘못 사용했다고 당시에도 지적했고, 지금까지도 제 생각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참여연대, 포용재정포럼이과 함께 피고발건 비판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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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 수석위원은 당시 안 후보가 2088년 국민연금 누적적자 규모를 '1경7000조원'으로 추산한 점을 지적하기도 했었다. 현재가치로 환산하지 않은 해당 수치는 오류라는 것이었다. 이 수석위원은 "국민연금 부채가 2088년까지 1경7000조원에 이른다는 발언은 명백히 잘못된 발언"이라며 "그렇게 잘못된 발언을 한 당사자는 고발인이 되고, 이를 지적한 사람은 피고발인이 돼 굉장히 참담함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지금도 늦지 않았다. 저와 지금부터라도 토론했으면 좋겠다"며 "토론 대상자가 꼭 안 의원일 필요는 없다. 안 의원이 지명하는 어떤 전문가와도 어디서든, 언제든 토론할 용의가 있다"고 요청했다.
이 수석위원은 지난 1월 17~19일 유튜브 '곰곰이TV'에 출연해 20대 대선후보들의 정책과 공약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안철수 당시 후보의 발언을 비판했다. 안 후보가 유튜브 '삼프로TV'에 출연해 국가부채를 설명하면서 D1(국가채무), D2(일반정부부채), D3(공공부문부채)와 D4(국제재무제표상부채)를 동일선상에 놓고 설명한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었다. 기획재정부는 D1~D3로 국가부채 규모를 선정하고 관리할 뿐 D4라는 개념을 사용하지 않음에도, 안 후보는 다른 분류체계에 속하는 개념인 D4까지 포함하면서 국가부채를 부풀렸다는 얘기다.
국민의당은 대통령선거일 직전인 지난 3월 4일 이 위원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와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참여연대, 포용재정포럼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피고발건 비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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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에선 이 수석위원을 고발한 안 의원에 대한 학계, 법조계의 비판도 이어졌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학문적 문제 제기에 대해 논리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검찰에 고발하는 행위는 연구자의 사회적 참여와 기여를 가로막는 부적절하고도 반사회적 행태"라며 "안 의원은 연구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법적 대응이 아니라, 공개 토론을 통해 문제의 실체를 밝히고 대안을 도출해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를 제공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변호인단에 참여하고 있는 조수진 법무법인 위민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대선후보가 형사사법 절차를 이용해 정책·공약에 대한 학술적 비판에 제재를 가한 사건"이라며 "그로 인해 시민의 표현·학문의 자유가 침해됐다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이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후보 비방죄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후보에게) 전과가 있다' '학위가 위조됐다' 등 허위사실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이 수석위원의 D4 관련 발언 등은 허위가 아니다"라며 "또 이 수석위원은 국민의 오해를 예방하고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기 위해 발언한 것이므로 비방 목적은 아예 없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발언한 것이면 비방 목적에 부인된다' '공익 목적으로 발언했다면 명예훼손이 아니다'라는 게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조 변호사는 "이 사안으로 안 의원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어떻게 저하됐는지 묻고 싶다. 명예가 뭐가 훼손됐나"라며 "본인과 학술적 입장이 다른 사람이 비판했다고 해서 '내 명예가 훼손됐다'는 것은 공적 인물이 할 얘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사건은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이 없고, 비방의 목적은 더더욱 없거니와, 공익을 위해 얘기한 것이고, 명예가 훼손된 것도 없기 때문에 죄에 해당하지 않는 사건"이라며 "성실하게 변론해 반드시 무혐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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